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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조치와 그 보완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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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8·3조치」는 기업을 위한 것이었다. 「1·14조치」는 서민생활의 안정을 위한 긴급조치다. 갑근세 납세자의 90%이상에 혜택을 주고 있는 것이다. 반면 고소득층은 생활의 절약을 두 번 세 번 다짐했을 것이다. 짓눌리는 편은 이번은 부유층이다.

<세율 조정의 개별시책>
「1·14조치」는 세율 조정을 위주로 한 개별적인 시책이었다. 이것은 그러나 종합정책은 아니다. 소득계층간의 불균형을 해소하고자한 긴급조치이기는 하였으나 근본적인 정책이 뒤따르지 않는 한 ①부유층에 대한 중과는 결국은 저소득층에 전가될 것이고 ②저소득층은「인플레」누적 밑에서 수혜분이 소멸될 것이며 ③중산층은 전가할 수단도 없는 채 몰락하기 쉬운 저변을 남겨두는 것이다.
국민들 중에는 피해 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층이 많다. 언필칭 빈부격차·불균형·부조리·외세 침범을 규탄한다. 내부의 소리에는 수많은 원인들이 얽혀 있을 것이다. 정리하고 간추려 볼 때 최소한 빈부격차와 강력 관념과의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대한민국은 고도성장으로 이름을 떨쳤다. 이것은 급속 성장을 의미하기도 한다. 급속한 성장은 급속한 구질서의 파괴와 변화를 의미한다. 급속 성장을 위해서 정부는 국민들의 자율보다는 지도와 간섭을 거듭하였다. 불가피한, 또는 필요한 간섭이었겠으나 1인당 4백 「달러」정도로 발전된 자리에서는 귀찮은 간섭으로 못마땅해진다.
더우기 과잉 충성에 사로잡힌 일선 공무원들이 자율의 곡절을 불문하고 권위의식과 때로는 왜곡 전달까지 덧붙여서 밀기만 할 때 관·민 유리와 부 일체감은 결정적이며 총화감과는 거리가 멀게되었다.
현재 인류는 5중고 속에서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하는 중이다.
고물가·불황예측·자원결핍·무역과 국제 통화의 새로운 파동 등의 5중고이다. 1월19일「프랑」화는 단독변동 환율제로 돌입하여 6%의 평가절하, 21일에는「엥」화가 1미불 대310원으로 또다시 평가절하 하였다. 국내 원유 값은「배럴」당 8.8불로 재 인상되었다. 준 체제와 그리고 과거질서는 73년으로 끝난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여건의 모든 것이 시끄럽다면 무엇부터 해결하는 것이 경제발전의 토대를 굳힐 수 있을 것인가. 첫째는 안정이다. 정치·경제·사회 물가가 안정되어야 한다. 둘째는 시련을 극복하는 국민총화의 자세이다. 나는「긴급조치」를 좋아하지 않는다. 다음 번에는 무엇이 나올는지 국민에게 불안감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쉬운 안정 총화자세>
긴급조치 대신에 근본정책으로 국민에게 안정감을 베풀 것이며 가야할 진로를 터득시켜야 한다. 고도 성장의 기적과 신기록이 해마다 경신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국민간에 불만이 크고 반목이 거듭된다는 현상은 국민에게 책임 분담이 없는 때문이기도 하다.
정부는 결코 만능기수로 자처해서는 안 된다. 물가 행정에 있어서도 최소한을 통제할 것이며, 최대한을 기업가·근로자·소비자의 자율에 분담시킬 것이다.

<빈후 부압의 철학 내포>
1·14조치엔 개별시책 이외에 철학적인 정책 의도가 많이 내포 되어있다. 빈후 부압의 과세조치에는 복지주의 국가의 철학이 있다. 쌀 수매가 인상, 중소상·공업융자 등은 산업간·지역간 불균형의 시정책도 될 수 있다. 관세 감면 폭의 축소는 외채 업체보다 국산 개발업체의 중시 방향이다. 악덕기업체 규정으로 건실 기업체를 재인식 시켰다. 예산 5백억원 삭감은총수요 억제 실현의 제1보이다. 정책 철학이 대전환을 시도하는 마당에서 국민에게 주어진 시련을 외면하지 말고 정면으로 시련을 시련으로 극복케 하는 근본 정책이 없는 것이다.
흔들리고 있는 배의「키」를 바로 잡는 자는 누구냐. 선장으로부터 소임을 맡은 타수인 것이다. 맡은바 부서에 따라서 정부는 신축성 있는 정책에, 기업은 기술 혁신과 생산성 향상에, 근로자는 분담 책임의 완수에, 소비자는 사치보다 저축에 국민 총력을 결집시킴으로써 5중고는 극복될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한국 국민의 현명성을 믿는 철학이 아쉬운 것이다.
석유 불황은 일반 불황과는 개념·요인·대책이 다른 것이 특징이다. 일반 불황은 과잉생산과 과소 소비를 근본으로 하는 화폐적 개념이다. 석유 불황은 과소 공급과 과대 수요를 전재로 하는 실물적 개념이다. 유가 인상은 주요국의 국제 수지를 적자로 몰고 있으며 수입제한·수출경쟁과 이미 평가절하 전쟁은 불붙어 있다. 우리는 5중고 타개를 위해서 보완해야할 근본대책이 많다. 그 중에서도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국내 물가의 안정부터 요구하고 싶다. 어제까지의 물가 안정은 통계의 안정이지 시세의 안정은 아니었다.

<시세의 안정이 바람직>
대만 36%앙등에 우리의 15%상승이란 발표는 자랑거리가 못 된다. 왜곡된 안정으로는 왜곡의 악순환이 걱정될 뿐이다. 나는 물가를 자유방임 하라는 뜻은 아니다. 그런 국가는 현대세계에는 이미 존재치 않는다. 다만 기초원료·화폐 가치 등을 감안한 모든 가격의 현실화와 지균 작업을 진행시키면서 합리적인 물가 행정이 아쉽다는 뜻이다. 지균 작업의 결과로 통계는 30%내외 오를 것이지만, 시장 시세는 10%정도 오르는데 그칠 것이다.<이창렬 고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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