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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소통 특보단' 만들면 어떤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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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새해 들어 ‘대통령의 소통’이 화젯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신년 기자회견은 취임 후 처음이어서 회견 자체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런 데다 대통령이 보여준 ‘소통에 대한 이해’가 적잖은 국민에게 거리감이 있는 게 사실이었다. 대통령은 ‘잘못된 것과의 타협은 소통이 아니다’라는 걸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많은 국민은 그보다는 ‘대통령이 문제를 정확히 파악할 만큼 소통은 충분한가’라는 걸 걱정한다. 특히 TV에서 참모들이 받아적기만 하는 회의 장면을 보면 과연 청와대 내에서 소통이 제대로 이뤄질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8일 대통령을 만난 새누리당 상임고문 중에선 소통 문제를 지적한 이들이 있었다. 야당과 대화를 더 해야 한다거나, 많은 사람을 만나라는 주문이 나왔다. 한때 친박계 좌장이었던 김무성 의원은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야당이 틀린 얘기를 하더라도 대통령이 좀 들어주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은 회견에서 나름의 소통 방식을 소개했다. 여러 행사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밤늦게까지 보고서를 보면서 장관이나 수석과 통화하고, 청와대로 들어오는 민원에 성실히 답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만으론 세상 문제의 적나라한 핵심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핵심에 접근하는 데에는 대화를 자유롭게 주고 받는 직접 소통이 더 효과적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홀로 있는 시간이 많은 데다 원래 대외 접촉에 신중한 스타일이다. 그래서 소통 방식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

 박정희 대통령은 철학·외교·국방·경제·농업·법률 등의 분야에서 경륜과 지식을 가진 인사들로 특보단을 구성했다. 그들과 밤늦게까지 막걸리를 마시면서 국정을 토론했다. 어느 정도 자유로운 분위기여서 정권에 비판적인 얘기도 나왔다고 한다. 막걸리는 없더라도 박 대통령은 이 같은 소통 방식을 진지하게 고려해 볼 만하다. 공식 행사나 보고서, 그리고 전화선을 통해 듣는 얘기는 ‘진짜 얘기’가 아닐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그런 소통 방식으로는 누가 ‘수첩인사’의 문제점을 얘기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