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방선거 '2006 데자뷰' 공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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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의 데자뷰(dejavu)’. 오는 6월 4일 전국동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 확산되고 있는 위기감의 실체다.

 9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민주당 지방선거 대책회의 보고서는 현재 상황이 “정당 지지도 등 여러 면에서 2006년 지방선거 직전과 매우 유사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2006년 5월 지방선거는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단 한 곳(전북)만 건지고 한나라당에 12곳을 내주면서 참패한 선거다. 현재 상황이 당시와 비슷해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선거 결과는 비관적”이라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과 가장 닮은 게 정당지지율이다. 한국갤럽이 조사한 2006년 5월 30일 정당지지율은 한나라당이 44.8%로 15.1%를 기록한 열린우리당에 세 배 가까이 앞섰다. 같은 기관의 지난해 12월 셋째주 조사에서도 새누리당(35%)이 민주당(10%)보다 세 배 정도 높다. 그때나 지금이나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은 20~30%를 유지하고 있다. 보고서는 “무당층의 실제 투표성향을 가상해 시뮬레이션을 해봐도 민주당은 열세”라며 “역대 무당층들이 실전에서는 보수 6, 진보 4의 비율로 투표를 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선거구도도 판박이다. 2006년엔 한나라당에 맞서 진보세력이 열린우리당과 새천년민주당으로 분열한 채 선거를 치렀다. 하나의 거대 보수정당(새누리당)과 상대할 나머지 진영이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으로 나뉘어 선거전을 벌여야 하는 지금 상황과 똑같다. 당시 충청권에 국민중심당도 있었지만 전신인 자유민주연합이 한나라당에 흡수된 직후라 존재감은 적었다.

 ‘집안싸움’의 양상도 비슷하다. 2006년 열린우리당은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하며 새천년민주당과 호남에서 경쟁했고, 지금은 ‘안철수 신당’이 ‘새 정치’를 표방하고 있다. 2006년엔 새천년민주당이 광주·전남을 얻었고, 열린우리당은 전북만 확보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의 ‘호남대첩’이 예고된 상태다.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2006년과 상반되지만 민주당 입장에선 선거 환경이 좋지 않다는 점이 당시나 지금이나 같다.

 2006년 상반기 갤럽조사 평균치를 보면 노무현정부가 ‘잘 못했다’는 여론(66.5%)이 ‘잘했다’(23.5%)는 평가보다 훨씬 많았다. 노무현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으로 선거가 치러졌다. 그러나 현재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선 긍정적(54%)이라는 평가가 부정적(35%)이라는 의견보다 높다. 이대로라면 집권당인 새누리당에 유리할 것이란 관측이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기대하는 건 2010년 지방선거 모델이다.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선 이명박정부에 대한 긍정적 평가(46.5%)가 부정적 평가(43.%)보다 많았지만 야당인 민주당이 한나라당에 완승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국민은 정부·여당에 대한 호감이 크게 높지 않을 경우 지방선거에선 야당의 편을 들어주는 견제와 균형의 묘를 발휘한다”며 “민주당이 자체 쇄신을 하는 동시에 대통령 지지율을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2006년과 같은 진보진영의 분열을 최대한 피하고, 안철수 신당 세력이 새누리당으로 향할 수 있는 중도층을 흡수하는 ‘이원전략’을 짜야 한다는 얘기가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관계자는 “안철수 신당과 수도권에서만큼은 내전(內戰)을 피해야 한다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민주당이 조직력과 참신한 인물을 앞세워 호남에서 세력을 유지하고 수도권에서 서울 등의 우위를 지켜나간다면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소아 기자

◆데자뷰=처음 경험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본 적이 있거나 경험한 적이 있다는 느낌이나 환상을 가리킴. 프랑스어로 ‘이미 보았다’는 의미. 우리말로는 기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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