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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파워 … 고이즈미도 맥 못 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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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고이즈미(左), 호소카와(右)

한때 폭발적 인기를 구가했던 일본의 전직총리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71),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76) 콤비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벽을 넘지 못했다.

 9일 실시된 일본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고이즈미 전 총리의 전폭적 지원 속에 아베 정권에 도전장을 냈던 호소카와 후보는 아베 총리가 지원한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65) 전 후생노동상에게 더블 스코어로 패했다. 호소카와는 3위에 그쳤다.

 당초 일본 정치권은 총리 재임 중 높은 지지율을 자랑했던 고이즈미가 1993년 자민당 정권을 뒤엎고 총리로 취임했던 호소카와와 손을 잡을 때만 해도 “정치권에 태풍을 몰고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찻잔 속의 태풍’이었다.

 고이즈미는 총리 재임 시절 ‘우정민영화’라는 단일 쟁점을 내걸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탈(脫)원전’을 주창했지만 도쿄 유권자들은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당장 도쿄에 원전이 없는 데다 고령화사회에 따른 복지, 고용창출 문제를 더 시급한 과제로 봤다. 아베 총리가 민 마스조에 후보의 경력(후생노동상)이 오히려 더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호소카와는 패인에 대해 “출마를 망설이는 바람에 준비기간이 짧았고 ‘탈원전’이 쟁점으로 다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두 전직 총리가 이미 70대의 나이에 들어서 신선미가 떨어진 것도 패인으로 꼽힌다. 나아가 우정민영화 선거 때만 해도 TV를 틀기만 하면 고이즈미의 모습이 나올 정도였지만 이번 선거에선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철저히 고이즈미를 외면했다. 하지만 ‘헨진(變人·괴짜)’으로 불리는 고이즈미는 개표 뒤 “아쉬운 결과이지만 앞으로도 ‘원전 제로’의 나라를 만들기 위해 미력이나마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 결과로 아베 정권의 독주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번 선거가 “아베 정권 (1년여 동안의) 중간평가”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극우성향이 강한 다모가미 도시오(田母神俊雄) 전 항공막료장(공군참모총장 격)이 출구조사 결과 20대 유권자 층에서 2위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일본 젊은 층의 보수화도 두드러졌다.

다모가미 후보는 30대 유권자로부터는 호소카와(15%)보다 많은 17%의 지지를 얻어 3위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일 언론들은 “전쟁을 잘 모르는 젊은 세대들에 대한 다모가미 후보의 인터넷 선거운동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모가미는 일본의 전후 교육이 ‘자학사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주의적 교육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도쿄도지사 선거 지원 대결
'아베의 남자' 마스조에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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