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hi] 쿨 세대 잡아라 … 겨울 신주류는 X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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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소치 겨울올림픽엔 모두 98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이 중 12개는 이번 대회에서 처음 정식 채택된 종목에 걸린 메달이다. ‘여자 스키점프’처럼 성별의 벽을 무너뜨리면서 추가되거나 ‘피겨스케이팅 단체전’ ‘루지 계주’처럼 기존 종목을 쪼갠 것도 있지만 알 듯 말 듯한 종목도 생겼다.

 ‘스키 하프파이프’ ‘스키 슬로프스타일’ ‘스노보드 평행회전’ 등이다. 공중에 날아올라 돌고 장애물을 넘어 묘기를 부리는 ‘익스트림 스포츠(X게임)’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보도에서 이들을 ‘쿨 종목(cool event)’이라고 부르며 “올림픽에 관심 없는 젊은이들을 끌어당기기 위해 추가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년의 스포츠 팬은 낯설겠지만 그것이 바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의도하는 바”라고 전했다.

 역대 최다인 소치 겨울올림픽의 신설 종목은 2011년 4월 IOC 집행위원회에서 채택됐다. 추가된 12개 중 8개가 이른바 ‘X게임’이다. 1998년 일본 나가노 겨울올림픽 때 4개의 금메달로 처음 등장한 스노보드는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 때 금메달 2개를 추가하더니 이번엔 10개가 됐다. 자크 로게 전 IOC 위원장은 당시 “매우 박진감 넘치고 팬들을 즐겁게 해 주는 종목이다”고 밝혔다. 젊은 층으로 겨울올림픽의 저변을 넓히려는 의지를 드러낸 말이다. 미국의 스포츠전문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이에 대해 “IOC는 더 젊고(younger), 더 세련되고(hipper), 더 멋지고(edgier), 더욱 힘이 넘치는(more robust) 겨울올림픽을 만들고자 한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IOC의 행보는 수차례 언급된 올림픽의 상업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미국의 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NBC에 따르면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시청자의 상당수는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었다. 반면 시청률이 최고였던 순간은 스노보드 선수 숀 화이트와 스키선수 린지 본이 금메달을 땄을 때였다.

 2006·2010년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숀 화이트는 미국 최고의 스포츠 스타 중 하나다. 레드불·오클리·타깃·HP 등 세계적인 기업과 계약을 맺었고 트위터 팔로어가 120만 명이다. 이들 없이는 방송사와 광고주, 코카콜라·맥도날드 등 올림픽 공식 후원사가 막대한 비용을 들일 이유가 없는 셈이다. NBC방송의 책임프로듀서 짐 벨은 “이들은 운동하고 금메달 따는 로봇 같은 선수들과는 달리 개성이 뚜렷하고 에너지가 넘친다”며 (이들의 등장은) 올림픽에도, 방송사에도 좋은 일이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대회의 경기 일정은 겨울올림픽의 새 주인공이 누군지 보여 준다. 17일의 올림픽 일정 중 프리스타일 스키와 스노보드는 14일에 걸쳐 치러진다. 전통의 인기 종목인 피겨스케이팅 일정은 6일에 그친다. X게임을 통해 최대한 오래 시청자를 붙들어 두려는 포석이다. IOC 컨설턴트로 활동했던 한 마케팅 전문가는 “언제까지 피겨 타령만 할 수는 없다”며 “올림픽 시청자를 늘리기 위해선 X게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홍주희 기자

소치 올림픽 등장한 X게임

스키 슬로프스타일 : 스키를 타고 다양한 묘기를 연출. 슬로프스타일의 스키 버전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 : 슬로프를 내려오며 장애물을 이용해 다양한 묘기를 연출.
스노보드 평행회전 : 두 명의 선수가 기문을 통과한 뒤 먼저 결승점에 도착하는지 겨룬다. 
스키 하프파이프 : 반원통형 슬로프 양쪽 벽 오가며 묘기 연출. [사진 AP=뉴시스, USA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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