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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재건축 봄 … 강남권 3만 가구 들썩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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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층짜리 4424가구의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이달 재건축 추진위를 새로 구성해 2010년 안전진단 통과 후 지지부진하던 사업을 재개한다. [최승식 기자]

3일 낮 부동산 중개업소 30여 곳이 몰려 있는 서울 잠실동 주공5단지 아파트 상가. 설 연휴 직후였지만 손님이 적지 않았다. 잠실박사공인 박준 사장은 “(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연초부터 급매물이 팔려나가며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주공5단지는 지난해 말 조합을 설립해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합 측은 올해 안에 재건축 사업승인은 물론 재건축사업의 마지막 관문인 관리처분까지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2010년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한 이후 공회전을 거듭해 온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재건축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말 조합원 총회를 열고 추진위원회를 새로 구성한 데 이어 이달 중순엔 2차 주민총회를 열고 추진위원장과 추진위원을 선출한다. 개포지구 주공2, 3단지는 사업승인을 앞두고 있고, 둔촌동 둔촌주공은 올 상반기 사업승인을 목표로 건축심의 절차를 밟고 있다. 경기도 과천시에선 주공1, 6단지가 사업승인 신청을 위해 준비 중이다.

 재건축 사업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이 위축되면서 멈춰선 지 6년 만이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강동구의 주요 재건축 추진 단지 3만3000여 가구가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잠실동 주공5단지 76㎡형(이하 전용면적)은 올 들어 3000만원이 올라 10억9000만~11억원을 호가(부르는 값)한다. 개포지구 주공1단지 35㎡형도 같은 기간 3000만원 올라 5억8000만원에 매물이 나온다.

 주민들이 재건축 사업에 슬슬 시동을 거는 배경에는 무엇보다 주택시장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재건축 사업은 주변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사업 자체가 어려운 구도다. 금융위기 이후 주요 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이 멈춰선 것도 그래서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를 비롯한 정부의 잇따른 규제 완화로 집값이 바닥을 딛고 오름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집값이 오름세로 돌아섰다. 재건축 규제 완화도 계기가 됐다. 연말까지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면 재건축부담금(초과이익환수제도)을 안 내도 된다. 사업을 조금만 서두르면 조합원당 많게는 억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부담금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큰 집을 갖고 있던 재건축 조합원의 고민도 해결됐다. 큰 집 한 가구를 재건축한 뒤 작은 집 두 가구로 받을 수 있는, 이른바 ‘1+1 재건축’ 덕분이다. 그동안 은마 같은 중층(대개 10층 이상) 단지들은 큰 집이 많아 재건축이 쉽지 않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 법안이 잇따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정책의 불확실성도 상당부분 해소됐다”고 말했다. 앞으로 사업이 착착 진행되면 서울 강남 3구와 강동구 일대에서만 2016년부터 7만여 가구가 공급된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강남·강동권 재건축 사업은 만성적 공급 부족에 시달린 강남권 주택시장에 단비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재건축 사업이 완료될 때까지는 전셋값 걱정을 해야 할 것 같다. 올해 강남권 재건축 이주 예상 물량은 1만3000여 가구. 그런데 신규 입주 물량은 9367가구로 지난해(1만2128가구)보다 22.7%나 감소한다. 내년 신규 입주 물량은 올해보다 44.7% 줄어든 4196가구에 불과하다. 김세기 한국감정원 주택동향부장은 “재건축 단지들의 이주가 본격화되면 주변 지역 아파트 전셋값이 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단지별 사업 속도 조절을 통해 재건축아파트 입주 때까지 주택시장을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리모델링도 잰걸음을 보인다. 4월 아파트 수직증축 리모델링 시행을 앞두고 리모델링을 추진해 온 분당신도시 등지가 대표적이다. 야탑동 매화마을1단지와 정자동 한솔마을5단지는 수직증축 시행 시점에 맞춰 건축허가를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성남시가 리모델링 지원센터를 연 데다 주민들의 의지도 강해 투자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글=황정일·황의영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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