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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시리즈|부부의 새역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외형적으로 불때 현대가정에 있어서 가장의 역할은 많이 축소되었고. 그에따라 가장의 권위도 빚을 잃어가고 있다.
수동적으로 가장의 통솔에 따르던 여성들은 가정경제·가정업무·자녀교육등 모든면에서 영향력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일방적으로 아내의 부담만을 늘리게 됨으로써 또다시 「남녀평등」 이라는 원초적인 문제가 제기되고있다.
『바깔일은 남자가, 집안일은 여자가』 라는 식의 오랜 역할규범이 달라진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근본적으로 남녀에 대한의식을 바꿔놓지는 못하고 있다. 여성의 교육수준과 취업율이 높아짐에따라 여성들의 발언권과과 행동반경이 늘어났을뿐 남자들의 의식은 여전히 그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현대의 부부사이란 종속적인 관계가 아니라 「파트너쉽」 으로 이어지는 관계이며, 부부관계의 성립에는 무엇보다도「사랑」 이 기본이라는젓을 대부분의 아내와 남편들은 이해하고있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에의 합의」 는 우리가 살아온 배경에의해 흔들리고 있다. 우리가 의식하든 의식하지않든간에「성의 차별」이란 오랜 인습은 우리를 지배하고 특히 여성의 내부에 갈등을 일으키고었다.
지난 10년동안 「가족계획」 이란 단어는 국민모두에게 너무도 익숙한 말이 되었다. 그성패의 열쇠는 언제나「아들과 딸의 문제」 에 있었다. 출산의 고통이나 양육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은 「아들없는 가정의 위험」을 받아들이려하지않고 있으며『남편에게 첩을 허락해서라도 아들을낳겠다』 는 여성이 많은 여론조사때마다 30∼50∽%에 이르고 있다.
어머니가 그 자신의 자녀를 차별하고있는 가정분위기 속에 참다운 부부관계를 기대한다는것은 힘든일이다. 남편과아내, 아들과 딸을 차별하고 남편이 혼외관계에서 낳은 아이를 아내의 동의없이 입적시키고있는 가족법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여성의 용기와 자각만을 요구한다는것도 힘든일이다.
지난날 가장의 권위는『가족을 부양하는 능력』에서 나왔다. 이러나 오늘날 많은 가정들은 남편·아내가 공동으로, 혹은 아내혼자의 힘으로가계를 담당하고 있다. 경제적인 협동은 대부분 남자의 반발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내가 직업을 갖고 돈을 벌게되면 가사처리가 큰문제로 등장한다. 한조사에 의하면 도시에사는 남편들중에서 집안청소를 돕는 사람은 3%. 부엌일을 돕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다. 아내가직업이 있는경우 아내의 가사담당율은 훨씬 낮아지고 있으나 이것은 가정부를 두었기 때문이지 남편의 도움이 증가한것은 아니다.
김옥렬교수 (숙대·정치학) 등이 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성5백32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조사결과를 보면 남성과 동등한 지위를 요구하는 서구의 여생해방운동에대한 지지가 기혼여성의 경우훨씬 열렬하다는것을 발견할 수 있다.
여성해방운동을 「절대찬성」 하는 율은 미혼여성이22%인데비해 기혼여성은31%이며 그저 「찬성」이라고 대답한 사람도 미혼여성 54%에비해 기혼여성은 55%였다.
이것을 다시 연령별로보면 20대에서의「절대찬성」 은 19%, 30대는 32%, 40대는 44%로 점점높아져 결혼생활이 오래일수록 여성 해방운동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것을 알수있다.
바람직한 부부관계가 곧 이루어지리라고 기대할수없을때 아내들은 작전을세우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은 남편을 계몽하는일과 자녀를 바로 키우는 일이다. 딸의 세대에촛점을 맞춰 부향상을 그려보는 여유있는 지혜와 자녀교육이 필요하다.

<장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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