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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병에 꽃망울 맺힌 매화 꽂으니, 봄처녀 제 오시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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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봄꽃은 한 종류로만 꽂아야 본연의 싱그러움이 잘 살아난다. 투명한 유리병에 겹수선화를 꽂은 모습. (2) 매화나무 가지를 투명한 유리병에 꽂았다. 꽃망울이 맺혀 있는 잔가지의 방향을 위로 향하게 해 상승하는 봄의 기운을 살리는 게 포인트다.

2월의 바람은 매섭지 않다. 끝자락에 봄의 기운과 향기를 머금고 있기 때문이다. 아스라한 봄의 향취를 누구보다 먼저 우리 집 안에서 만끽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벽지나 가구를 바꾸는 거창한 인테리어 작업 말고 작은 변화로 분위기를 바꿔보고 싶다면 꽃 시장을 방문해 보자. 꽃 한 송이, 꽃 한 다발, 혹은 꽃 한 뿌리만으로도 겨울의 우중충했던 분위기를 몰아내고 집 안 곳곳에 봄의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다. 봄꽃은 유리병에 무심한 듯 꽂아도 멋스럽지만 조금만 센스를 발휘하면 집 안 분위기를 확 바꾸는 인테리어 소품이 된다. 호텔 ‘더 플라자’의 부티크 플라워 브랜드 ‘지스텀(Xystum)’의 채송아 실장은 “미국 색채연구소 팬톤에서 제안한 올해 컬러 트렌드인 ‘레이디언트 오키드(Radiant Orchid)’ ‘프리지아(Freesia)’ ‘셀로시아 오렌지(Celosia Orange)’ 계열의 봄꽃을 선택한 뒤 차분한 베이지나 그레이 컬러를 베이스로 매치하면 세련된 봄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봄의 생명력 담은 꽃가지 연출법

꽃망울이 맺혀 있는 나뭇가지는 봄의 생명력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른 봄과 어울리는 꽃을 꼽으라면 단연 매화다. 매화는 겨우내 언 땅 위에서도 꽃망울을 밀어올린다. 다른 꽃들이 피기 전에 가장 먼저 피어나 봄을 알린다. 특히 향기가 맑고 은은해 집 안에 들여놓으면 디퓨져(방향제)가 필요 없다. 채 실장은 매화 연출법으로 크게 두 가지를 제안했다.

우선 매화나무 가지를 통째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매화나무의 ‘선’을 잘 살릴 수 있도록 큰 유리병에 꽂는 방식이다. 유리병은 투명해야 붓으로 그린 동양화처럼 매화 가지의 전체적인 느낌을 잘 살릴 수 있다. 또 입구가 좁은 화병을 사용해야 나뭇가지가 산만하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매화 가지가 올라온 부분과 화기(花器)의 비율은 5 대 3 정도로 하는 것이 좋다. 물속에 잠긴 나뭇가지는 비스듬히 누이면 봄의 역동성을 느낄 수 있다. 꽃 시장에서 매화 가지를 단으로 사면 꽉 묶여 있는데 나뭇가지를 하나하나 분리해 새로 꽂아야 잔가지의 생기를 잘 표현할 수 있다. 흰 꽃의 화사한 느낌을 더 살리고 싶다면 흰색 신비디움을 매화 가지 사이에 꽂아도 된다.

매화나무를 통째 꽂아도 멋스럽지만 잔가지를 잘라 ‘리스(wreath·화환)’로 만들면 활용도 높은 인테리어 소품이 탄생한다. 보통 리스는 둥근 형태를 주로 사용하지만 성냥개비를 쌓아 올리듯 사각형으로 쌓아 올리면 이색적인 느낌을 준다. 매화 가지는 굵은 것을 맨 밑바닥에 놓고 다른 잔가지들을 격자 형태로 돌려가며 쌓는다. 가지는 튼튼한 밴딩와이어를 사용해 군데군데 묶어준다. 이때 주의할 점은 여러 개의 가지를 한꺼번에 묶지 않고 2개씩만 묶는 것이다. 그래야 매화 가지의 볼륨감을 잘 살릴 수 있다. 대신 묶을 때는 힘을 줘 단단하게 묶는다. 시간이 흐르면 가지에서 수분이 빠져나가 리스가 느슨해지기 때문이다.

매화를 얹을 때는 한 방향만으로 얹지 않고 역방향으로 번갈아 가면서 쌓아야 꽃과 가지를 고르게 분산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든 매화 리스는 벽에 걸어도 되고 액자나 장식틀 등으로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다.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디퓨저나 장식품을 올려놔도 되고, 식음료를 감싸는 틀로도 활용할 수 있다.

(3) 매화나무의 잔가지는 리스로 만들어 액자나 장식틀로 사용할 수 있다. (4) 올해의 트렌드 색상으로 연출한 히아신스와 라넌큘러스 꽃다발. (5) 주황색 라넌큘러스는 한 송이씩 빈 탄산수 병에 꽂아 욕실이나 주방에 두면 잘 어울린다. (6) 봄꽃과 허브 모종을 피크닉 바구니에 담으면 이색적인 인테리어 소품이 탄생한다.

꽃 한 다발로 따라잡는 올봄 트렌드

봄꽃을 연출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절화(切花)를 사용하는 것이다. 절화란 우리가 흔히 꽃집에서 볼 수 있는 뿌리를 자른 꽃대를 말한다. 봄에 피는 꽃은 그 자체로 싱그럽고 충만한 기운을 머금고 있어서 한 종류로만 꽂아야 더 싱그러워 보인다. 꽃다발을 만들 경우도 두 종류 정도만 사용해서 표현하는 것이 좋다. 채 실장은 흔치 않으면서도 가정에서 쉽게 연출할 수 있는 봄꽃으로 히아신스, 수선화, 아네모네, 라넌큘러스 등을 추천했다. 특히 히아신스와 라넌큘러스를 이용해 핸드타이드(hand tied) 꽃다발을 만들면 사랑스러운 봄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꽃 시장에서 히아신스와 라넌큘러스를 구입한 뒤 히아신스를 먼저 다듬는다. 히아신스는 올봄 트렌드 컬러인 ‘레이디언트 오키드(난초)’에 가까운 연보라 색상으로 골랐다. 히아신스는 튤립처럼 알뿌리가 있고 잎이 많기 때문에 불필요한 잎을 떼내면서 가지런히 한 손에 모은다. 꽃대끼리 엉키지 않도록 하면서 꽃대가 가지런하게 사선 방향이 되도록 잡는다. 여기에 톤이 비슷한 핑크 색상의 라넌큘러스를 사이사이에 넣고 꽃대를 가지런히 정리한다.

자를 부분을 감안해 꽃대의 5분의 3이 되는 지점을 포인트로 잡고 라피아(raffia·나무껍질로 만든 끈)로 두 번 감아 리본 형태로 묶는다. 라피아가 없으면 종이끈이나 실을 이용하면 된다. 가급적 철사는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봄꽃의 꽃대는 무르기 때문에 철사로 감으면 꽃대가 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묶은 꽃다발은 흰색 화병이나 투명한 유리병에 꽂는다.

또 다른 트렌드 컬러인 ‘프리지아(프리지아 꽃)’ ‘셀로시아(맨드라미의 일종) 오렌지’ 역시 절화를 이용하면 쉽게 연출할 수 있다. 여기선 프리지아와 같은 색상이면서도 봄의 청초함을 느낄 수 있는 노란 수선화를 유리병에 꽂아 연출했다. 수선화의 물은 이틀에 한 번 찬물로 갈아주는 것이 좋다. 수선화를 병에 다시 꽂기 전에 물속에 담근 채 뿌리 끝을 잘라주면 줄기의 물구멍이 다시 살아나면서 수선화를 오래 보존할 수 있다. 셀로시아 오렌지 느낌을 표현하고 싶다면 주황색 라넌큘러스를 추천한다. 라넌큘러스는 한 송이씩 긴 병에 꽂는 것이 예쁘다. 빈 탄산수 병이나 와인 병 등을 활용해 한 송이씩 꽂은 뒤 욕실이나 주방에 두면 잘 어울린다.

오래가는 아름다움, 모종 활용하기

꽃을 활용한 인테리어의 가장 큰 단점은 지속 기간이 길지 않다는 점이다. 오죽하면 김영랑 시인은 지는 모란을 보며 ‘찬란한 슬픔의 봄’이라 했을까. 꽃의 아름다움은 짧고, 짧기에 더 아름다운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꽃의 아름다움을 조금 더 오래 지속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꽃의 뿌리를 그대로 살리는 것이다. 뿌리가 담긴 모종을 사서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용기에 담으면 이색적인 인테리어 소품을 완성할 수 있다. 채 실장은 꽃모종은 다양한 것으로 준비하되 화기로 사용할 용기의 색상과 소재를 통일하라고 조언한다.

봄이라고 해서 분홍색이나 노란색 등의 화분을 사용하기보다는 봄꽃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베이지나 그레이 등 차분한 색상의 화기를 사용하는 게 더 세련되게 연출하는 방법이다. 여기서는 진한 베이지 색상의 왕골 소재 제품들을 사용했다. 우선 피크닉 바구니에 비슷한 색상의 천을 깐 뒤 다양한 봄꽃과 허브들을 담아 ‘봄꽃 도시락’을 연출했다. 집 안에 있는데도 마치 소풍을 나온 듯한 설렘을 불러일으킨다.

같은 소재로 된 작은 통에는 히아신스 뿌리와 프리뮬라 모종을 따로따로 담았다. 이들은 같은 색상과 재질을 사용했기 때문에 베란다 같은 곳에 무리를 지어 연출해도 잘 어울리고 수납장이나 책장 등 빈 공간에 하나씩 단품으로 연출해도 전체적으로 통일된 느낌을 준다. 다만 왕골 소재를 화기로 사용할 경우 물이 새지 않도록 안쪽에 비닐을 깔거나 플라스틱 병을 잘라서 모종을 담아야 한다. 집에서 사용하는 머그컵도 좋은 화기가 된다. 시중에서 화분을 고를 때는 색상을 선택하는 데 제한이 있게 마련이지만 머그컵은 색상이 다양하기 때문에 원하는 대로 연출이 가능하다. 머그컵 역시 물이 빠져나가는 구멍이 없기 때문에 썩지 않도록 물을 조금씩 자주 줘야 한다.

글=김경진 기자 , 사진=김상선 기자
도움말 =채송아 지스텀 실장, 장소 협조=더 플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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