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아마존」의 현대도시「마나우스」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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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태고적의 환상을 불러일으키는「정글」과 원시적인「아마존」강과 원주민인「인디오」들만을 주로 보아오다가 중류의 강가에 자리잡은「마나우스」시에 이르니 눈이 휘둥그래졌다. 고층「빌딩」들이며 명소라 할 호화찬란한「오페라」극장 등 문명의 모습이 유난히 두드러지게 보이기 때문이다.
이 도시는 19세기 때에 고무재배로 생긴 곳으로서 인구는 20여만.
이「마나우스」시 언덕 위에서「아마존」강을 바라다보니 워낙 넓어서 어느 곳이 상류이며 하류인지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4백년전 이 강을 발견한「스페인」정복자는「아마존」이 너무나도 큰 것을 보고『달콤한 물의 바다』라는 말로 표현했었는데 지금도 이 말이 실감이 난다.

<큰 통나무 위에 집 지어>
나는 주로 여기까지「커누」와「히치하이크」 또는 간간이「스카우」라고 하는 소형 평저선을 타고 내려왔는데, 상류「페루」의「이키토스」에서 여기까지 오르내리는 2천t급의 여객선도 볼 수 있었으니 얼마나「아마존」강이 크고 넓은가를 알 수 있다.
본 류로 흘러 들어가는 지류는 깊숙이 들어갈수록 그 수가 많아지며「마나우스」시에서 조금 올라간 곳에서는 누르끄름한 본 류가 흘러내리는 시꺼먼 지류와 합쳐서 흐른다.
이 두 물줄기가 몇 km를 흘러도 섞이지 않는데 그 까닭은 두 흙탕물의 비중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나우스」시에는 호화찬란한「오페라」극장이 명물이듯이「아마존」강에 떠있는 배와도 같은 주택들이 모여있는 마을도 볼만하다. 흔히 수상 촌이라고 하는데 이 도시에 이런 집들이 4천호나 되며, 이런 집들은 한결같이 서민들의 집으로서 초라하기 그지없다. 물에 뜬 이 집들의 토대가 되는 것은 지름 1m나 넘는 두 서너 개의 통나무이며 지붕은 거의 야자 잎으로 되어 있다.
물의 도시인「베니스」나 「스톡홀름」과 같은 낭만은 없으며 오직 생활의 아우성만이 들릴 뿐이다. 이 수상 촌에 사는 사람들은 2만 명이나 되는데 여기엔 상점이며 그 밖의 생활에 관계된 시설들이 있고 이렇다 할 불편 없이 집 사이를 연결한 널빤지로 된 길로 왕래한다. 이 마을 사람들은 수상가옥에서 태어나 자라서 시집·장가가고 또한 이 집에서 죽어간다.
이같이 강가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니까, 부엌에서 나오는 쓰레기며 또는 화장실에서 나오는 오물들로 더럽긴 하지만 더우니까 어린이 어른 할 것 없이 이 물에 텀벙 들어가서 목욕들을 한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이렇다할 전염병도 없다고 하니 신기한 일이다.

<살갗 다른 인종이 공존>
여기 사는 사람들은 과일이나 야채들의 도매, 악어가죽의 매입 또는「정글」깊숙이 사는 원주민들에게 필요한 옷감잡화들의 도매상을 하며 살고 있다. 수상 촌을 두루 보고 다니다가「모던·빌딩」이 즐비한 도심지에 들어서니까「기타」반주에 맞춘「아마존」의 민요며 유행가들이 들러왔다.
「라틴·아메리카」사람들이 다 그렇듯이「기타」와 노래를 좋아하는 이들은 낙천적으로 살고있었다. 저만치「정글」이 보이는 이 원시의 강변에서 들려오는 노래이기에 유독 이국적인 정취가 넘쳐흘렀다.
이 도심지에 사는 사람가운데는 백인인「포르투갈」과「인디오」와의 트기인「메스티조」를 비롯하여 순수한 백인, 흑인 또는 딴 나라에서 온 황인종들이 살고 있다. 특히 백인, 흑인, 「인디오」의 세 인종이 여러 대에 걸쳐서 혼혈이 돼있기 때문에 혼혈 안된 순수한 백인이나 흑인이란 많지가 않다. 이같이 여러 인종의 피가 섞여있기 때문에 유전법칙의 현상이랄까, 살갗이 흰 부모사이에서 살갗이 까만 자식이 태어나는가 하면, 같은 부모에게서 난 형제 중 살갗과 머리카락의 빛깔이며 코 모양이 다른 경우가 많다. 어쨌든 이 나라는 심한 혼혈로써 새로운 종족이 생기고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살갗의 빛깔이며 머리카락이 다른 가지가지「타인」의 시민들이 아무런 불화가 없이 사는 것이 얼마나 축복된 일인가.
지금 세계는 인종의 차별과 사상의 대결 및 종교의 갈등으로 허다한 비극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 나라에 와서 초 민족주의랄까 세계주의적인 사상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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