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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값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육우의 위생적 처리를 도모하기 위한다는 쇠고기도매시장의 개설이 쇠고기 값을 싸게 하고 쇠고기공급을 더욱 원골화 하기는커녕 도리어 쇠고기 값을 비싸게 만들고 고기 관의 문을 닫게 하며 쇠고기 품귀화의 요인을 만들고있다고 하니 얼핏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도매시장의 개설이 유통구조의 개선과 육우처리의 위생 화에 있다고 한다면 소비자는 더욱 양질의 쇠고기를 더욱 싸게 사먹을 수 있도록 되어야하는 것이 상식에 맞는 일이다.
그런데도 도매시장의 쇠고기 값이 비싼 것은 그런 대로 까닭이 있다. 도매시장의 대행업자들이 농간을 부려 쇠고기 값을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주로 쇠고기의 수급관계를 대체로 정확히 반영하는 도매시장의 기능 때문에 비싸야하는 쇠고기 값이 비싸게 형성되었을 뿐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도매시장의 쇠고기 값이 문제가 된다면 그것이 비싸게 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도리어 더욱 비쌀 수밖에 없는 쇠고기 값을 더욱 오르지 않게 하고 낮추려고 하는 인위적인 가격 및 시장조작의 폐단이 있지 않느냐 하는 점이다.
이와 같은 폐단이 일어날 우려는 식육산매상들이 현재의 도매시장 쇠고기 값의 인하를 요구하고 서울시가 이에 응하는 공문을 시장대행업자에게 보냈다는 사실만 보아도 전혀 터무니없는 일로 보여진다. 이것은 서울시가 행정적으로 시장에 개입하여 함부로 도매시장가격을 조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일부러 쇠고기도매시장을 열고 경매입찰이니 유통구조개선이니 하여 시장제도를 도입하였느냐 말이다.
도매시장의 쇠고기 입찰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작할 바에야 처음부터 도매시장제도를 개설하지 말았어야 옳았을 것이다.
원리적으로 말해 도매시장의 개설과 이에 의한 쇠고기 값 형성 제는 그 자체를 나무랄 수 없는 것이다. 쇠고기 한 근의 도매 값이 8백50원으로 묶여있든 않든 도매가격 kg당 1천l백원이나 1천50원으로 형성되었다해서 잘못된 것이 아니다.
잘못되어있는 것은 도매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이 아니라 정책당국이 고기 관의 산매 값을 억지로 근당 8백50원으로 묶어두고 있는 고시가제에 있는 것이다. 도매 값이 시장실세로 이루어진다면 산매 값도 마땅히 시장실세로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의 쇠고기 값 정책은 도매 값은 실세를 반영, 상승되고 있는데 산매 값을 싸게 묶어두고 있으므로 고기 관이 문을 닫아야하고 쇠고기의 품귀화로 소비자가 골탕을 먹어야하는 사태를 빚어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쇠고기 값이 쌀수록 좋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소비자의 일방적인 입장만 생각한 것에 불과하다. 생산자의 입장에서는 쇠고기 값이 싸면 쌀수록 축산의 의욕을 잃게되고 마는 것이다. 장기간에 걸쳐 쇠고기 값을 싸게 묶어두면 결국 우리 나라 축산업은 쇠퇴하게되는 것이고 그러면 쇠고기공급량은 줄게되어 쇠고기의 절대적 공급부족과 이로 인한 쇠고기 값의 상승을 면할 수 없게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쇠고기 값을 안정케 하고 싸게 유지시키려면 쇠고기 값을 억지로 싸게 묶어둘 것이 아니라 시장 실세대로 현실화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쇠고기도매시장제의 개설과 이로 인한 가격상승은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이러한 제도의 원골 한 운영을 막는 요인을 없애는데서 정책의 묘를 살려야 할 것이다.
시장주위에 떠드는 각종 잡음의 제거, 시장시설의 개선과 확장, 거래 원의 농간 규제와 수수료 인하, 산매고시가제의 철폐 등 시장제도의 개선을 통해 보다 합리적이고 경쟁적인 쇠고기시장가격의 형성을 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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