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명성」에만 치우친 재외 음악가 초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내년의 광복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념 음악제에 재외 음악인 10명을 초청하기로 내정했다.
금년 초부터 계획된 광복30주 기념 음악제는 내년 8월 14일부터 25일까지로 날짜를 잡고 있는데 현재까지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아직 짜여지지 않고 초청자만 결정, 지난주부터 출연 교섭을 시작했다. 한국 음악 협회가 추천한 30여명의 재외 음악인들 중에서 문공부가 최종 선발한 이들 초청자는 지휘자로 원경수씨(미 「스탁튼」교향악단 상임 지휘자)와 김생려씨(전 서울시향 상임·미국 거주), 「피아노」에 한동일·이대욱·백건우·정명훈씨, 「바이얼린」에 정경화·김영욱·강동석씨, 「첼로」에 정명화씨로 대부분 미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국내에 잘 알려진 음악가들이다.
음악제의 경비는 문공부에서 담당하고 「스케줄」이나 「프로그램」 등의 음악적인 문제는 한국 음악 협회가 주관하고 있는데 아직 이들 10명이 출연 확정이 된 것은 아니라고 당국자는 말한다. 그것은 이들의 연주 「스케줄」문제도 있고 출연료와 여비 문제, 독주나 협연의 문제 등 구체적인 계획이 전혀 마련되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 이중 한동일·김영욱·강동석씨가 『구체적 조건을 알려 달라』는 회신을 보내 왔을 뿐 아직 초청을 승낙한 사람은 없다.
문공부와 음협은 지난주- 최종적으로 10명을 확정하고 참석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한편 음악계에선 이번의 음악제가 전에 없이, 대규모로 계획되고 있는 만큼 특히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 음악인들을 초청하는데 있어 『좀더 폭넓게 젊은 음악인들을 선정해야 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들 10명은 대부분 이미 국내에서 연주회를 여러번 가진 사람들이며 국제 「콩쿠르」에 입상하여 해외에서도 튼튼한 기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음악인을 키우기 위한 음악제가 되기 위해선 정상급보다는 젊은 유망주들을 불러 이들을 격려하고 또 새롭게 국내「팬」들에게 그들의 재능을 인정시키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평론가 김형주씨는 말한다.
더우기 이번 인선이 너무 개인적인 명상에만 치우친 나머지 분야별로 한정된 인상을 준다고 불평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음악·작곡 등 국내 음악계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분야가 빠졌다는 것이다.
『외국에서 훌륭하게 활동하는 사람들은 국내 음악인들에게 커다란 격려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느 분야보다도 작곡이나 음악 부문의 유망주를 초청해야 되는데 인기만 생각해서 음악제를 계획한다는 것은 별 뜻이 없습니다』 이대 김자경 교수는 오랜만의 대 음악제가 「이름」보다는 「효과」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음악 협회가 집계하고 있는 해외 거주 한국 음악인은 3백여명. 이중 「줄리어드」음악학교에만 50여명이 수학하고 있는데 이들 중 국내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지만 상당한 활약을 하고 있는 음악인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1차적으로 고국 무대에 서고 싶어하지만 국제「콩쿠르」에 1등을 하지 않는 한 어렵다. 『모처럼의 광복기념 음악제인 만큼 더 많은 자랑스런 한국인을 국내 무대에 불러와야 할 것』이라고 많은 음악인들은 이번의 인선에 불만을 표시했다. <윤호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