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경고한 IMF 연차보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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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늘의 세계경제는 악성적이며 범세계적인 「인플레」경향과 지난날의 급성장에 대한 반동으로서의 성장감속, 그리고 국제수지의 대폭적인 불균형을 3대 특징으로 하여 제2차 세계대전이후 가장 복잡하고도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IMF는 연차보고서에서 지적했다.
세계경제를 지배해온 소수 주요선진국의 경제가 유류파동·자원파동을 고비로 재편성과정에 있으며 국제수지의 범세계적인 구조가 「아랍」세력의 경이적인 대두로 급변함에 따라서 국제통화 무역면에 새로운 과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폭주하는 세계「인플레」는 그동안 유동성과잉 문제로 흔들려 오던 국내통화 질서를 반전시켜 유동성 부족 상태로 함입시키려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올해만도 경상수지 흑자가 6백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이른바 산유국의 「오일달러」가 재래의 국제자본시장 구조와 적절히 융화되지 않고 있어 통화질서의 재건이라는 난제에 새로운 부담을 주고 있다. 「유러달러」시장은 이제 불안의 극에 이르고 있으며, 각국의 중앙은행은 잇단 상업은행의 파산이 일반적인 공황상태로 발전하지 않도록 무제한 지원해야 할 상황속에 있다.
또 주요 선진국들은 자체의 국제수지 적자를 방위키 위해 보호주의적인 색채를 강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앙은행간의 통화지원이라는 좋은 협조관계의 전통을 버리기 시작하고 있다.
이미 태풍의 눈으로 허가되고 있는 이태리 경제에 대한 통화지원 문제에서 각국이 소극적으로 변신하고 있는 사실로 미루어 보아 국제경제의 장래는 낙관보다 비관적인 쪽으로 기우는 감이 없지 않다.
물론 파국을 예상해서 각국이 협조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사실은 모두 인정하고 있으나 미국과 서독, 그리고 정도는 약하지만 일본을 제외하면 타국을 도울 수 있는 선진경제가 없다는데 협조의 한계성이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가고 있는 것이다. IMF는 각국이 절도와 균형회복을 위한 노력으로서 수요압력의 완화와 실업률의 상승을 불가피한 것으로 평가하면서 소득정책이 재검토되어야 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지나친 금융긴축이 위험을 수반한다는 사실은 물론, 국제수지 적자를 「커버」키 위한 채무누적의 위험성도 경고하고 있다. 또 채무누적을 회피키 위한 환율조정이 타국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도 IMF는 경계하고 있다.
그러므로 IMF는 국제수지 적자국이 채무증가와 환율조정을 적절히 조화시킬 것을 권고하는 한편, 경상거래를 제한해서는 아니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IMF의 연차보고서가 지적하는 문젯점이야 어떠하든 현실적으로는 IMF조차 어떻게 오늘의 세계경제에 대처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냐에 대해 자신있는 처방을 내리지 못했다는 점을 더 중요시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올해 들어 중앙은행의 외화예치금 계정이 2천억원 수준이나 줄고있는 실정이므로 외환보유고의 내용이 자산적 성격에서 부채성으로 전환되고 있는 과정에 있다. 이처럼 부채누적에만 의존하는 방식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IMF조차 경고하고 있음을 상기할 때 부채증가와 환율조정을 안배하라는 IMF 견해는 우리로서 깊이 음미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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