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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원형탈모가 꼭 성병을 뜻하지는 않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변호사 K씨가 겪은 「에피소드」 한 토막.
가위질을 하던 이발사가 깜짝 놀란 듯이 K씨에게 말했다. 『선생님, 한움큼 정도 머리털이 빠져 버리고 없는데요.』 『뭐요?』 흠칫 놀라서 반문하는 K씨의 바른 손을 이발사는 뒤통수 약간 오른쪽으로 갖다 대 주었다.
K씨도 깜짝 놀랐다.
백원짜리 동전보다 약간 크게 머리털이 만져지지 않았다. 창피한 생각마저 들었다.
머리털 빠지는 현상이 매독의 한 증상으로 그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피는데가 있어서 그는 겁이 더럭 났다. 며칠전 우연히 다방에서 본 주간지 기사가 마음에 걸렸다.
성병이 반드시 불결한 성관계에 의해서만 전염되는 것이 아니라고 그랬것다. 입술로도 옮긴다고 그랬지.
또 피부비뇨기과를 개업하고 있는 친구의 말이 언뜻 생각났다. 동전 모양으로 머리털이 빠지면 반드시 피검사를 해봐야돼. 매독인 경우가 많거든.
K씨는 곧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정밀검사를 끝내고 난 의사는 『정상』이라는 판정을 내렸다. 매독반응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사는 K씨에게 최근 정신적으로 심하게 고통을 받거나 스크레스를 받은 일이 있는가고 물었다. 그는 충분히 합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아들이 대학입시에 떨어져서 정신적인 충격을 받고 있다고 대답했다.
결국 K씨의 원형탈모현상은 걱정·불안·스트레스 등 자율신경장해가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K씨의 경우처럼 원형탈모의 원인이 지나친 스트레스에 있을 때가 많다. 그래서 입시를 눈앞에 둔 학생이나 학부모·실패하지 않을까 초초해 하는 사업가·때때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 운전사 등에서 원형탈모현상이 자주 일어난다.
물론 성병의 한 증상으로 머리털이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머리털이 빠진다고 해서 반드시 성병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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