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조원 투입할 평창, 올림픽 이후가 안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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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유발 효과 20조4973억원, 고용 창출 23만 명, 대회 기간 외국인 관광객 20만 명.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위원회와 강원도가 발표한 2018년 평창 올림픽의 전망이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에는 대회 이후의 시설 활용과 관광지화 방안을 위한 예산·인력·조직이 마련되지 않아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림픽 이후를 준비하지 않으면 자칫 올림픽을 치른 후 심각한 재정 문제를 떠안는 ‘올림픽의 저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지난 1일 국회에서 통과된 2014년 정부 예산에 따르면 2018년까지 투입될 평창 겨울올림픽 예산은 총 12조8485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회 유치 당시의 8조8098억원에서 1년 반 만에 50%나 늘어난 액수다. 그럼에도 이 예산에는 올림픽 이후 평창과 강원도 일대를 국제적 관광지로 활용하기 위한 종합 계획은 포함되지 않았다. 올림픽 예산은 경기시설 건설(11조879억원)과 대회 운영(1조7606억원) 항목이 전부다.

정부, 특구 지정했지만 민간 투자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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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2018년까지 편성된 예산 중 장기 관광 기획에 대한 관련 예산은 없다”며 “그런 건 문화체육관광부와 강원도에서 별도로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원도청은 “도청과 각 지자체에 관련 부처가 있지만 올림픽 이후 평창 일대에 대한 종합적인 관광 육성 계획은 정부나 조직위 차원에서 하는 것이 아니냐”고 답했다. 정부는 10일 올림픽 개최지 일대 27.4㎢를 특구로 지정해 2018년까지 3조3063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 중 국비(11%)·지방비(9%)는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고, 나머지 80%를 차지하는 민간 투자도 실제로 이뤄질지 불투명하다. 새누리당 염동열 의원은 “ 주변 땅값이 크게 올랐는데 어떤 기업이 투자를 하겠느냐”며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예산이 없으니 정부·지자체·조직위 어디에도 올림픽 이후까지 염두에 둔 관광 개발을 책임질 전담 인력을 찾기 어렵다. 현재 올림픽 관련 조직위원회(150명), 강원도와 개최 시·군(150명) 등에 소속된 300여 명의 인력 대부분은 경기장·SOC 건설이나 대회 운영 분야 등에 배치돼 있다. 정부는 올해 들어 문체부 차관 산하의 인력 3명에게 올림픽 업무를 맡기기로 결정했지만 이들이 어떤 역할을 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향후 관광 휴양지 육성 계획을 수립하고 책임질 총괄 기구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올림픽이 단발 행사가 아닌 관광산업과 창조경제로 이어져 지역과 국가 경제에 도움을 주려면 지자체와 문체부 등 정부와 조직위를 아우르는 총괄 헤드쿼터가 필요하다”며 “그러나 각 기관의 이해 관계, 정치색 등이 제각각이라 대통령이 강조한 ‘부처 간 벽 허물기’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밴쿠버는 빚 10조원 ‘올림픽의 저주’

 직전 겨울올림픽 개최지인 2010년 캐나다 밴쿠버는 올림픽 이후 최대 100억 달러(약 10조6000억원)의 빚을 떠안은 것으로 추산된다. 시설 투자에만 1000억 엔(약 1조원)을 퍼부은 1998년 일본 나가노 대회도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가 사후 활용에 실패한 사례로 꼽힌다. 나가노시는 올림픽 이후 300억원의 흑자를 냈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시설이 방치돼 시는 지금도 ‘유령 시설’의 유지비로 매년 20억 엔(약 200억원)의 세금을 쓰고 있다. 두 도시는 과도하게 시설투자에 나서면서도 대회 이후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준비하지 않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릴레함메르 연 20만 명 찾는 관광명소

 반면에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1980년 미국 레이크플래시드 올림픽처럼 성공 사례도 있다. 릴레함메르는 역대 겨울올림픽 중 가장 높은 입장권 판매율(88%)을 보이고도 1300억원의 적자를 냈다. 레이크플래시드도 100억원의 적자였다. 그러나 릴레함메르는 대회 5년 전에 ‘올림픽 후 발전 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켜 관광 로드맵을 마련했고, 레이크플래시드도 올림픽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올림픽 지역 개발청’을 설립해 올림픽 이후를 준비했다. 이에 따라 대회 이전엔 인구 5000명에 불과했던 레이크플래시드는 현재 1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됐고, 인구 2만5000명의 소도시였던 릴레함메르에도 매년 20만 명이 방문한다.

강태화·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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