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준 "결연해진 안철수, 9번 도움 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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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합류한 윤여준 전 장관(오른쪽)이 안철수 의원에게 자리를 권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5일 무소속 안철수 의원 진영에 합류했다. 안 의원 측 신당 창당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에 영입된 윤 전 장관은 “안철수의 등장은 역사적 필연이라고 생각한다”며 지지의사를 밝혔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한 안 의원과 결별한 지 2년여 만에 재결합한 모양새다. 윤 위원장은 이날 회견에서 “안 의원의 새 정치가 역사의 명령이라면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힘을 보태는 게 도리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신당 합류 이유를 설명했다.

 안 의원과 재결합한 데 대해선 “저는 결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울시장 출마를 (하려다) 안 하니까 그 일을 중단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자와의 통화에선 “지난해 8월부터 올해까지 5개월간 안 의원을 총 9번 만났다”며 “만날 때마다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한 사람한테 같은 부탁을 세 번 할 사람이 아닌데 ‘이 사람 참 집요해졌구나’ 싶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안 의원이 이전과 확연히 다른 결연하고도 강인해진 모습에 합류를 결심했다”고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의원 안철수를 어떻게 평가하나.

 “국회에 적응하려 애쓰는 게 눈에 보여 안쓰러웠다. 또 2년 전보다 정치 상황을 분석하는 수준이 훨씬 높아졌다. 안 의원 스스로도 ‘짧은 기간이지만 현실정치를 겪으며 많이 배웠다’고 하더라.”

 - 차기 대선 주자는 누가 바람직하다고 보나.

 “안 의원은 지난해 나를 만나 ‘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을 버렸다. 아니 처음부터 없었다. 새 정치가 목적이고 대통령은 목적 달성을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했다. 굉장히 바람직하다.”

 - 6월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신당의 승산은.

 “지금 정당의 지지도로 유불리를 따지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지역의 후보가 갖는 경쟁력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원론적으로 선거 전 창당을 하는 게 맞지만 창당에는 어마어마한 준비가 필요하다.”

 윤 위원장은 정치권에서 전략통 혹은 책사로 통한다. 신문기자 출신으로 전두환 정권 때 청와대 비서관을 거쳐 노태우→김영삼 정권을 거치는 동안 대변인·수석비서관·장관 등 요직을 두루 지낸 데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이회창 전 대선 후보의 특보를 맡으면서 화제를 모았다.

이후 16대 의원, 여의도연구소장 등을 거치면서 당 대표이던 박근혜 대통령을 도왔고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에도 역할을 했다. 윤 위원장이 다시 세간의 관심을 모은 건 2011년 안철수 의원의 멘토로 알려지면서다. 그러나 안 의원이 “윤 전 장관이 제 멘토라면 제 멘토는 김제동·김여진씨 등 300여 명쯤 된다”고 부인하는 바람에 거리가 멀어졌다. 이후 윤 위원장도 “(안 의원에 대한) 기대도 없고 (대선에) 나가든 말든 내 관심사가 아니다” “안철수란 사람의 캐릭터를 모르겠다”(2011년 본지 인터뷰)거나 “여전히 감성적인 언어로 추상성이 높은 모호한 말을 한다”(2013년 팟캐스트)며 안 의원을 비판했다. 2012년 대선 때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 캠프에 합류, TV 찬조연설에 나서기도 했다.

 윤 위원장과 안 의원의 결합에 대해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윤 전 장관의 정체성이 뭔가. 한두 번 정치적으로 바람을 피웠다면 몰라도 정치적 바람을 피워도 세게 피운 것”이라고 했다. 같은 당 하태경 의원도 자신의 트위터에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지지 TV 연설 이미지가 아직 강렬히 남아 있는데, 윤 선생님 이건 아닙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새 정치는) 비전과 구체적 방안 없이 정치 혐오와 실망에 기댄 반사효과만으로는 결코 이룰 수 없고, 다가서면 사라지는 신기루일 뿐”이라며 평가절하했다.

글=하선영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신당 합류, 2년 만에 재결합
"윤, 정치적 바람 세게 피워"
새누리·민주당 비판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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