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무협영화 1000여 편 남기고 … 쇼브러더스 창업자 사오이푸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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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브러더스’를 세워 홍콩 연예계의 영원한 대부로 불리는 사오이푸(邵逸夫·사진) 홍콩 TVB방송 명예회장이 7일 별세했다. 107세. 중국 저장성에서 태어난 사오 명예회장은 1923년 싱가포르로 건너가 영화 일을 시작했다. 58년 홍콩으로 이주해 셋째 형 사오런메이(邵仁枚)와 함께 세운 영화제작사 ‘쇼브러더스’로 홍콩 무협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그가 제작한 1000여 편의 무협영화 첫 장면에 나오는 SB 로고는 한국 관객과도 친숙하다.

‘외팔이 검객’ ‘죽음의 다섯 손가락’ ‘13인의 무사’ 등은 할리우드 감독들에게도 영감의 원천이 됐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킬빌’에 삽입된 영화가 모두 쇼브러더스의 작품이다. 이후 골든하베스트가 청룽(成龍) 주연의 영화로 부상하자 사오 회장은 83년 영화 제작을 중단하고 67년 설립한 TVB에 주력했다. 배우 저우룬파(周潤發)·저우싱츠(周星馳), 영화 감독 왕자웨이(王家衛)가 모두 TVB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TVB는 68년 홍콩의 첫 TV연속극 ‘몽단정천(夢斷情天)’을 제작하고 인공위성을 통해 인류의 첫 달 착륙 장면을 보도하기도 했다. 사오이푸는 두 차례 결혼했다. 첫 부인 황메이전(黃美珍)과 4명의 자녀를 낳았고, 사별 10년 후인 90세에 62세의 팡이화(方逸華)와 재혼했다.

 사오 명예회장은 생전에 “기업가의 최고 경지는 자선가다”라는 정신을 실천했다. 86년부터 21년간 34억 위안(6000억원)을 중국 대륙의 교육사업에 기부했다.

신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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