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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 대신 상생 … 고용 지킨 노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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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내년에는 국내는 물론이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업체를 이겨야 합니다. 나부터 ‘이기는 방법’을 찾는 데 솔선수범할 겁니다.” 웅진케미칼 현직 노조위원장인 배인호(51·사진)씨의 말이다. 노조의 권익은 회사와 함께 큰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웅진케미칼은 그가 노조위원장으로 재임(3선, 2008~)하는 동안 두 차례 매각됐다. 2008년 노조위원장으로 당선되자마자 당시 새한이란 간판을 달고 있던 회사가 부도위기에 몰렸다.

교복이나 작업복 염색, 실과 솜을 주로 생산하던 새한을 인수하려는 기업은 없었다. 졸지에 1100여 명의 근로자가 길거리에 나앉을 판이었다. 이때 웅진그룹이 관심을 보였다. 새한이 생산하는 필터 때문이었다. 배 위원장은 “필터산업에 집중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약속했다. 인수작업은 그걸로 끝이었다.

 올해 웅진그룹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회사는 다시 도레이에 팔렸다. 이런 와중에도 근로자의 고용은 끄떡없다. 생산성이 뒷받침되고, 노조가 먼저 회사를 살리려고 하는데 인수자가 굳이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 회사 노조는 유별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다. 2008년 배 위원장이 당선된 뒤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사태가 전국 산업계를 강타했을 때다. 배 위원장은 화물연대 구성원들이 농성 중인 천막을 찾아가 설득했다. “욕 얻어먹을 각오로 갔는데, 진심은 통하더군요.” 그의 말처럼 경북 구미지역에서 유일하게 웅진케미칼은 제품을 수송할 수 있었다.

 노동법이 개정돼 노조 전임자를 줄여야 했을 때도 배 위원장의 뚝심이 조합원을 감동시켰다. “법을 지키자(전임자 축소)”는 배 위원장의 말에 노조 간부와 일부 조합원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배 위원장은 그 길로 전임자 신분을 버리고 생산현장으로 갔다. 기계를 돌리는 배 위원장에게 조합원은 흔쾌히 공감을 표했다. 7명이던 전임자가 단박에 3명으로 줄었다.

회사도 신입사원 채용으로 화답했다. 2000년대 들어 인력충원은 고사하고 구조조정만 하던 회사가 2011년 74명을 채용했다. 55세이던 정년은 56세로 연장됐다. 비정규직도 없앴다. 배 위원장은 지난 20일 노사상생 유공자로 선정돼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김기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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