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금개혁 인기주의로는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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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본지가 최근 다섯 차례에 걸쳐 심층취재 보도한 '국민연금 대 해부'를 보면 시행 15년째로 접어든 우리 국민연금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국민들의 노후 안전판이 되어야 할 국민연금이 이대로 간다면 파산하거나 그 부담이 후손들에게 전가될 우려가 크다.

국민연금의 가장 큰 문제는 보험료는 적게 내고 연금은 많이 받는 기형구조다. 직장가입자의 보험료율(9%, 이중 절반은 기업주 부담)과 받는 연금의 소득대체율(60%) 구조로 볼 때 가입자가 낸 돈의 2배를 연금으로 받게 돼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저부담-고급여로 설계돼 있다.

이 때문에 2047년엔 연금기금이 고갈될 수밖에 없고, 수입과 지출을 맞추려면 보험료를 엄청나게 올려야 한다. 이 같은 구조가 된 것은 국민연금 시작 당시부터 국민의 저항을 피하기 위한 정치적 고려가 우선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개혁의 출발은 보험료는 더 많이 내고 연금은 합리적인 선에서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개개인의 부담이 늘어나는데 이를 선뜻 환영하기가 힘들게 돼 있다. 그러나 이를 인기영합 식으로 처리할 문제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 당시 "연금액을 깎으면 용돈제도로 전락한다"고 비판했기 때문에 새 정부가 운신할 폭이 좁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위기에 빠진 것은 그동안 정권들이 인기정책과 보신주의에 빠져 개혁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마침 올해는 국민연금 재정을 새로 추계해 가을 정기국회 때까지 제도 개선안을 만들어야 한다.

받는 연금 액수를 현재의 소득대체율 60%에서 50%나 40%로 낮추고 이에 맞춰 보험료를 차등적으로 올리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2033년엔 국민연금 기금액수가 최고 1천6백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 예산의 몇배에 이르고 나라 경제를 좌우할 수 있는 엄청난 규모다.

현재와 같이 증시 부양에 들러리로 동원되는 등의 주먹구구식 운영은 안된다. 정부의 간섭은 최소화하면서 전문가에 의해 장기 운용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