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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미 하는 세계경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불황 속의 「인플레」 장기화와 경기전망의 불투명, 국제통화제도의 불안, 무역경쟁의 격화, 「오일·쇼크」 등으로 미증유의 진통을 겪고있는 세계경제는 아직도 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여 구미의 금융 및 자본시장은 최악의 사태로까지 번질지 모를 혼돈 상을 드러내고 있다. 외환거래의 실패로 구주의 은행계가 잇달아 경영위기를 맞는가하면 「뉴요크」「월」가의 증권시장은 주가의 하락으로 고통을 겪고있다. 【외신종합】

<금융시장>많은 은행 경영위기에|외환투기결손 잇달아|「변동제」의 새 병폐로 나타나
급격한 외환시세의 변동 때문에 구미은행들이 심한 결손을 입어 잇달아 경영위기에 빠짐으로써 정상적 신용 불안이 계속 확산되고있다.
서독의 「헬름슈타트」은행과 미국의 「프랭클린·내셔널」은행이 외환결손으로 심한 경영불안에 빠진데 이어 「유러달러」시장의 본산인 영국 「런던」에서도 「로이드」은행이 약 3천3백만「달러」의 외환손실을 입었다. 구미은행의 경영위기로 「유러달러」시장에 대한 불신감이 계속 높아지고 특히 중소규모의 은행들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있다.
이러한 「유러」시장에 대한 불신감 때문에 일반 중소규모 은행들은 자금유지에 심한 어려움을 겪고있으며 대규모자금은 신용이 튼튼한 미국계의 큰 은행들에 몰리고있다.
「유러달러」시장의 신용저하는 「오일달러」를 「유럽」으로부터 이산시켜 가뜩이나 석유가 폭등으로 인한 국제수지 적자에 곤란을 겪고있는 「유럽」제국을 더욱 곤경에 몰아넣고 있다.
이러한 구미은행의 연쇄적 결손은 전면적 「플로팅」제에 발단을 두는 것으로서 IMF(국제통화기금) 측에서도 「플로팅」제의 새로운 폐해에 대해 제도적 시정이 있어야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있다.

<자본시장>73년 이후 주가 계속 하락|뉴요크 증시 상장주식 총액 3천억불 줄어|전반적 경기침체에 원인
미국경제는 지난 30년대이래 처음으로 공황의 위기에 직면하고있다.
이와 같은 사실은 경기변동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증권시장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고있다.
증권시장의 동향을 표시하는 대표적 지수인 「다우·존즈」지수(25∼26년 평균=1백)는 68년12월3일 9백85에서 70년의 불황을 맞아 5월26일에는 6백31까지 내려갔었다.
그러나 72년 하반기부터 「붐」이 일자 73년1월11일에는 사상최고인 1천51까지 급등, 과열상태를 보이다가 그후부터 계속 하락해서 지난 8월30일에는 6백79로 집계되었다.
문제는 주가지수의 이와 같은 하락세가 최근에는 하루 18「포인트」에 이르는 등 갈수록 격화된다는 점에 있다.
전문가들의 계산에 의하면 「뉴요크」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가 총액은 그동안의 시세폭락으로 작년 1월보다 3천억「달러」나 줄었다고 한다.
지난 29년의 대공황도 주가의 폭락으로 거래가 중단되면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증권시장의 불안정이 현재 어느 정도로 심각한가는 1년 전 1백50만「달러」에 사들인 증권이 지금은 50만「달러」밖에 안 된다는 사실에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뉴요크」에서 모회사의 중역으로 일하고있는 한사람은 당시 80만「달러」를 은행에서 빌었었는데 지금 그의 주식을 매각한다면 자기 돈 70만「달러」를 고스란히 날리고도 30만「달러」를 더 보태야 은행 빚을 갚을 수 있다.
이와 같은 비극은 증권거래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의 하나다.
대통령 경제자문위의 최근 보고에 의하면 올해 실질성장률은 당초 예상했던 1∼2%에서 다시 후퇴, 0∼1%로 되어있다.
따라서 전반적인 경기침체가 증권시장을 계속 자극할 경우 사태는 최악의 상태까지 번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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