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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농산물의 현금판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미국은 GATT 총회를 앞두고 농산물 금수조치를 일부 풀어놓은 대신 오는 10월1일부터 수출농산물은 현금판매만 허용할 것이라 전해진다. 30년∼40년의 장기차관까지 제공하던 미국이 현금판매만 하는 경우 그 동안 차관형식으로 수출하던 식량부족 국가에는 심대한 충격을 줄 것이 확실한데, 우리의 경우도 그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우리 나라의 경우 올해 잉여농산물 차관 협정규모는 1억7천9백만「달러」이나, 그밖에도 연불수입·AID차관 등을 고려할 때 외상 내지 차관으로 들여오는 대미 농산물 수입규모는 3억「달러」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더우기 같은 물량이 들어온다 하더라도 값이 오른 것을 계산한다면 앞으로 줄잡아 연간 5억「달러」이상의 외환지출 요인이 추가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농산물 판매방식이 변경됨으로써 우리가 입게될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분석을 거친 긴급대책이 세워져야 할 것이다.
우선 외환사정에 큰 압박을 줄 것은 명약관화하므로 이에 따른 국제수지 조정작업을 서둘러야할 필요가「클로스 업」된다. 그 동안에는 무역수지 적자가 연간 10억「달러」수준에 있어도 차관·연불수입 등 때문에 외환보유고는 늘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줄잡아 연간5억「달러」규모의 식량·사료 그리고 원면 수입분이 현금지출 요인으로 바뀌는 것이라면 8억「달러」의 보유외환 만으론 감당키 어렵게 되었다. 따라서 이들의 현금구매가 불가피하다면 그 자원을 별도로 염출하든지, 아니면 수입계획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조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무역구조나 국제금리 동향으로 보아 우리는 불가피하게 수입계획을 재조정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잉여농산물 판매 대전의 상당부분이 일반재정 수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근자의 경향이었다 하겠는데, 내년도 예산부터는 그것이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를 전제로 해서 74년도 예산안을 짜고 있다면 지금부터 다시 근본적인 손질을 해야할 것이다. 세입예측이 이로써 크게 뒤틀리게 된다면 내년도 예산은 아직도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근본적으로 다시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새로운 조치는 차관과 연불수입으로 원면을 들여오던 면방업계의 자금사정을 급변시킬 것이며 그 때문에 추가금융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될 것이다. 따라서 면방업계의 산업상의 비중으로 보아 이 문제는 지금부터 충분한 대비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끝으로 이번 미국의 충격적인 조치는 또 다시 우리의 농정문제를 반성케 한다. 그 동안 우리의 식량자급 계획은 몇 번이나 연장 또 연장으로 그 시한을 늦추어 왔으나, 이제부터는 이같은 안이한 방식이 통할 여유가 없어진 것이다. 시한을 정하고서 집중적으로 목표를 달성한다는 농정자세의 확립이 이제 더욱 절박하게 되었으며, 때문에 농정전략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본란이 누누이 주장한 바 있듯이 오늘의 내외정세로 보아 우리의 농정은 토지생산성을 기초로 하는 주곡 생산체제를 중심으로 전개되어야 할 너무나 많은 긴급과제 등을 내포하고 있다.
기본적인 제약요인을 외면한 채 농정의 중심을 분산시키는 것은 위험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농정의 기본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검토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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