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앗 개조심, 차에서 내리지 말아요" 곳곳 굶주린 유기견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지난 3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에 도착한 올림픽 취재진은 숙소 앞에서 봉변을 당할 뻔했다. 올림픽 파크로부터 불과 1㎞ 떨어진 곳에 올림픽 특수를 겨냥한 새 호텔이 생겼지만 건물 뒷골목은 매우 으슥했다. 택시에서 내리려는 취재진에게 택시기사가 소리쳤다. “지금 내리지 말아요. 조심해요!”

 택시 옆에는 몸길이 1m 정도의 개 세 마리가 뛰어다니고 있었다. 시베리안 허스키 잡종이었는데 버려진 지 몇 달은 돼 보였다. 택시기사는 통역 앱을 통해 “배고픈 유기견이다. 절대 가까이 가지 말라”고 경고했다. 택시가 그냥 지나가자 개들은 서로 엉켜 낮잠을 자기 시작했다. 덩치가 크지 않은 유기견들은 올림픽 파크 철조망을 통과해 이미 시설 안으로 들어갔다는 얘기도 들린다.

 AP통신은 ‘소치시가 올림픽 경기장 근처를 떠돌고 있는 개들을 도살하기로 했다’고 4일 보도했다. 선수단과 관광객, 취재진 등을 보호하기 위해 도살 전문업체까지 고용했다. ‘바스야 서비스’라는 업체의 알렉세이 소로킨 사장은 “떠돌이 개를 잡아 없애고 있다. 올림픽 개막 이후에도 올림픽 파크에 유기견들이 돌아다닌다면 국가적인 망신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림픽 파크가 건설되기 전까지 소치 아들레르 지역은 흑해 연안의 한적한 숲이었다. 러시아 정부는 숲을 밀어버리고 경기장 6개가 밀집된 올림픽 파크를 만들었다. 주변에도 시설 공사가 한창이다. 사람들이 모이고 먹을 게 많아지자 유기견 수천 마리가 이곳을 떠돌고 있다. 러시아 내 동물애호단체를 중심으로 도살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대회가 임박한 시점에서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방법을 러시아 조직위원회가 택할 것 같진 않다. 그들은 유기견이 인명사고를 내거나 전염병을 옮기는 걸 테러 다음으로 걱정하고 있다.

소치=김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