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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한 사설

북, 남북관계 개선 실천으로 보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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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했다. 남북 간 비방중상 중단과 관계개선 분위기 마련을 언급하면서 남측의 호응을 촉구했다. 북한이 지난해 말 “전쟁은 광고를 내지 않는다”고 하고 대남 협박 통지문을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보낸 것과 큰 차이가 나는 유화적 자세다.

 집권 2년차를 맞은 박근혜 정부에 국면 전환을 꾀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새해 대화 공세를 펼 가능성이 없지 않다. 북한에 남북관계 개선은 김 제1위원장이 대내 과제로 강조한 ‘경제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불가피할지 모른다. 이번 신년사가 농업부문의 발전을 제1 과제로 내세운 데서 알 수 있듯 북한의 경제난은 여전하다. 여기에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숙청에서 드러난 북한 권부의 재편과 내부 투쟁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북한은 효과적인 내정 관리를 위해 남북관계 개선을 비롯한 안정적 대외 환경을 필요로 할 것이다. 마침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말 북한의 협박 속에서도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남북 대화와 교류는 해나가겠다는 뜻을 해외 기고를 통해 밝혔다. 북한의 태도 변화는 이런 것들과 맞물려 있을 것이다. 김 제1위원장이 언급한 남북관계 개선이 이뤄지려면 북한의 진정성 있는 행동과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북한은 매년 신년사와 신년 신문공동사설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하곤 했지만 수사에 그치기 일쑤였다. 지난해도 김 제1위원장은 “남북 대결 상태 해소”를 언급했지만 북한의 3차 핵실험에 이은 각종 위협적 조치로 남북관계는 악화됐다.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는 북한의 도발적 행동과 협박의 중지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완화하고 대내적 난관 돌파를 위한 일시적 퇴로로서 남북관계를 활용하려 한다면 남북 간 신뢰 구축이나 진정한 화해·협력은 요원하다. 우리는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 강조를 남남 갈등을 부추기고 핵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 공조를 깨려는 카드로 이용하는 것도 경계한다.

  남북관계의 획기적 발전과 남한의 전면적 대북 지원이 있으려면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의지와 행동을 보여야 한다. 북한이 핵·경제 건설의 병진노선을 고집하는 한 남북관계 개선도, 북한의 경제 건설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지켜보면서 남북 관계를 실질적으로 진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북한이 내부 결속 목적과 군부의 충성 경쟁으로 도발을 해올 가능성에 대비하면서도 북한의 개혁·개방을 지원하는 차원의 대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동북아에 새로운 질서가 짜이고 북한에 새 권부 엘리트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북한 문제의 주도권을 주변국에 넘겨줘선 안 된다. 이쪽에서 하나 주면 저쪽에서도 하나 내놔야 한다는 식의 기계적 상호주의로는 남북관계의 돌파구가 열리지 않는다. 냉철하되 유연하고도 전략적인 접근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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