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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와 자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대통령과 김 총리는『최근 일부 지식인과 학생들이 유신체제를 비판하고 체제의 변경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언론이나 일부 재야인사나 학생들이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좋으나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비판의 영역을 벗어나 체제의 변경까지 요구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다.
정부 최고위층의 이 언명은 국내외의 관심을 끄는 것이다. 왜냐하면 정부는 지난 12월초 대폭 개각을 계기로 강경한 집권자세를 수정하고 일련의 완화 정책을 쓰기 시작, 이로 말미암아 정치적인 자유 및 언론자유의 폭이 약간 넓어져 가고 있는 중인데, 이러한 언명은 정부가 생각하는 언론자유의 한계가 무엇인가를 밝혀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무릇 우리처럼 분단된 국가에 있어서「국가안보상의 요구」와「자유의 요구」사이에 적절 균형관계를 형성 유지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느 모로 보면 건국 후 4반세기가 되어 오는 한국정치사는 이런 관계를 설정하고 지속하기 위한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관계를 설정하고 유지하기 어려운 소이는 국가가 당면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판단이 개인이나 사회집단마다 다른데다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객관정세 자체가 늘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국가안보와 개인의 자유사이에 적절 균형의 관계를 형성하는 기본원칙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무엇인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필요 이상으로 제약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요, 또 개인의 자유를 극대화하여 무정부상태를 조성함으로써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집권세력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개인의 자유를 되도록 침해코자 하는 경향이 있고, 또 피치자인 국민대중은 자유의 확대를 원하는 나머지 안보상의 요구충족을 소홀히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 두개 상반된 경향이 격돌을 벌일 때 정국은 불안해지고, 국가는 동요를 면할 수 없게 된다. 이 두 개 상반하는 경향의 격돌을 막기 위해서는 치자-피치자 사이에 부단한 대화, 활발한 의견교환이 있어야 한다. 안보를 이유로 자유를 제한하겠다면 대체 어느 선으로 제한하는 것이 마땅한가.
또 자유확장을 위해 안보상의 요구를 후퇴시킨다고 하면 대체 어느 선까지 후퇴시키자는 것인가. 정권운영을 위임받은 정부사람들하고 정권운영을 위임해 준 국민들 사이에 민주적인 토론을 통한 합의가 부단히 이루어져 나가야 한다.
지난 1년 동안 한국정치의 불행은 정부가 지나치게 고자세를 취해 적극적인 대화, 성의 있는 설득을 게을리 하고 또 국민의 욕구불만이 평화리에 해소될 수 있는 안전판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치 못해 치자-피치자간의 동질적인 일체감이 퇴화되었다는데 있다. 정부는 이 점을 잘못으로 느꼈기 때문에 강경 자세를 후퇴시키고 대화의 문을 열었을 것이다.
현실에 대한 욕구불만이 누적된 나머지, 국민이 언론자유 및 정치적 자유 확대의 기운에 편승하여 일시에 불만을 털어놓겠다는 심정은 충분히 납득이 간다.
그러나 그 욕구불만을 일시에 해소코자 한다면 기본질서의 동요를 면치 못할 것이다.
국제정세의 여건으로 보아 남북관계는 분명히 전환기에 다다랐다. 이 전환기를 능숙하게 돌파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간에 호흡이 맞아 들어야 한다. 정부는 일련의 민주적 개혁을 대담하게 추진해 나감으로써 국민의 대 정부 비판이 도를 넘어 번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요, 또 국민은 십분 자제심을 발휘해 욕구불만의 해소를 위한 호소가 민주의 기본을 혼란시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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