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지방순회 독주회 갖는 피아니스트 장혜원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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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그 동안 주로 해외연주를 많이 해왔던 「피아니스트」 장혜원 교수(이대)가 올 가을 오랜만에 서울과 지방에서 순회독주회를 계획했다.
『독주회를 갖는다는 것이 우리 실정에선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많아요. 그래서 자꾸 해외 초청 연주회만 한 셈이지요.』그는 68년 서독유학에서 돌아와서 가진 귀국독주회를 『너무 어렵게 치렀기 때문에』 좀처럼 독주회를 열 엄두를 못 냈다고 한다.
독주회 「프로그램」에서부터 초대권 처리까지 음악 이외의 잡다한 사무적인 일에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연주가가 발표회를 갖는다는 것은 바로 음악을 통한 새로운 발견에 보람을 느끼는데 뜻이 있지요』
특히 그는 이러한 연주회가 하루저녁 1회의 공연으로 끝나기보다 연속적으로 음악의 세계를 깊게 음미하는 순회연주가 더 큰 보람을 준다고 말한다.
64년 서독 국비장학생으로 「프랑크푸르트」음대에 들어갔던 장 교수는 68년 귀국 후 이대 교수로 있으면서 「홍콩」과 동남아·「유럽」등지 순회연주를 위해 거의 매년 방학 때마다 여행을 했다.
『올해는 그동안 쌓아왔던 내 나름대로의 음악세계를 우리 무대에서 평가받고 싶어요.』 그 동안 협주회나 「조인트·리사이틀」은 많이 가져 왔지만 본격적인 국내 독주회는 6년만에 처음 갖기 때문에 약간 두렵기까지 하다고 그는 말한다.
장 교수는 이 오랜만의 독주회를 부산·대구·광주 등지의 지방순회까지로 확대시켜 『서울중심의 무대를 넓혀보겠다』고 다짐한다.
『지방에도 열렬한 「팬」은 많지만 음악회를 열어줄 만한 중간단체가 없어 안타깝습니다.
10월 하순에서 11월 초순까지로 독주회 날짜를 잡고 있는 장 교수는 지난 7월 여름방학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갔다. 「레퍼터리」는 「모차르트」 「베토벤」 「브람스」 「쇼팽」 「리스트」등 평소 그가 즐겨 다루는 곡들과 또한 「학구적으로 해보고 싶었던」 작품 20여 곡을 준비하고 있다.
이 중 독주회에선 5곡을 연주하는 데 그는 이번 순회독주회가 끝나면 곧 내년 초 「유럽」 순회연주회를 갖는다.
『이번 여름은 완전히 연주준비로 보내고 있습니다.』 그는 올 여름 피서여행도 취소하고 가을·겨울 겹쳐 짜여진 독주회 「프로그램」과 씨름하고 있다..
서울 녹번동의 조용한 연습실에서 하루 내내 「피아노」곁을 떠나지 않는다는 장 교수는 『과일 먹는 때가 유일한 휴식시간』이라고 했다.
『나로선 처음으로 지방에서 독주회를 갖기 때문에 무척 신경이 쓰여집니다』 「레퍼터리」 선택에서 그는 좀더 지방 「팬」과 가까워질 수 있게 익숙한 곡들을 섞었다고 말한다. <윤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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