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법에 비추어 본 김대중씨 사건 종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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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대중씨 사건은 내외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던져 놓았었는데 그 중요한 하나는 한·일간의 외교적 문제였다. 사건 발생(8월8일) 후 85일간 한·일 양국 정부는 부단한 접촉을 가져왔으며 김용환 외무장관은 지난 1일 『오늘로 한·일간의 얘기를 다 끝마쳤다』고 했다.
김씨 사건은 성격상 두 가지의 측면이 있다. 첫째는 개인의 자유가 침해됐다는 「유니버설」한 문제(일반적 문제)와 둘째는 사건이 타국에서 발생함으로써 야기된 「내셔널」한 문제 (국가간 문제) 다.
국가간 문제의 해결에는 국제법상의 원칙이 있으며 문제 해결은 1차 적으로 국가 책임이 발생하느냐의 여부, 2차 적으로 국가 책임의 해제 방법 절충이다.
국제법상 국가 책임의 발생 요건은 기본적으로 불법 행위가 국가기관을 구성하는 사람의 행위여야 한다. 다만 어느 정도의 국가기관 행위가 국가 책임의 요건이 되느냐에 따라 국가 책임의 한계가 그어진다.
국가원수·외교사절 등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의 행위는 그것이 국내법상 권한 안의 행위 여부에 불구하고 국가 책임이 발생한다. 그러나 일반 공무원의 행위는 외견상 직무범위 안의 행위일 경우에만 본래적인(Original) 국가 책임이 발생하며, 직무범위 밖의 행위일 경우에는 대리적인 (Vicarious) 책임은 몰라도 본래적 국가 책임은 생기지 않는다는게 통설이다.
다시 말해 공무원의 행위이더라도 그것이 권한 밖의 일로 본인의 직무와 관계없을 때는 사인의 행위로 간주된다. 이를 들어 외교관이 박물관에서 절도를 했을 경우 그것은 직무 외의 일이며 국가 책임은 발생치 않는다. 또 그 경우 도품이 양국간에 문제점이 있는 것(예컨대 부당히 약 감된 국보적 고 미술품이고 이 반환문제가 심각히 재기되고 있을 때) 그 외교관의 범행이 단순한 사적 행위냐, 국가 의사가 개입됐느냐는 문제가 제기되는데 공권력 개입의 거증 책임은 피해국측에 있다는 것이 통설이다.
이 사건으로 일본의 주권이 침해된 증거가 없다는 「오오히라」 일본 외상의 발언은 일본이 한국 공권력 개입을 거증할 수 없다는 공적 확인으로 사건해결의 중요한 「포인트」다.
국가 책임이 발생할 경우의 책임해제 방법으로는 ▲원상회복 ▲피해 배상 ▲진사가 있으며 그 공무원의 불법 행위가 권한 외의 행위로 국가와 관계가 없을 때에는 ▲위반 행위가 국가 행위가 아니라는 부인 ▲행위자의 처벌 ▲장래에 대한 보장 ▲가능한 원상회복 조치 등의 방법이 있다. 이중 어떠한 책임해제 방법을 택하느냐는 당사국간의 합의에 따른다.
한·일 양국 당사자간 합의로 이루어진 문제의 종결은 김 서기관이 외교관의 신분이기는 하나 이 사건 관여가 어디까지나 공적 직무 외의 사적 행위라는데 토대를 두어(이점, 67년의 동백림 사건과 다름) ①불법 행위의 국가 행위 부인 ②관계자의 면관 및 처벌 ③정부의 도의적인 진사 및 ④장래에 대한 보장이 함께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김대중씨의 해외활동을 불문에 붙이고 국내 활동이나 해외 여행을 자유롭게 한 것은 어느 정도 이 사건 이전의 원상을 회복한 것으로 보여진다. <성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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