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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CPX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작년에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영화 『소일렌트·그린』은 50년 후의 「뉴요크」를 무대로 하고 있다.
인구가 현재의 5배나 늘어난 4천만명의 「뉴요크」 시민들은 대부분이 식량 부족으로 비틀거리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매주 일요일에 배급하는 『소일렌트·그린』이라는 인공 식품으로 겨우 배를 채우는 것이다.
바다의 「플랑크톤」을 원료로 하여 「소일렌트」 회사가 만들어내는 이 합성 식량은 사실은 인체가 원료였다. 어느 사이엔가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상황에 접어든 것이다.
물론 공상 과학 영화의 얘기다. 그러나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다. 이미 온 지구가 절망적인 죽음의 행진 길에 오르고 있음을 암시한다.
전문가의 계산으로는 오늘날 세계의 식량 생산은 7억t이라는 35억명 분에 해당된다. 따라서 오늘의 세계 인구를 37억명으로 잡는다면 2억명은 굶주리게 마련이다.
미국에서 인구 증가 「제로」 운동을 추진하고 있는 「폴·엘리크」 교수는 더욱 끔찍한 얘기를 하고 있다. 『오늘의 세계 인구는 4배나 정원 초과며 서기 2천년에는 30억명 밖에 생존할 수 없다』고….
이렇게 식량 절대량이 부족하면 자연 식량은 석유 이상으로 끔찍한 무기가 된다.
이미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지 않는 나라는 미국과 「캐나다」 이외에는 거의 없다. 그런 미국도 식량 자급이 어려워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미국의 식량 수출이 끊긴 것을 예상해야 할 것이다.
최근에 일본 농림성에서는 식량의 수입 「루트」가 완전히 끊긴 다음의 사태를 가상한 모의 실험을 했다. 일종의 식량 CPX다.
쌀이 남아돈다는 일본도 식량 자급율은 40%밖에 안 된다. 더우기 식량 자급율은 인구 증가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본으로서도 여간 심각한 얘기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휴간지를 부활하고 「골프」장의 3분의2를 농지화 하는 등 식량 증산에 총력전을 벌여도 겨우 1인당 2천1백 「칼로리」의 영양을 섭취할 수 있을 뿐이다.
그것은 종전 당시처럼 간신히 기아를 면할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도 전 인구에 골고루 식량이 돌아간다는 보장은 없다. 이런 도상 연습은 어디까지나 「컴퓨터」에 의 한 계산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에 우리 나라에서도 같은 연습을 한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우리는 그저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그것도 끔찍한 짐작을.
우리 나라에서도 도상연습이니, CPX니 하는 말은 자주 들어온 말이지만 막상 식량 CPX한가지를 하려고 하더라도 「컴퓨터」에 켤 수 있는 숫자들이 모두 정확치 않은 것이 큰 탈이다. 그러니 우리는 모든 걸 아직 주먹구구식으로 할 수밖에 없다. 또한 매점·횡령·암거래 등의 인적 상황이 빚어내는 오차도 가려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게 우리에게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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