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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버스, 광진교서 추락 참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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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8일 하오 10시5분쯤 서울 성동구 풍납동44 광진교 위 일방통행로를 천호동을 향해 과속으로 달리던 동남교통소속 서울5사1859호 좌석「버스」(운전사 양상호·41)가 다리 위 높이 25㎝의 안전장애물을 들이받고 다리왼쪽 난간 8m쯤을 부수면서 한바퀴 곤두박질, 13m 아래 한강모래바닥에 처박혔다.
이 사고로 승객50여명 가운데 백선기씨(28·서울 성동구 성내동161의10) 등 17명(남자 11, 여자 6명)이 죽고 이의열씨(46·서울 성동구 암사동597) 등 28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차체는 성냥갑이 바스러지듯 찌그러졌다. 부상자는 한양대·이대부속병원·을지병원 등에 입원했다. 사고「버스」는 이날 「배터리」고장으로 「헤드라이트」가 약해 1m 앞을 비추지 못한 상태에서 속도제한 20㎞의 좁은 다리 위를 과속으로 달리다가 끔찍한 사고를 빚은 것으로 밝혀졌다.

<납작해진 차체 가족들 아우성|사고현장>
난간을 박찬「버스」는 공중에서 한바퀴 돌면서 「버스」오른쪽 차체와 천장 사이의 모서리가 모래바닥에 쳐 박혔다. 이 때문에「버스」출입문 쪽 자리의 승객들이 대부분 희생됐다. 찌그러진 「버스」안은 피비린내와 『사람 살리라』는 비명으로 범벅이 됐다.
주위에는 깨어진 유리조각·「핸드백」·구두·모자·책가방 등이 흩어져 있었고 모래밭은 군데군데 피로 얼룩졌다.
가족의 귀가를 기다리다 뒤늦게 사고를 안 주민 2천 여명이 몰려들어 생사를 확인하느라고 크게 혼잡을 이루었다.
처음 사고를 목격한 김재은씨의 신고로 광진교 천호동 쪽 검문소 헌병2명과 길남 순경, 청원경찰 천창배씨 등이 현장으로 달려가 신음 중인 부상자를 끌어내 인근「베드로」병원·연합의원 등에 옮기고 사망자와 중상자들을 한양대병원으로 옮겼다. 주민들은 「리어카」를 끌고 나와 환자들을 옮겼다.
고동철 시경국장이 현장에 나와 지휘하고 경찰은「크레인」으로 19일 상오0시15분쯤 사고 차를 끌어냈다.
이날 사고로 중상을 입은 이의훈씨(41)는 부인 김윤자 여인(41), 아들 요한군(5)과 함께 오랜만에 시내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돌아오다 사고를 만나 부인은 죽고 요한 군은 중상을 입었다.
조태일씨(33·미 「캘리포니아」 교포신문 서울지사 편집장)는 지난 7월 최모양(24)과 약혼, 오는 10월 도미를 앞두고 변을 당했다.

<정지신호도 무시|사고경위>
중상을 입고 을지병원에 입원한 운전사 양상호씨에 따르면 사고 「버스」는 이날 하오 8시47분 관악구 봉천동을 출발, 주말 퇴근길의 승객 50여명을 태우고 성동구 천호동으로 가던 길이었다.
「버스」가 청계천2가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헤드라이트」와 차내 조명등이 흐려져 1m앞을 분간할 수 없게 되었다. 운전사 양씨는 청계천3가 정류장에서 고장을 고치려다 안 되자 가로등과 다른 차의 불빛을 이용, 그대로 차를 몰았다.
성동구 구의동 네거리부터는 가로등도 없어 다른 차의 꽁무니를 바짝 쫓아 캄캄한 광진교에 들어섰다. 다리 중간(입구에서 4백37m 신호등 설치 지점에 이르렀을 때 정지신호가 떨어졌으나 양씨는 이를 무시하고 마구 달리다 높이 25m, 너비 24㎝의 안전장애물을 들이받는 순간 팽이처럼 퉁겨 다리 왼쪽 높이 1m의 난간을 8m쯤 부수면서 모래바닥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에서도 운전사의 부주의로 큰 사고를 빚었다.

<희생자에 백20만원|사고수습>
광진교 사고수습 대책위원회(위원장 유재원 동부경찰서장·43)는 19일 하오3시10분부터 성동구 광장동 동아주유소 2층 회의실에서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 15명의 유가족들과 약4시간동안 위자료 문제를 의논한 끝에 시체1구당 위자료 1백만원과 장례비 20만원 등 1백2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사망자 명단(17명)
▲김윤자씨(42·여·성동구 암사동597의7) ▲이종하씨(44·성동구 가락동154) ▲최대모씨(29·성동구 길동465의106) ▲조태일씨(33·성동구 암사동424) ▲오순례양(24·여·일명 정자·성동구 성내동1의126) ▲최상권씨(27·성동구 오금동249) ▲김석교씨(40·성동구 천호동140의2) ▲김윤헌씨(37·천호동395의47·동부경찰서 형사계) ▲강태원씨(29·성동구 천호동387의22) ▲백선기씨(28·성동구 성내동161의10) ▲최명덕씨(51·여·성동구 암사동476) ▲정정단양(18·사고「버스」차장) ▲정신해씨(41·여·성동구 암사동 479) ▲서승기군(14·성동구 풍납동 141의11·천호 중1) ▲오정임양(21·경기도 파주군 광탄면 용미리) ▲32세 가량의 남자 ▲23세 가량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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