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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제12화 추전미인과 북청미인(1)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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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에서도 흔히 북청미인·강계미인하여 미녀의 원산지로서는 관북과 관서지방 등 춥고 눈 많은 고장을 꼽는다. 일본서도 첫손 꼽히는 미녀의 산지는 경도와 동북지방. 그 중에서도 고래로「아끼다·비징」의 성가가 높다.

<일본의 미인향「추전」>
그런데 이「이끼다」현 하면, 일본 해(동해)에 면하여 옛날부터 한반도와는 직접 뱃길이 트인 고장이다.
이미 말한바 있듯이, 한국의 동해 등에서 배를 띄우면 순류를 타고 저절로라도 이른바 「우라니홍」이라 불리는 산구·도은·신석·추전현 등의 해안에 닿게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이곳 일본해(동해)연안 각지에는 고래로 한반도와의 교류를 상징하는 신화와 사적들이 많이 남아 있고, 바로 이 추전미인의 내력에 관해서도 그것이 한반도에서 건너온 우수한 북방민족의 피를 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향토사가의 추리를 낳게 하고 있는 것이다.
청삼역을 떠난 급행열차가 도중 홍전시를 거쳐 추전에 도착하기까지는 약3시간이 걸린다. 굴곡이 많은 태평양 연안과는 달리, 극히 단조로운 해안선으로 이어진 것이「우라니홍」의 지형 상 특색이다. 그 해안선에 바짝 불어서 뻗고 있는 철도노선인 오우본선은 군데군데가 아직도 단선 구간. 일본서는 드물게 보는 일로, 열차교환을 위한 정차가 잦은 것도 마치 한국의 호남선을 연상케 한다. 창 너머로 전개되는 풍경도, 다닥다닥 붙어서 쪼개져 있는 손바닥만한 논(답)들이 푸대접(?)받고 있는 이 고장 농민들의 가난을 암시하는 것 같았다.

<민요 속에도 미인 자랑>
실지로, 동북지방의 등허리를 뚫고 관속지방까지 뻗고 있는 험준한 오우산맥을 분수령으로 하여 테평양 연안의「표일본」과 동해연안의「이일본」과는 기후·풍토·민심할 것 없이 모두다가 판이하게 다르다.
6월 초순이라는 데도 이곳 추전까지의 연선에는 아직도 먼 산에 눈이 수북히 쌓인 채 남아 있어 겨울철 이 고장엔 얼마나 많은 눈이 내리는가를 실감케 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이 고장은 1년 중 거의 절반이 눈에 덮여 옛날에는 이 기간 중 타지방과는 완전히 왕래가 끊겼다고 한다.
인구이동이 심해진 현대라고는 하지만 지금도 이 지방주민들 가운데에는 타지로 전출한 사람도 타지에서 전입해 온 사람도 적다고 한다. 맛있는 쌀과 그 쌀로 빚은 술, 그리고 추전미녀의 산지로서 뿌리깊은 토착적 전통문화가 고이 간직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 고장주민들의 추전미녀에 대한 자랑은 대단하다. 민요에도『추전「오바꼬」【주=동북지방 방언으로「처녀」의 뜻】은 일본의 미인』이라는 귀절이 있을 정도. 그 추전미인의 전체적인 인상은 우선 눈과 코, 그리고 입의 크기가 여느 일본인답지 않다. 특히 얼굴 전체에 비해서 유난히 큰 눈매가 서글서글하다. 전체적인 체격도 일본인 평균을 크게「오버」하는「글래머」인데다가 눈(설)처럼 희고 고운 살갗이 미인 향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다.

<여고생 7명 표본연구>
추전시의 동남방 30㎞「유자와」시에 사는 개업의 삼본원우 박사로부터 먼저 추전미인의 특색을 들어보았다. 그는 이 고장 추전현립 탕택북 고등학교로부터 미녀로 뽑힌 7명의 여학생을 대상으로 42개 항목에 걸친 신체 각 부분의 측정을 한 결과 그 비례치가『「밀로」의 「비너스」상』의 그것과 거의 일치한다는 재미있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사람이다.
세로 크기, 머리의 길이와 폭 넓이, 피부의 색도 등 모두 42개 항목을 추정한 평균치를「밀로」의「비너스」상(크기2m9㎝)의 실측치와 비례적 대비를 시켰더니 거의 근사한 1대1이라는 수치를 얻었다는 것이다.
삼본 박사가 보여준 구체적인 수치를 보면 전기한 7명의 미인여학생은 모두가 방년 16세에 평균신장이 1m58㎝. 이 수치를「밀로」의「비너스」상의 신장인 2m9㎝의 크기로 비례 확대하여 몸의 각 부분의 대비 표를 만든 것이다.
예컨대「비너스」는 머리부분의 길이가 26.7㎝(추전 여고생의 비례적 확대치 27.3㎝, 코의 길이 7.2㎝(여고생6.9㎝), 코 높이 2.3㎝(여고생2㎝), 한쪽 눈의 길이 2.6㎝(여고생 2.4㎝)등 얼굴과 전체적인 체격의「밸런스」가 거의 같다는 얘기다.

<탤런트 박주아양 닮아>
그런데 추전 현안에서도 미인향이라 알려진 탕택 시내와 그 근교농촌을 걸어다니면서 만난 숱한 여인들에게서 기자는 대뜸 한국여인들을 대하는 듯한 착각을 느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때마침 모내기를 하느라고 여념이 없던 농촌아낙네「시노사끼·후지에」여인을 붙잡고 말을 걸었다가 기자 자신이 깜짝 놀라고 만 것이다.
백문불여 일견이라 했다. 사진을 봐주기 바란다. 앞으로 이러한 실례를 좀더 소개할 작정이지만, 이 여인의 모습도 한국TV의「스크린」을 통해서 얼마든지 볼 수 있는 그런 여인상을 빼다 놓은 것처럼 닮았기 때문이다. 기자의 머리에 얼른 떠오른 것은 KBS-TV의 인기「탤런트」박주아양. 거의 같은 나이또래(30세 전후)인데다가 체격서부터 음성까지가 어쩌면 그렇게도 닮을 수 있을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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