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요우커들, 알뜰해졌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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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달라졌다. 알뜰해지고 꼼꼼해졌다. 한국의 20대가 선호하는 톡톡 튀는 중저가 브랜드에 몰리는가 하면 스마트폰으로 중국 현지가격과 비교해가며 쿠폰·경품까지 챙긴다. 올 춘절(春節·설) ‘한국 백화점 쇼핑’에서 나타난 변화다.

 지난달 31일~이달 6일 춘절 기간을 전후로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 중국인 매출은 지난해 춘절에 비해 125~174% 증가했다. 백화점의 중국인 매출은 매년 세 자릿수로 증가 추세다. 그런데 해를 거듭하면서 이들의 쇼핑 행태도 바뀌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경우 국내 20대 고객이 선호하는 개성 강한 온라인 패션브랜드 ‘스타일난다’가 올 춘절에 처음으로 중국인 구매 건수 1위를 차지했다. 최근 2년 동안은 중국인이 유독 선호하는 명품브랜드 ‘MCM’이 부동의 1위였다. 스타일난다는 가격대가 낮은데도 불구하고 매출액 순위에서도 프라다·크리스찬디올 등 고가 수입 브랜드를 젖히고 7위를 기록했다. 저가 브랜드가 매출액 10위권에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대가 선호하는 톡톡 튀는 디자인의 화장품 ‘투쿨포스쿨’이 MCM에 이어 구매건수 3위를, SM 가수 관련 상품을 파는 ‘SM 타운’이 4위를 차지했다. ‘원더플레이스’ ‘라빠레뜨’ 등 한국에서도 20대가 주고객인,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개성이 뚜렷한 브랜드가 중국인 구매건수 상위권을 채웠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도 활발하다. 현대백화점은 11일 “춘절을 앞둔 지난달 20일부터 4일 만에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회원이 100만 명 늘었다”며 “하루 수백 건씩 맛집과 연예인 브랜드를 묻는 쪽지가 날아온다”고 밝혔다. 자유여행 요우커가 늘면서 온라인으로 사전 정보를 탐색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스마트폰으로 중국 현지 판매가격과 매장 가격을 비교하는 요우커를 곧잘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큰손’도 여전하다. 명품 핸드백·의류에서 가구나 혼수·예물까지 구매폭이 넓어지고 있다. 신세계 본점 중국 고객 통역 담당자 강유리씨는 “한국 드라마에서 본 가구나 생활소품을 사진을 가지고 와서 보여주며 구매해 간다”고 말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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