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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마간산 한달간의 견문기-「웨스트·포인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외국 사회를 보는 것은 그것을 통해 자국 사회를 반성하고 재발견하고 자각하는 것이다. 자는 타와의 대비에 있어서만 선명히 자각될 수 있다. 이 글은 필자가 최근 1개월간 처음으로 미국을 여행해 보고서 느끼고 배운 바를 우리 사회와 비교하면서 간추려 대충 전달하려는 것이다. 방대한 대륙 국가를 불과 1개월 동안 시찰하고 나서 보고문을 쓴다는 것은 분명히 모험에 가깝다. 그러나 주마간산은 바로 「스피디」한 탓으로 그렇기 해서 얻은 전체에 대한 인식과 인상이 오히려 신선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하고 감히「펜」을 든다.

<(1)역사의 창조와 기록, 올바른 전통의 수립>
「뉴요크」시에서 「허드슨」강변 상류를 향해 한시간 남짓 차를 몰면 「웨스트포인트」에 도착한다. 「웨스트포인트」는 독일 전쟁 당시 독일군이 철쇄로 강을 막아 영국군의 남하를 막음으로써 전승의 결정적인 계기를 만든 곳이다.

<교회 오르간 세계 제일>
이 유서 깊은 땅위에다 미군이 육군사관학교를 세운 것은 거금 2백년전. 미국사의 위대한 적적 남긴 「그란트」 「리」 「제퍼슨·데이비스」 「패튼」 「브래들리」 「맥아더」 「아이젠하워」등 명장 거성 뿐만 아니라 수명의 우주비행사까지 내놓은 「밀리터리·아카데미」이다.
교내에 교회가 네 개 있는데 그 중의 하나는 살아 있는 미국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교회에 장치되어 있는 전자 「오르간」은 크기에 있어서도, 장치에 있어서도 세계 제일. 근 2만개의「파이프」가 교회당의 천장과 벽에 즐비하게 배치되어 있다. 그 하나 하나가 모두 이 학교 졸업생이 공수공성한 후에 기증한 것들이다. 그리고 교회당의 두벽에는 수백개의 높은 유리창이 마련되어 있는데 그중 약2백 개에는 다채롭게 장식한 그림이 담겨져 있다. 1회의 졸업생이 유리창 하나씩을 맡아서 그림을 그려 넣기로 되어있다.
제단을 향해 최전열의 의자에는 예배 때 사관학교 교장이 앉게끔 되어 있다. 그러나 현직 교장이 맨 웃자리를 차지하지 못한다. 초대부터 시작하여 현 교장이 취임하기 직전에 이임한 분에 이르기까지 역대 교장들이 명패만을 가지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시설 환경속에서는 교장에서부터 사관 생도에 이르기까지 역사의식을 느끼면서 살고 행동치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 역사 창조한 역군들>
「웨스트포인트」 구내에는 이 학교 졸업생만이 묻힐 수 있는 묘지가 있다. 「웨스트포인트」 출신 가운데 특히 전사자는 이 묘지에 묻히는 것을 그 개인이나 가문을 위한 최대의 영광으로 안다 한다. 대소 여러 가지 모양의 묘비가 세워져 있는 묘지를 일순하면, 이것이 바로 미국의 빛나는 역사를 창조한 역군들로 보여져 경건한 마음이 저절로 우러난다.
「웨스트포인트」안의 박물관은 전쟁의 역사를 일목 요연하게 알 수 있는 이 방면의 설비로서는 서방세계 최대의 시설이다. 인류가 사용한 무기의 변천을 알리는 진열품이 있고, 지금까지 미국이 치른 전쟁을 하나하나 분류하여 그 전쟁에서 사용한 주무기·전법도·적으로부터 노획한 무기 등이 질서정연하게 진열되어 있다.

<대일 전쟁 노획 군도도>
대일 전쟁에서 노획한 것으로서는 일본의 「말레이지아」작전의 영웅이요, 비도 작전의 패장인 산하봉문이 사용하던 군도가 그 사진과 더불어 진열되어 있어 이채롭다. 한국전쟁에 관한 것은 월남 전쟁에 관한 것과 한 묶음으로 묶여져 박물관의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데 별로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지 않은 듯 하다.
W자형으로 배치되어 있는 사관생도 막사에는 건물마다 「맥아더」관이니, 「아이젠하워」관이니 해 가지고 유명한 선배들의 이름이 붙여져 있어 그분들에 대한 존경심을 북돋워 주고 이해를 촉구하고 있다. 「웨스트포인트」 자체가 「웨스트포인트」 출신의 인물 중 누구를 「넘버」1으로 평가하고 있는가는 대단히 흥미 있는 관심거리였는데 여러면으로 보아서 「맥아더」가 단연 수위를 점하고 있는 듯 하다.

<매년 관광객 3백만명>
그 자신이 「웨스트포인트」의 교장 자리를 차지한 경력이 있는데다가 태평양 전쟁에 있어서 불멸의 업적을 남긴 후 정치 싸움의 제물이 되어 비극적으로 군을 떠나게 된 경력이 「맥아더」로 하여금 절대적인 인기를 계속 차지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웨스트포인트」의 안내서에는 Gateway to History라는 표제가 붙여져 있다. 처음에는 의아스럽게 생각했으나 사관학교「캠퍼스」를 돌고 나서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역사를 창조하면서 정리하고 기록하여 올바른 전통을 세워 나가는 작풍은 우리로서 반드시 본받을 필요가 있다.
해마다 「웨스트포인트」를 구경하러 오는 미국시민의 수는 3백만 명을 헤아린다고 한다. 이 산 교육을 통해서 미국의 청소년들은 역사를 알게 되고 애국심을 기르게 되는 것이다. 【신상초 <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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