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워싱턴」의 한국의원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때는 26명이 모인적도>
○…『산이 얼마나 깊고 큰가를 알려면 계곡에 들어가봐야 안다. 그러니 우리한국을 방문해서 발전상을 직접 보아달라-.』
「칼·앨버프」미하원의장의 초정을 받아 미국을 방문한 한국의원단의 김진만단장이 미국의회지도자들을 만날때마다 되뇐 말이다.
그러나 이말은 의원외교라는 사명을띤 한국의원들에게도 적용되는 말. 입법부가 갑자기 의원외교라는 거창한 사명을 띠고 나섰을때 이 의원외교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실감하게했다.
20여명의 국회의원들은 7월11일전후해서 서울을 떠났다.
△미하원초청반 (김진만 김종철 장창국 고흥문 한병송) △이효상반 (장경순 문태준 정해영 유치송) △백두진반 (정내혁 구태합 서인석 신소환) △박준규반 (민병기 구범모 김명회 채문식)등 4개반 20명과 이철승부의장등 개별로 이곳에서 합류한 의원등 모두가「워싱턴」에 모인것은 19일전후.
「워성턴」에서 손꼽히는 「워터게이트·호텔」 「힐튼·호텔」 「셰람·호텔」등에 나누어 투숙한 한국의원들 수는 한때 26명까지 이르렀었다.

<상원과의 첫접촉은 성과>
○…김진만·이철승 두부의장은 공식일정이 시작되기 전 미상원의원접촉에 나섰다. 17일엔 「풀브라이트」상원외교위원장과 「스파크먼」의원을, 19일에는 상원민주당원내총무 「맨스필드」의원과 공화당총무「스코트」의우언을 각각 만났다.
이자리에선 6·23선언에 대한 얘기도 오갔고, 국내문제가 가볍게 화제에 올라 이철승부의장은 『한국의 야당은 국내문제를 놓고 여에맞서 투쟁하지만 안보나 외교문제는 초당적으로 해결해 나간다』고 했다.
그러나 이 면담은 모두 15분전후에 그쳐 의례적인것에 그쳤다. 그렇더라도 한국문제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이들 상원 지도자들과 접촉할수있었다는 점, 하원만의 접촉에 그쳤던 우리국회가 상원과의 접촉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수 있다는 것이 김부의장의 얘기다.
22일부터 시작된 공식일정에선 김진만부의장을 단장으로 18명이 참가했다. 이들 의원단은「칼·앨버트」하원의장 「로저즈」미국무장관 「포터」국무성정무담당차관 「클레먼츠」 국방차관을 예방했다. 특히「앨버트」의장의 주선으로 14명의 미하원의원들과 2시간동안간담회를 갖기도했다.
간담회는 경제문제를 주제로 할 예정이었으나 하원민주당총무「오일」의원이 한국국내 정치문제에 대한 질문을 해 약50분동안 이 문제에 대한 의견 교환도 있었다.

<유학생간담회선 고성도>
○…의원단이 치른 또하나의 과제는 교포및 유학생들과의 간담회.
여야의원들이 고루 섞인 의원단은「워싱턴」·「뉴요크」·「로스앤젤레스」·「샌프런시스코」·「하와이」등 교포들이 많이 살고있는 곳에서 한 두차례씩 만찬을 함께했다.
이 간담회에서는 10월유신, 외채상환문제, 박정희대통령의 외교선언등 교포들이 궁금한 국내문제를 자유스럽게 질문했다. 그러다가 간간이 질문·답변이 감정대립으로 번져 고성이 오가기도 했지만 대체로 퍽 진지했다고.
정해영의원의 『자유유보불가피론』도 이 간담회에서 한국적 민주주의와 야당의 문제가 제기되었을때 나왔다.
정의원은 북한과 대결하고있는 우리 여건을 설명하고 연간 국민소득이 4백「달러」를 넘지못하는 나라에서 서구식민주주의를 하기는 어렵다고 한국적 민주주의를 설명했다. 공화당의 이효상 당의장반이 주선했던 「샌프런시스코」교포들과의 간담회는 저녁8시부터 새벽2시까지 계속될만큼 많은 문제들이 토론됐다.
이당의장은 당으로 보낸 보고서에서 교포와 유학생들이 처음에는 국내문제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많이 했지만 솔직하고 심각한 태도로 답변하고 해명해 납득시키고 교포 한사람 한사람이 외교관이라는 자세를 갖추도록 당부했다면서 성과를 성공적이라고 평했다.
4개반은 모두 그날 그날의 활동중 중요한것은 국내에 보고했다. 그런데 보고서중에는 그곳의 산하풍경 묘사로 시작된 기행문조의 장문도 있었고, 어떤 보고서는 교포들과의 간담회 보고를 하면서 『까다로운 질문이 많이 나왔읍니다만 우리가 이론이 부족하겠습니까, 말을 못하겠습니까, 충분히 설명했읍니다』라고-.

<기행문같은 보고서도>
○…「워싱턴」에서 몇의원들은 친분이 있는 학계나 재계 또는 하원의원들과의 개별접촉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워싱턴」에 몰린 의원중 일부는 다른 의원과의 면담이 끝난 상·하원의원들과의 개별면담주선을 우리 대사관과 미국무성에 간청해 혼선을 빚기도 했다. 그래서 18명이란 사절단은 그 규모에 있어 지나치게 많다는 비판도 나왔다. 많은 의원들의 의례적인 면담보다 두세의원이 조용히 「워싱턴」을 다녀가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라는 얘기다.
박준규의원은 약1백50명이 모인 「워싱턴」에서의 교포간담회에서 의원외교의 목적과 성과를 묻는 질문에 『뚜렷한 목적이 있다기보다는 미국의회분위기를 파악하면서 한국을 설명하는 보충활동에 역점이 있다』고 했다.
어떻든 당장 눈에 나타나는 성과를 찾을 수는 없지만 의원단이 미국의회, 그리고 교포사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은 방미성과의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워싱턴=임응식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