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보다 인재 … 카타르 코넬대, UAE 뉴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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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1인당 GDP(국내총생산) 10만5000달러로 세계 2위, 천연가스 세계 최대 수출국, 석유생산 세계 18위. 중동 페르시아만의 인구 200만 소국 카타르의 경제력이다. 같은 걸프국인 아랍에미리트(UAE)도 이에 못지않다. 1인당 GDP 4만3000달러, 석유생산 세계 8위국이다.

 지구상에 먹고살 걱정 없는 몇 안 되는 나라들이다. 하지만 오일머니로 강소국이 된 이들도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자원이 고갈되고 나면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를 미리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만이 미래에 살길’이라는 것이 공통의 해답이다. 석유가 발견되기 전 진주 채취와 해상무역으로 가난하게 살았던 시대로 돌아가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고급 인재를 양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UAE와 카타르 등 국부가 넘쳐나는 걸프국들은 미국과 유럽의 전통 명문대를 유치해 고등교육을 강화함으로써 제2의 번영을 위한 토대를 다져나가고 있다. 특히 최근 이곳에 진출한 미국 뉴욕대(NYU), MIT대, 조지타운대, 카네기멜런대, 프랑스 파리-소르본대,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과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등 세계 최고의 명문대학들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들 대학의 선진화된 교육인프라를 통해 자국의 교육수준을 한층 끌어올린다는 계획에 맞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서정민(국제지역대학원 중동아프리카학과) 교수는 “걸프국들은 석유 의존에서 탈피해 다양한 산업을 육성하는 다변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이를 위해 “이들 국가는 HR(휴먼 리소스·인재)개발을 최우선시한다”고 말했다.

 카타르에선 지난해 6월 국왕이 된 타밈 빈 하마드 알타니의 어머니인 세이카 모자 빈트 나세르가 교육개혁을 주도하고 있다. 카타르재단 이사장인 모자는 2030년까지 카타르를 지식기반 국가로 개조하는 비전을 수행하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고급 인재 양성이다. 그가 주도해 조성한 수도 도하 인근의 ‘에듀케이션 시티(교육도시)’엔 세계 유수의 8개 명문대학이 들어서 있다. 중동교육의 허브로 불리는 이곳에선 미국 조지타운대의 외교학, 카네기멜런대의 컴퓨터공학, 코넬대의 의학, 텍사스A&M대의 공학, 버지니아커먼웰스대의 디자인학 등을 공부할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다양한 학부를 골고루 갖춘 하나의 종합대학 형식으로 에듀케이션 시티를 발전시켜나간다는 구상이다.

 학생 선발방식과 교수진, 교재와 시험 등은 본국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전체 학생 2500명 가운데 외국인(90여 개국 출신)이 60%를 차지할 정도로 국제화돼 있다. 세계적 인재들과의 경쟁을 통해 자국의 교육수준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와 함께 현지친화적인 외국 학생들을 많이 배출함으로써 향후 글로벌 협력을 제고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카타르재단은 캠퍼스 유지 비용, 교직원 급료 등 대학 운영 경비를 거의 모두 부담한다. 공동학위제 등 이름만 빌려주던 기존의 프랜차이즈 형식에서 탈피해 독자적으로 캠퍼스를 직접 운영한다. 현지 대학 간 학점교환 등 긴밀한 협력체제도 잘 갖춰져 있다. 외국인 학생들도 학비나 기숙사비 등을 대출받을 수 있다. 졸업 후 카타르가스 등에 일정 기간 근무하면 빌린 돈을 전액 면제받을 수도 있다. 석유메이저 회사나 투자은행 등에 근무하는 졸업생도 많다고 한다.

 2010년 UAE 아부다비에 문을 연 미국 뉴욕대 캠퍼스도 글로벌 대학의 전형으로 꼽힌다. 세계 100여 개국에서 온 외국 학생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학생 4명당 교수가 1명일 정도로 철저히 소수정예로 운영된다. 두바이 국제교육도시(DIAC)에는 20여 개의 외국 대학 캠퍼스가 입주해 있다. 두바이 정부는 이들 외국 대학에 각종 세제혜택을 주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한경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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