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의 안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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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박 대통령은 6일 월간경제동향을 듣고『8·3조치에서 공약 한대로 물가를 3%선에서 안정시키는데 성공했다』고 평가하면서 앞으로도 물가안정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을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기업과 국민들은 정부의 물가안정 노력에 적극 협조해달라』고 당부함으로써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이 일체가 되어 물가안정에 기여할 것을 새삼 강조한 것이다.
근자의 내외 경제동향으로 보아 3자의 협력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국제적으로 밀려오는「인플레」압력을 견디기 힘들 것이라는 점에서 안정에 대한 인식이 새로운 각도에서 높아져야 하겠다.
그러나 현대경제를 이끄는 차륜의 두 바퀴는 역시 정책을 다루는 정부와 경제를 실지로 움직이는 기업이라 하겠으므로 정책이 합리적으로 국민경제를 유도해야 할 것이며, 이에 호응해서 기업들이 국민경제의 당면과제에 즉응하여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자발적으로 노력해야만 소기의 안정목표를 이룩할 수 있는 것이다.
우선 국제적으로 밀려오는 인플레 압력을 완화시키는 정책적인 노력은 정책당국이 담당해야할 기본 과제이다. 국제적으로 밀려오는 원가 압력 자체는 우리가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그러나 원가압력이 최소한으로 국내경제에 파급되도록 합리적인 유도를 함으로써 차제에 경제체질을 개혁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도리어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원가압력의 국내전가를 방지하는 기본적인 수단은 환율 매개기능에서 찾을 수 있다. 환율을 인하(평가절상)한다면 원가압력이 당장 완화될 수 있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물론 이 경우 수출증대라는 기본시책과 상충되는 것이므로 안정과 성장이라는 기본문제를 적절히 안배하여 결정해야 한다는 어려운 조건이 붙는 것은 사실이나 이 문제를 검토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
다음으로 정책이 고려해야할 과제는 안정정책에 부합하는 적정 투자율을 합리적으로 도출하는 작업이며, 그에 부합하는 재정 금융 정책을 펴나가는 일이다. 원리적으로 말한다면 조세 징수율의 강화와 금리인상이 안정정책과 부합되는 것이나, 지금단계에서 이를 고려할 수 있겠는지 정책당국은 일단 검토해 볼 필요는 있다.
그러나 당국의 정책적인 선택이 정책기조와 관련되어 어려운 것이라면 안정화를 위한 효과적인 수단은 기업과 국민의 손으로 넘어 간다는 뜻에서 기업과 국민의 자발적인 협력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새로운 정책목표를 추구하는 것이 당면한 장기과제이며 어떠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하여야 하는 것이라면 정책적인 선택의 여지는 제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정화를 위한 강력한 수단은 결국 기업의 기술적인 혁신을 통한 원가절감·수입원료의 투입율 인하·「로스」율의 인하 등에서 구할 수밖에 없다. 광의로 해석하여 기업경영의 합리화와 기술혁신이 안정화를 위해서 절실히 요청된다는 점을 업계는 자각하여 가일층 분발해주기를 기대한다.
마찬가지로 안정화를 위해서 일반국민은 보다 근검 절약해야 할 뿐 아니라, 절약된 잉여를 사적투자에 투입하지 않고 금융자산으로 보유하는 희생정신을 가져야 한다. 어차피「인플레」가 누적되면 그 부담은 국민일반에게 귀속되는 것이므로 장기적 손실을 스스로 방어하는 뜻에서도 일시적인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사적잉여를 금융저축으로 보유함으로써 화폐가치 하락을 적극적으로 막는 것이 소망스럽다는 것이다.
정책의 안정화를 위한 조정, 기업의 경영 및 기술혁신, 그리고 국민저축의 증대와 그 금융자산화가 결합된다면 안정화의 길은 그리 멀지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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