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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모습의 문학동인 활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문학잡지의 수효가 엄청나게 불어나고 동인지성격을 띤 문학지까지 폭넓은 독자를 대상으로 상업성을 띠게 됨에 따라 문학동인의 성격도 과거에 비해 많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창조」(김동인·주요한·전영택 등)「폐허」(염상섭·오상순 등)「장미촌」(황석우·박종화·변영노 등)「백조」(나도향·이광수·현진건 등)같은 동인지가 보여주었던 것처럼 신문학초기의 동인활동은 범문단적 성격을 띠었으며 각「그룹」은 그 나름의 독특하면서도 일관된 문학적 흐름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후의 동인활동도 인적 구성이나 활동규모에 있어서는 전보다 다소 위축된 감을 주었으나 본질적인 성격상 초창기의 동인활동을 그대로 이어받아 왔다.
이러한 동인활동의 양상은 그 나름의 뚜렷한 방향을 제시한 문학지들이 속속 창간, 문학작품의 발표지면이 넓어지면서 달라지기 시작, 전혀 다른 방향에로의 전환을 보여주고 있다.
가령 같은 해에「데뷔」한 문인들끼리 동인을 만든다든가 같은 직업을 가진(문학 이외의) 문인들이 정기적으로 동인지를 내는 것은 오늘날 동인활동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과거의 동인성격을 그대로 이어받은 문학동인이 아주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이들의 개별활동이 아닌 동인으로서의 활동이 정체되어있는데 비해 새로운 성격의 동인모임이 적극적인 문학활동을 벌이고 있음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69년 석지현씨(스님)가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시단에「데뷔」한 후 신춘문예 혹은 문학지 추천을 거쳐 많은 승려시인들이 배출되었다. 그 중 11명(김원각 김정휴 김준현 석성우 석성조 석지현 이경안 이병석 조오현 이향봉 정다운)의 승려시인들이 뜻을 모아「승려시집」제2호를 내놓았다. 우리 문학사상 최초의 승려시 동인이 될 것 같다.
73년 서울의 7개 일간지 신춘문예를 통해 시인으로 같이 출발한 7명의 신예시인들이「73그룹」이란 이색적인 동인(김승희 이동순 정호승 김명인 윤상운 김창완 하덕조)을 만들고 동인시집 제2집을 내놓았다.
중앙도서전시관의 집계에 따르면「베스트셀러」「리스트」에 오를 만큼 많이 팔리고 있다하는데 이러한 성격의 동인지가 그처럼 좋은 반응을 얻고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앞서의 두 동인과는 성격이 다소 다르지만 호남지방 8명의 젊은 소설가들(한승원·주동후·이명한·이계홍·문순태·김제복·김신운·강순식)이 정기적으로 내놓고 있는 동인지「소설문학」도 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단순히 발표지면을 얻기 위한 것도 아니고 중앙문단에의 소외감 때문만도 아닌 이들의 활동은 새로운 형태의 동인활동으로 값이 있는 것이 될 것이다.
이 밖에 시조시인의 모임인 토요동인회(강운회 유제하 유재영 김상희 등)의「삼장시」, 목마시대 동인회(김경수 이추림 정공채 이일기 등)의「시인회의」, 잉여촌 동인회(유자효 윤상운 김성춘 등)의「인상」등 동인지들도 비록 이것이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동인활동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정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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