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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 Story] "아파치 조종사로 한국 지키러 가요"

미주중앙

입력

미 육군 사라 전 중위가 아파치 헬리콥터 위에 서서 환하게 웃고 있다. 아파치 조종사인 전 중위는 다음달 비행학교를 졸업하고 3월 9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에 배치된다.

지난달 15일 오후 4시30분, 앨라배마주 포트 러커 시 포트 러커 비행학교 활주로에 AH-64D 아파치 롱보우 헬리콥터가 부드럽게 착륙한다. 길이 58.17피트(17.73미터), 높이 13.30피트(4.05미터)의 위풍당당한 아파치 헬기에서 조종사 두 명이 내린다. 이 가운데 한 명은 유독 작다. 딱 봐도 160cm가 안돼 보인다. 헬멧을 벗으니 20대 초반의 앳된 한인 여성이다. 주인공은 미 육군 사라 전(23·사진)중위다. 작고 앳되지만 당차 보이는 90년생 말띠 여군이다.

전 중위는 2012년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했다. 남동생 조셉도 현재 웨스트포인트 3학년에 재학중이라 ‘웨스트포인트 남매’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전 중위는 웨스트포인트 졸업반 시절 항공병과를 택했다. 여생도는 보통 사무실 근무가 가능한 정보병과를 선택하는 탓에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2012년 8월부터 포트 러커 비행학교에서 조종사 수업을 받고 있다. 입학 전 키가 작다는 이유로 특별 신체 검사까지 받았다.

그는 “조종사가 되려면 일정 키가 넘어야 한다. 또, 기내 기계를 작동하려면 팔길이도 일정 길이 이상이어야 한다"며 "다행히도 무사히 통과했다”고 미소 지었다.

전 중위가 조종하는 아파치는 미 육군을 대표하는 공격형 헬리콥터다. 영화 속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첨단 항공기다.

그는 “어머니가 ‘왜 아파치를 택했니?’라고 물어보신 적이 있다. ‘멋지고 쿨 해 보여서’라고 답했다”고 웃었다.

당연히 아파치 조종사가 되는 길은 쉽지 않았다. 훈련 과정이 남자도 이겨내기 힘들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파치 조종사 가운데 여성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전 중위가 속한 클래스(30명 규모)에도 그가 홍일점이다. 하지만, 전 중위는 개의치 않았다. 그저 아파치 조종사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즐겼다.

그는 "새벽 4시30분 훈련을 시작해 보통 오후 7시까지 이어진다. 야간비행, 악천후 비행, 이론 수업 등 다양하다"며 "S.E.R.E(Survive, Evade, Resist, Escape) 코스가 가장 힘들었다. 한밤중에 훈련생들을 숲 속에 떨어 뜨린다. 토끼를 잡아먹고 심지어 독사까지 잡아먹으면서 생존법을 배웠다. 적지에서도 살아남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2세지만 전 중위는 여전히 한국에 대한 애정이 크다. 다음달 6일 비행학교를 졸업하는 그는 한국 근무를 자원해 오는 3월 9일 경기도 평택시의 캠프 험프리에 배치된다. 전 중위는 “한국에 꼭 가고 싶었다”며 “항상 한국인으로 장점이 많다고 생각해 왔다. 근면성실한 한국인이라는 것에 늘 자부심을 가져왔다. 이번 기회에 내 뿌리를 찾고 한국 문화도 배우고 그간 많이 까먹은 한국어도 다시 익히고 싶다"며 "또, 한국에서는 다른 나라보다 아파치 헬기 조종을 더 많이 할 수 있어 값진 경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반도가 긴장 상태인 것을 잘 안다. 한국에 도착하면 그 긴장 상황에 겁이 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감정은 중요치 않다. 한국을 지키는 임무를 완수할 것"이라며 "특히, 미군 내 한인 아파치 조종사로 한국군과 미군의 원활한 의사소통에 기여 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박상우 기자 swp@koreadaily.com

☞AH-64D 아파치 헬리콥터란?

'하늘 위의 저승사자'라 불린다. 미 육군을 대표하는 공격형 헬리콥터로 주요 임무는 지상군 서포트다. 보잉사에 따르면 이 헬기의 최고 속력은 시속 273 킬로미터. 중장갑 전차, 진지, 건물 등을 파괴하는데 사용되는 헬파이어 미사일, 기본 기관포로 1분에 625발 연사 사격할 수 있는 M230 E1 30mm 체인 건, 그리고 히드라 70mm 로켓탄 등이 장착돼 있다. 헬기 안에는 두 명의 조종사가 탑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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