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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사람은 동물과는 닫리 말할수있는 재주를 지니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세상에는 말이 많다. 생각하는것을 말로 나타내고 행동에 옮긴다더러는 말만하고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경우드 있고 또는 말없이 행동등이 앞서는 견우도 있다.
이 두가지를 놓고 사랍들은 전자를 높이 평가하고 후자는 멸시한다. 그러나 행동이란 활동할 수있는 힘과 다른 여건이 갖추어져야되는 것이고 말은 입술만 들썩이면 나오는것이기 때문에 순서로보면 말이 앞서는 것이 당연하다.
또 행동으로는 나타낼수없는 것을 말로도 표현하지 못한다면 울화통이 터져 못견딜것이다. 옛 사람은 말조심하는 것을 미덕으로 알고 또 후배들에게 그렇게 교훈하여왔다. 그것은 말때문에 남의 미움을 받는것쯤은 화수분이요, 자칫하면 화를 당하고 몸을 망치는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고려시대에 최??라는 불세출의 문학가가 있었는데 그는 일생동안 불우하였다. 그는 그의 자서전에서 자기가 불행한 이유의 하나로 『술만 한두잔 들어가면 남의 좋은점 나쁜점을 막 털어놓는다. 대체로 귀로 들어간 것이면 입으로 간직할 줄을 몰랐다』고 토로하였다. 말하자면 그는 신랄한 비판을 거침없이 행사했기때문에 세상에 용납되지못했다.
세상을 바로잡으려고 일생을 헤매던 공자도 교훈에서는 『세상이 시끄러울때는 말하지 말고 잠자코있으라』했다. 봉건군주사대에있어서 처세상 당연한 말일는지 모른다.
그러나 하고싶은말을 못한다면 병신구실밖에 할것이 없다. 성인도 『사람이 세상을 살자면 병신이 되어야한다』고 가르쳤다면 정말딱한 일이다.맹자는 응변가였망.
그리고 말을 많이 했다. 그 이유에 대하여 그는 『낸들 말을 좋아서 하나, 어쩔수 없어 한다.』 곧 이세상을 바로잡으려니 말이라는 무기 밖에 없기 때문이란 말이다. 가장 딱한 일을 『말못할 사정』이라한다. 말을 .못하는 이유도 여러 가지가 있을것이다. 부끄러위서, 비밀을지키기 위하여,두려워서,이런 것들을 들수가있는데 위의 두가지는 자신에 관한 일이지만 뒤의것은 대의관계에서다. 곧 말을 하다가는 외부의 어떤힘에 박해를 받는것이다.
하고싶은말을 못하고 꿀꺽꿀꺽참는것은 소화 안 되는 음식물이 배설되지 않는것보다 더 못참을 노릇이다.
그런데 남의 말에 대하여 박해를 가해야 된다는 것은 그 내용이 서로 이해가 상반되기 때문이다. 다만 그 이해가 사적인 범위일때에는 크게 사회적인 문제까지 될것은 없는데 그것이 공적인 범위일 때에는 문제가 크다. 말하는 사람도 개인의 말이 아니요, 다수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이요, 그 말을꺼리는 측도 개인의 이해로 상대하는 것이 아닐 경우에 힘으로 그말을 견제할 필요를 갖게뇐다. 이럴때는 대개 말하는 사람은 말할수 있는 힘밖에는 갖지 못한 경우가많다. 곧 말이외에 행동으로 옮길 힘의 수단을 갖지못한것이다.
다만 시민사회가 성립된 이래로는 모든 사람에게 「말의 자유」라는 것이 만국의 통법으로되어있다.
옛날 봉건사회에서도 죽음을 앞에 두고서도 『신이 한 말만하고 죽겠읍니다』했거늘 민주주의 사회인 오늘날 「말못할 사정」에서 냉가슴을 앓는다면 이보다 더 분통(공분) 터질 일이 어디 있겠는가. 이 세상에는 개인의 이익을 위한 말에는 힘을 내면서도 공적인 이해에는 임을 다무는 사람이 많다. 전자를 감언이설이라고 하고 후자를 총언직간이라고 한다. 어떤 시인은『죽음을 각오하고 시를 쓴다』고한 용감한 사람도 있었다.
사실 오늘날 말의 무기란 위력이 크다. 그것이 옮은 말일 경우에는 더욱 크다. 또 말을 전달하는 「매스컴」이란 발달된 무기가 있다. 공동이익과 권리를 위해서 말의 무기를 행사하자. 말을 할것이냐? 잠자코 있을 것이냐. 우리는 병신행세를 할 수는 없다. 듣는측에서도 말을 받아들이는 귀를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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