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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건축가 공일곤씨의「어드바이스」|능률적인 부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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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생활에선 부엌을 어떻게 꾸밀 것인가 하는 문제가 비단 주택을 신축할 때뿐만 아니라 보수나 증수에까지도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그것은 우리의 전통적인 가옥구조에서 오는 생활방식과의 조화나 현재의 경제적 여건에서 과연 가장 능률적인 부엌구조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의 문제다.
재래식 가옥의 부역은 전통적인 대가족중심으로 나무를 때며 물을 길어다 쓰는 살림에 알맞게 돼 있다. 그러나 근래에 와서는 가족의 수도 줄었으며 연료가 간편해졌고 무엇보다 좁은 공간을 쪼개어 부엌을 꾸며야 하게 됐다.
그러므로 현재의 주택에서는「쓸모 있는 부엌」조건으로 ①공간의 활용 ②환기·배기 장치·채광이 좋을 것 ③작업에 편리할 것 등을 우선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에 앞서 취사·난방의 연료에 따라 부엌을 서양식으로 할 것인가 개량 재래식으로 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중앙난방으로「보일러」를 사용하며 취사를 가스로 할 수 있다면 물론 양식부엌이 좋다. 그러나 현재 경유 등 중앙난방의 연료비를 생각할 때 일반 서민가옥에서는 역시 연탄이 가장 경제적이다. 따라서 건평 30평 미만의 소 주택이라면 이러한 경제적 부담을 적어도 앞으로 3, 4년까지를 내다보고 연료문제를 결정하고 거기에 맞추어 부엌설비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
연탄을 사용할 경우라면 부역은 우선 바닥높이를 낮추는 것이 좋다. 난방과 취사를 겸해야 하는 경제적인 문제와 연탄「가스」를 다루는데 있어도 바닥이 낮으면 훨씬 안전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천장에 다락을 꾸며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이점을 갖고 있다. 이러한 재래식 부엌이라도 부엌바닥은「타일」이나「아스타일」등을 깔고 조리대·수도시설은 빈틈 없이하여 기농을 살리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즙은 면적으로 편리한 부엌을 꾸미기 위해서는 우선 출입구와 장의 위치를 잘 잡아야 한다.
유효면적을 아끼려면 작업대나 수납장소를 갈 배치해야 하는데 자칫 문이나 창을 잘못내면 공간의 낭비를 가져오게 되기 쉽다. 그러므로 붙박이 찬장이 붙을 곳과 작업대·「가스·레인지」나 아궁이의 위치를 모두 잡아가면서 여기에 맞추어 문과 창을 내도록 한다.
양식부엌의 경우라면 부엌바닥이 모든 방 높이와 같으므로 이들 통로 문에는 문턱을 없애 출입을 더욱 편리하게 한다.
부엌에 들어가는 벽장이나 작업대는 최근 기성품이 많이 나와 있는데 실제로 목수에게 맞추는 것보다 값이 싼 편이다. 부엌만 전문으로 하는 업자가 많아 부엌설계는 따로 이들에게 맡기면 훨씬 쓸모 있게 꾸밀 수 있다.
부엌의 공간활용은 벽장과 작업대 밑의 찬장 등 수납장소를 늘리면서도 작업할 때 불편이 없게 최소한의 작업공간을 갖게 하는 일이다. 여기에는「코너」의 이용이 큰 역할을 한다. 부역살림의 온갖 물건들을 이런「코너」를 이용하여 정리하고 배치하게끔 해야 한다. 칼꽂이·냄비 꽂이 등 벽면을 최대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양식부엌에서는 요즘 식당을 경해 쓰도록 설계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좁은 집에서 식당을 따로 가질 수 없으며 대개 거실모퉁이에 식탁을 놓는데 이 경우 음식냄새 때문에 불편하므로 부엌으로 식탁을 옮겨서 함께 쓰는 것이다.
부엌에다 식탁을 놓아 식당을 겸해 쓴다면 식당을 따로 갖는 것보다 적어도 3분의1의 면적을 아끼는 셈이 된다. <윤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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