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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노사협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김 총리는 최두열 신임 노동청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유신체제하에서는 근로자의 단체교섭권이 규제를 받는 면이 있어 사용자측이 이를 악용하여 부적한 행위를 할 염려가 없지 않다』고 지적, 사용자측의 이 같은 부당 행위를 사전에 배제해 나가도록 지시했다. 김 총리의 이 지시는 불안 속에 놓여있는 우리 경제 현실에 비추어 함축하는바 많다.
헌법에는 노동자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이 보장되어 있으나 이 권리 행사가 여러 가지로 제한되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특히 신 헌법은『공무원과 국가·지방자치단체·국영기업체·공익사업체, 또는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를 제안하거나 인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 구체적으로는「노동쟁의 조정법」, 「외국인 투자기업의 노동조합 및 노동쟁의 조정에 관한 임시 특례법」등을 통해 많은 제한을 가했다.
뿐만 아니라「국가 보위에 관한 특별 조치법」에 따라 쟁의가 거의 인정되고 있지 않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런데 최근에 밝혀진 서울법대 김모 교수의 조사에 의하면 국가 보위법에 의한 특별조치로 인하여 근로자의 쟁의권이 지나치게 침해되고 있으며 이를 기화로 사업주가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부당 노동행위가 2배 내지 3배로 늘어나고 있음이 명백히 나타나고 있다. 최근 신문에 보도된 것만 보더라도 근로자들이 노조를 만들자 기업주가 공장을 폐쇄하여 종업원을 집단해고하고 노임을 석 달이나 지불하지 않아 조합장이 음독자살을 꾀한 일까지 있었다. 또 식품회사의 경우 임금인상「데모」가 보위법 위반으로 입건된 일까지 있었던 것은 우리 기억에도 새롭다.
노동자에게 노동3권을 부여한 이유는 역사적·현실적으로 그럴만한 충분한 타당성이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경제체제에서 가치를 창조하는 요인은 자본과 노동이며 이 양자가 상호 균형을 유지해야만 재화의 생산이 증가할 것이요 산업의 발전이 촉진될 것이다. 그런데도 근로자들의 권익옹호를 위한 노동쟁의나 노동조합 등을 생산위축 요소로만 보고 금기하고 있는 사고 방식은 조속히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경영주의 부실 경영으로 노무까지 지급 받지 못한 모모방 사원들이 파산직전의 공장을 인수하여 60%만 가동하고서도 임금을 30%나 인상하였고, 1천여 만원의 이익금을 신경영주에게 넘겼다는 이야기는 근로자들의 참여가 산업 발전을 위하여 얼마나 필요한가를 입증한 것이라고 하겠다. 한국노총이 지난7일 경영면의 부조리를 제거하여 노사 협력 하에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노조대표가 참여하는「경영위원회」를 두도록 건의한 것도 이에 힘입은 것이라고 하겠다. 서독에서의 경형 조직법 등이 이를 규정한 것은 노사협력에 의한 생산성의 향상을 기하기 위한 것이다.
근로자는 단순한 노동도구는 아니다. 기계도 윤활유를 쳐주어야 하고 감가상각을 하여야 하는데 살아 있는 노동자의 노동 능력을 유지 향상시키기 위하여서는 노동의 재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근로조건을 향상시켜 주어야만 할 것이다. 아무리 완벽한 기계라도 이를「컨트롤」하는 기술자 없이는 활용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기술자와 근로자의 인간다운 생활과 작업환경의 보장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의 노동행정은 기업측의 부당노동행위를 보고도 못 본체 방관만 해 왔는데 앞으로는 이런 일이 절대로 없어야 할 것이요, 노동청이 약한 노동자를 옹호함으로써 극한적인 노동운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여야 할 것이다. 김 총리의 지시와 최 청장의 취임을 계기로 노동청이 진정 근로자를 옹호하고 산업평화를 초래하는데 힘써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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