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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행사 통합 첫 잔치 서울컬렉션위크 26일 개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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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4면

올 봄 국내 패션계는 들떠 있다. 지금까지 소속 단체별로 열리던 주요 패션 컬렉션이 처음으로 통합 개최되기 때문이다.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2003 가을·겨울 서울컬렉션위크’가 그것이다.

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SFAA)·대한복식디자이너협회(KFDA)·뉴웨이브인서울(NWS) 등 국내 주요 패션 단체와 이영희·트로아조·홍미화씨 등 내로라하는 디자이너가 총출동한다.

◆세계 6대 컬렉션 진입 실현될까=일반적으로 컬렉션이란 디자이너들이 6개월 뒤의 패션 경향을 미리 발표하는 행사를 뜻한다. 매년 봄.가을 두 번 열리는 것이 보통이다.

의류뿐 아니라 화장품.액세서리 등의 유행도 패션 컬렉션에서 큰 영향을 받는다.

국내 패션계는 서울컬렉션위크를 밀라노.뉴욕.파리.런던.도쿄에 이은 세계 6대 컬렉션으로 키우겠다는 생각이다.

지금까지는 여러 개의 컬렉션이 분산 개최돼 홍보 및 해외 바이어 초청 등에서 취약할 수 밖에 없었다. 집안 잔치에 그쳐왔다는 얘기다.

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 박윤수 회장은 "통합 개최가 국내 패션 산업 발전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1960년대로 돌아가다=요즘 세계 패션계는 '유행이 없는 것이 유행'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한꺼번에 다양한 경향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디자인 경향이 아무리 다양해도 그 줄기를 꿰뚫는 키워드는 있는 법. 60년대 런던 스타일의 복고풍이 가장 대표적인 키워드다.

뉴욕.런던.밀라노 등 최근 열린 세계적 컬렉션에서도 60년대는 가장 중요한 화두의 하나로 등장했다. 당시의 경제 불황과 전쟁에 대한 반감이 지금의 세계 정세와 많이 닮아 있어서다.

이같은 경향은 서울컬렉션위크에도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옷의 기장이 짧아지고 흑백의 모자이크 무늬가 등장하는 등 60년대풍이 많이 소개된다.

미니스커트 열풍도 특징적이다. 50년대풍의 무릎 길이 스커트 유행이 한풀 꺾이면서 치마 길이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이번 서울컬렉션위크는 봄.여름이 아닌 가을.겨울 의상을 선보이는 자리인데도 치마 길이가 더 짧아졌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소재.아이템을 섞어 입는 이른바 '믹스 앤드 매치' 바람은 이제 문화 융합 현상으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기존의 '믹스 앤드 매치'가 정장 스타일의 재킷과 캐주얼한 바지를 함께 입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아예 옷 한 벌 안에 아시아적인 느낌과 유럽적인 느낌을 섞어버리고 있는 것. 전통적인 유럽풍 의상에 중국식 무늬를 넣는 식이다.

전쟁과 대형사고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가 커지면서 옷이 실용적이 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이번 컬렉션 출품작들을 보면 과거에 비해 옷에 주머니가 많아진 것을 볼 수 있다.

옷의 선도 좀 더 캐주얼해졌다. 룩커뮤니케이션 유재부 이사는 "전쟁.사고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 돌발 사태에 빨리 대응할 수 있는 스포티한 옷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다"고 분석했다.

◆어머니의 이름으로=서울컬렉션위크는 첫번째 통합 컬렉션답게 흥미로운 볼거리가 많다.

40여년 경력의 대표적인 국내 여성복 디자이너 트로아조의 출품작은 아들 한송씨가 주로 제작했다. 자신의 브랜드를 7년째 운영해온 그가 어머니의 브랜드에 디자이너로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어머니여서가 아니라 선배 디자이너로서 훌륭하다고 평가했기 때문에 참여를 결정했다"며 "기존의 선(線)은 살리면서 좀 더 현대적인 감각을 보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트로아조.한송씨 외에 이영희.이정우씨, 김행자.박지원씨 등 모녀 디자이너들도 참가한다.

행사 첫 무대를 여는 디자이너 진태옥씨는 출품작을 구상하는데 신문의 도움을 톡톡히 받았다. 신문 국제면에서 우연히 아프가니스탄의 폐허 속에 아무렇게나 옷을 걸친 꼬마의 사진을 보고 영감을 얻은 것.

그는 "풍족한 선진국 도시인의 감성이 아니라, 되는 대로 있는 대로 걸친 본질적 의미의 '옷'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밖에 영화 '갱스 오브 뉴욕'에서 영감을 얻어 19세기풍의 거리 패션을 재현한 장광효씨의 의상도 눈여겨볼만 하다.

54명의 디자이너가 참여하는 이번 컬렉션은 48회의 패션쇼가 열리며 관람료는 한 회에 7천원이다. 티켓링크(www.ticketlink.co.kr)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김선하 기자

<사진설명>
다소 무거운 느낌의 스웨이드 소재 안에 하늘하늘한 실크를 넣은 박윤수씨의 출품작(左). 어깨 부분을 모피로 강조한 이영선씨의 데님 소재 의상(中). 남성용 재킷의 주머니와 허리띠 부분에 자개 문양을 넣은 우영미씨의 작품(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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