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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남과 테니스녀 왜 커플 많은가 했더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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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최근 약혼한 매킬로이(오른쪽)와 보즈니아키(左), 2008년 결혼해 2009년 이혼한 노먼(왼쪽)과 에버트(右).

프로골퍼 로리 매킬로이(25·북아일랜드)와 테니스 스타 캐럴라인 보즈니아키(24·덴마크)가 지난 2일 약혼했다. 보즈니아키는 운동선수답게 프러포즈와 약혼반지를 받은 걸 ‘우승’이라고 표현했다.

 남자 골퍼와 여자 테니스 스타 커플은 자주 등장한다. 가장 화려했던 조합은 2002년 풋풋하면서도 뜨거운 사랑을 나눈 신동 커플 세르히오 가르시아(34·스페인)와 마르티나 힝기스(34·스위스)였다. 가르시아는 19세에 메이저 대회에서 타이거 우즈와 우승을 다퉜고, 힝기스도 17세 때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신동이었다.

 테니스의 섹시 스타로 꼽히는 마리야 샤라포바(27·러시아)는 골프에서 잘생긴 선수로 꼽히는 애덤 스콧(34·호주)을 이상형이라고 했다. 그러나 스콧은 다른 테니스 스타인 아나 이바노비치(27·세르비아)와 결혼을 전제로 사귀고 있다. 2009년 호주 오픈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성적이 동반 하락하자 헤어졌다가 지난해 재결합했다. 이바노비치는 “스콧이 설거지를 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며 만족해했다.

 한때 존 댈리와 장타왕을 다투던 괴물 타자 행크 퀴니(39·미국)는 테니스 파워플레이어인 비너스 윌리엄스(34·미국)와 6년 동안 로맨틱한 관계였다. 퀴니의 형과 여동생은 모두 골프 선수고 윌리엄스의 동생 세레나는 여자 테니스 세계랭킹 1위다.

 그레그 노먼(59·호주)-크리스 에버트(60·미국)는 둘이 합쳐 메이저 20승을 거둔 가장 강력한 골프-테니스 커플이었다. 사실상 은퇴 상태였던 노먼은 에버트와 결혼 직후인 2008년 디 오픈 챔피언십에 나가 우승을 다퉈 세상을 놀라게 했다.

 골프-테니스 커플이 자주 나오는 건 개인종목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골프와 테니스 선수는 돈을 많이 벌고 화려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매우 외롭다. 단체종목이라면 이런저런 변명거리를 찾을 수 있다. 심판을, 감독의 작전을, 좋은 패스를 하지 않은 동료를, 반칙을 저지른 상대를 탓할 수 있다. 그러나 골프나 테니스는 남 탓을 할 수가 없다. 모두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 이 외로움을 개인종목 선수들은 잘 알기에 상대를 이해할 수 있다.

 두 종목은 음과 양이다. 골프는 대표적인 멘털 스포츠다. 테니스는 ‘피 흘리지 않는 복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격렬하다. 양 극단의 두 종목 스타들은 자신이 갖지 못한 부분을 가진 상대에게 존경심을 가지며 영감과 위안을 찾을 수 있다. 그레그 노먼은 ‘샷은 강력하지만 정신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였다. 에버트는 딱 반대였다. 힘이 아니라 끈기로 메이저 18승과 테니스 역사상 최고인 승률 90%를 달성한 선수였다. 노먼은 “에버트의 도움으로 성숙해졌다”고 했다.

 테니스 국가대표 출신인 박양자씨와 결혼한 한국프로골프협회 황성하 회장은 “정적인 스포츠를 하는 골프 선수가 격렬한 테니스를 보면 투쟁심 등 스포츠의 다른 면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매킬로이도 여자친구의 테니스 경기를 보면서 힘을 얻었다고 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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