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책] 만개한 디지털문명 …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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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뉴 노멀
피터 힌센 지음
이영진 옮김, 흐름출판
312쪽, 1만7000원

디지털 시대의 인간은 두 종류로 나뉜다. 디지털 원주민과 디지털 이민자다. 둘의 차이는 간단한 질문 하나로 구분할 수 있다. 디지털 카메라를 두고 “이것이 뭐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디지털 카메라”라고 대답한다면 이민자다.

 디지털 원주민은 뭐라고 답할까. 그냥 “카메라”라고 답한다. 아날로그 카메라를 본 적이 없어서다. 이민자에게 디지털 시대는 놀라운 것으로 가득한 신문물의 전시장이지만 원주민에게는 그저 심드렁한 일상일 뿐이다. 이 책은 원주민이 이민자보다 다수가 되는 시대, 즉 디지털 기술이 전혀 새롭지 않고 표준이 된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 시대의 경영 전략에 관한 것이다.

 유럽의 유명 경영 컨설턴트이자 IT 전문가인 저자의 현실 인식은 명쾌하다. 인텔의 부사장이자 최고기술책임자인 저스틴 래트너의 말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디지털 혁명의 지난 시간이 매우 대단하다고 여긴다면 앞으로 맞이할 40년은 그보다 더 압도적이어서 지난 40년을 매우 보잘 것 없게 만들어 버릴 것이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바뀌는가. 정보의 길이는 짧아지고, 깊이는 깊어진다. 가격은 내려가고, 무엇보다 정보는 실시간으로 전달돼야 한다. 산더미처럼 쌓이는 쓰레기 정보와 눈뜨면 나타나는 신기술이 참을성이 바닥난 새로운 형태의 인류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디지털 왕국의 ‘무관용’ 시민을 대하려면 경영자에게도 원칙이 필요하다. 저자는 디지털 기술의 고장이 없게 할 것(절대로 인터넷 사이트가 다운돼서는 안 된다), 완벽한 기술보다 충분히 훌륭한 기술을 빨리 내놓을 것(완벽을 추구하다 보면 늦는다), 고객을 완전히 책임질 것(고객은 상호작용과 맞춤형 상품을 원한다), 완전통제를 폐기할 것(모든 정보는 열려 있다)을 권한다.

 디지털 원주민은 기업의 상품보다 고객 응대의 질에 관심을 쏟는다. 새 시대의 고객은 더 이상 모래알 같은 개인이 아니라 자기들끼리 공동체를 만든 집단지성으로 발전해 간다. 기업이 무엇을 생산하느냐가 아니라 고객의 요구사항을 응대하고 처리하는 ‘태도’와 ‘방식’이 기업 이미지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기업의 형태가 아웃소싱 위주의 ‘1인 기업’으로 진화하고, IT부서가 경영전략을 책임지는 핵심 부서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흥미롭다.

 미래학 서적으로 분류되는 이 책은 경영 분석서라기보다 일종의 ‘예언서’다. 『제3의 물결』과 달리 치밀한 사례 분석과 입체적 조망은 다소 부족한 편이지만, 독창적 개념 정의와 이를 발판으로 한걸음 성큼 딛는 사유의 도약이 미덕이다.

이정봉 기자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함께하는 ‘이달의 책’ 2월 주제는 ‘익숙한 세상, 다시 보기’입니다.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일상의 변화를 새롭게 성찰하고, 변화하는 세상에 대비하기 위한 지혜를 전해주는 신간 세 권을 골랐습니다. 다가오는 설 연휴, 이 책들과 함께 한 해를 구상해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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