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에 '통행세' 부당지원, 삼양식품에 26억 과징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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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공정거래위원회는 5일 거래 과정에서 실질적인 역할이 없는 관계회사에 거액의 중간마진(통행세)을 챙겨준 삼양식품을 제재했다고 밝혔다.

부당행위의 한 유형으로 통행세가 지난해 공정거래법에 명시된 이후 통행세 위반 사례가 적발된 것은 처음이다. 공정위는 삼양식품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6억24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대형 할인점인 이마트에 라면류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실질적 역할이 없는 내츄럴삼양을 끼워 넣어 통행세를 받아 챙기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라면류 제조회사는 일반적으로 대형 할인점과 직거래를 한다. 그러나 삼양식품은 관계회사인 내츄럴삼양을 통해 이마트에 라면류를 공급하게 했는데, 이 과정에서 삼양식품은 일반적으로 할인점에 직접 제공하는 판매장려금을 통상 수준보다 높게 책정해 내추럴삼양에 지급했다. 삼양식품은 내츄럴삼양에 11%의 판매수수료를 지급하고, 내츄럴삼양은 거래처인 이마트에 6.2∼7.6%의 판매장려금만 재지급함으로써 그 차액인 3.4∼4.8% 상당을 통행세로 챙겼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법으로 삼양식품은 2008년 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1612억원 규모의 지원성 거래를 통해 내츄럴삼양에 70억2200만원을 부당하게 지원했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김준하 공정위 제조업감시과장은 “라면 제조업체들은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같은 대형 할인점과 직접 거래하고 있으며, 삼양식품도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와는 직접거래를 해 왔고 이들 업체에는 판매장려금을 7∼8% 수준만 제공했다”고 말했다.

 내츄럴삼양은 조미료를 제조·판매하는 사업자로, 경영상태가 좋지 않았으나 이 같은 통행세를 챙겨 이 분야 시장 점유율 2위를 유지해 왔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김 과장은 “통행세 관행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에도 만연해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내츄럴삼양은 지원 주체인 삼양식품의 최대 지분(33.3%)을 보유하고 있고, 내츄럴삼양 지분의 90.1%는 삼양식품그룹 총수를 비롯한 친족이 보유 중이다.

세종=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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