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결혼 연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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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가계를 계승하고 자손을 낳아 혈통을 잇는 일을 중요시하던 가족주의가 붕괴되고 서구식 개인주의가 도입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결혼 연령은 높아져왔다.
1925년에는 평균 결혼 연령이 남 20.2, 여 16.7세였었으나 73년에는 남 27.1, 여 23.3세인 것이다. 평균 결혼 연령이 특히 높아진 시기는 1950년 전후 (1940년 남 21.7, 여 17.5, 1950년 남 25.4,여 21.5).
해방 후 경제 질서가 혼란해지고 미국식 현대사조가 몰려들어온 시기와 일치한다.
공세권 씨 (가족계획 연구원)에 의하면 서울 등 대도시의 일부에서는 70년대 전후부터 혼기를 다시 앞당기는 경향이 현저히 엿보인다.
그래서 69년 (남 29.0, 여 24.3) 가장 만혼이었던 결혼 연령은 71년 (남 26.8, 여 23.0)에는 조금 당겨졌다가 73년 (남 27.1, 여 23.3)에는 다시 조금씩 늦춰지고 있다.
평균 결혼 연령이 늦춰지는 원인은 여러 가지로 해석된다. 고등교육까지 마치는 경우 더욱 두드러지지만 일반적으로도 교육을 받는 기간이 길어졌다는 점, 남자의 경우 병역 기간이 있다는 점, 결혼 당사자들은 자신이 결혼을 위한 생활기반을 마련해야한다는 점등을 들 수 있다.
최신덕 교수 (이대 사회학)는 여성들에게 교육의 기회와 직업활동의 기회가 주어진 점, 평균 수명이 연장된 점등도 중요원인으로 지적했다. 일찍 결혼, 다남 하면 다복하다는 관념이 깨지고 대신 「결혼은 문제의 시작이며 인생의 문턱」이라는 분위기가 사회에 퍼진 것도 혼기를 늦추는 요소가 되고있다. 결혼 전 사회경험과 이성을 판단하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젊은 사람들의 생각, 자유롭게 이용되는 갖가지 「레저」 활동의 보급 등도 영향을 미친다.
「결혼은 꼭 해야하는가」를 회의, 독신자가 늘어나는 반면 결혼을 하는 사람들의 평균 결혼 연령은 한국보다 훨씬 빠른 미국 (72년 남 여 23.3, 20.9)과는 달리 70년 이후에도 조금씩 늦춰진 한국인들의 평균 결혼 연령은 사회의 직업구조가 안정될 때까지는 당분간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추측된다. <박금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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