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처장 김규현 왜 내정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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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3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 겸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1차장에 외교관을 선택했다.

 NSC 수뇌부는 현재 군 출신이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NSC 상임위원장을 겸하고,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김관진 국방부 장관 등이 당연직 상임위원으로 참여한다. 이에 따라 NSC를 단순한 안보협의체가 아닌 외교·통일·국방을 하나로 묶는 그랜드 전략(Grand Strategy)을 수립하는 컨트롤타워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김규현 외교부 제1차관을 공석이던 NSC 사무처장에 내정한 이번 인선은 그런 요구에 호응한 측면이 강하다.

 군인 출신 중심의 라인은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응하는 데는 효율적이지만 한반도 주변 강국과의 외교관계와 통일시대를 대비하며 큰 그림을 그리는 데는 부족할 수 있다. 김규현 내정자는 외교부 북미국 심의관과 주미대사관 공사를 거친 대표적인 미국통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경기고 후배로 2002~2004년 주미 대사관에서 함께 근무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부 제2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한 문제 등 우리나라 안보정책은 미국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통이 NSC 사무처장의 역할을 맞는 게 자연스럽다”며 “김 내정자의 실무경험이 임무를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협력과 갈등해소를 위해서도 외교관으로 정부 간 협상을 맡아온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청와대 안팎의 평가다.

 김 내정자가 이미 박근혜 정부의 외교정책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도 낙점의 배경으로 보인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는 “김 내정자는 현직 차관인 만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박근혜 정부 외교정책의 큰 틀을 이해하고 있다”며 “청와대로서는 현 정부의 시스템을 잘 아는 사람이 역할을 맡는 게 좋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내정자와 함께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에 천해성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이 발탁되면서 외교부(김규현)·통일부(천해성)·국방부가 NSC에서 고루 역할을 맡게 됐다. 종종 엇박자를 내온 외교부·통일부·국방부의 삼각협력과 소통을 강화하는 측면을 고려한 것 같다는 분석이다.

 천 실장은 김대중 정부 때 외교안보수석실 행정관, 노무현 정부 때 NSC 정책조정실 정책담당관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통일정책 전문가라 외교안보 부처 간의 소통창구 역할뿐 아니라 장기적인 통일전략을 수립하는 역할로도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무진용을 갖춘 NSC의 역할은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NSC 상설화는 북한의 장성택 처형으로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성이 커진 지난해 12월 16일 박 대통령이 직접 지시해 이뤄진 조치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6일 신년 구상을 통해 “한반도 통일시대의 기반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강조한 만큼 종합적인 외교안보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선 NSC의 역할 강화가 필수적이다.

허진·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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