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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맵-북촌] 서울 600년 이리오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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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 : 『두근두근 종로산책』

1월 ‘Jtravel’ 시티맵 코너는 북촌을 보다 다양하게 소개하기 위해 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의 여행서 『아지트 인 서울』의 내용을 일부 참조했다.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낀 ‘북촌(北村)’은 조선시대 권문세가가 살던 동네다. 조선왕조 600년 역사가 서린 북촌 땅이 살아있는 박물관이 된 건 불과 10여 년 전부터다. 주민 주도로 서울시가 북촌 가꾸기 정책을 펴면서 허물어져가던 한옥이 바로서고 안내센터가 들어섰다. 가회동 한옥 일부를 서울시가 사들여, 무형문화재 체험이 가능한 전통 공방으로 꾸몄다.

대표 촬영 명소만 꼽은 투어 코스(북촌 8경)도 조성했다. 해서, 북촌에서는 좁은 골목조차 역사고, 유적이다. 새해를 맞아 우리네 뿌리가 깃든 옛 동네를 돌아보는 건 어떨까.

다만, 대부분의 한옥이 주거지이므로 함부로 기웃거리거나 크게 떠들면 안 된다. 한옥을 속속들이 둘러보고 싶다면 한옥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 묵는 것도 방법이다.

아마도 서울시내에서 가장 맑은 공기를 한껏 들이키며 유유자적 시간여행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북촌 명소 20곳을 소개한다.

(위)번사창 (아래)중앙고등학교 내 위치한 인문학박물관 외관

답사하고
역사유적·촬영명소

(1) 번사창(금융연수원)

무기보관소에서 세균실험실로-삼청동길을 따라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금융연수원이 나온다. 카페와 패션가에 포위당한 지금은 짐작조차 힘들지만, 조선 말기 이곳엔 신식 무기를 만들어 보관하던 번사창(飜沙廠)이 있었다.

훗날 번사창은 일제강점기 세균실험실, 광복 후 미군정 땐 중앙방역연구소로도 사용됐다. 한국은행이 사들여 지금의 모습이 된 건 불과 40여년전인 1970년의 일이었다.

위치 삼청동 28-1

(2) 가회동 31번지 일대(북촌 4~7경)

한옥 경관 명소-한옥 촬영의 ‘얼짱 각도’를 찾는다면 가회동 31번지 일대가 제격이다. 집집이 이어진 한옥의 유려한 처마곡선을 올려다보고(북촌 5경), 도심 풍경을 배경으로 내려다볼 수 있다(북촌 6경). 고즈넉한 한옥 길을 걷기엔 북촌 7경, 기와지붕이 넘실대는 장관을 보려면 북촌 4경이 좋다. 잿빛 기와지붕 너머로 푸른빛 지붕을 가진 서양식 이층집이 눈에 띄는데,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이준구 가옥’(가회동 31-1)이다.

위치 가회동 31

(3) 중앙중·고등학교

일본 관광객이 붐비는 한류 명소-한류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배용준이 다니던 학교로 등장해 일본 관광객이 꼭 찾는 명소가 됐다. 이국적인 유럽식 건축양식의 석조건물로, 1919년 독립운동가들의 비밀 결사지였던 이곳 숙직실이 그대로 복원돼 있다. 수업 중에는 교문 앞에서도 절대 정숙해야 한다. 주말에는 시간을 정해두고 관광객이 들어가 볼 수 있게 해준다.

위치 계동 1
문의 02-742-1321(중앙고등학교)
개방 주말?공휴일 09:00~18:00

(4) 석정골 보름우물 터

조선 여인의 슬픈 사랑 이야기-궁에서 쓰던 우물 터. 『조선왕조실록』에는 신분 차에 따른 비극적인 유래도 전한다. 정조 8년 우물물이 넘쳐 내막을 밝히니, 천민신분인 망나니의 딸이 병조판서 댁 서자에게 반해 상사병을 앓다 결국 그를 죽여 우물에 유기하고 자신도 뒤따라 투신했다. 원혼제를 올려주자 범람은 멈췄으나, 이후 물이 보름은 맑고 보름은 흐려 ‘보름우물’이란 이름이 붙었다.

위치 계동 25-1
문의 02-2148-1853(종로구 문화관광과)

(5) 유심사 터

독립운동가의 얼이 깃든 한옥-일제강점기 승려이자 시인, 독립 운동가였던 만해 한용운(1879~1944)이 1918년 9월 중앙학교 청년들의 독립정신을 고취하고자 계몽운동지 ‘유심’을 발간한 곳이다. 유심은 그해 12월, 3호를 마지막으로 폐간됐다. 지금은 한옥게스트하우스 ‘만해당’이 자리 잡고 있다. 한용운의 시 ‘님의 침묵’을 읊으며 기나긴 겨울밤을 지새기에 더없는 적소다.

위치 계동 43,
문의 070-4195-9630(만해당)

(6) 창덕궁 전경(북촌 1경)

창덕궁의 웅장함을 한 눈에-북촌 1경으로 꼽히는 창덕궁은 조선시대 왕들이 가장 오래 머물렀던 궁궐이다. 창덕궁 1길 언덕배기에 서면 돌담 너머 무성한 고목 사이로 왕실 도서관 ‘규장각’과 역대 왕의 초상화를 모신 ‘구선원전’, 왕이 정무를 보던 ‘인정전’이 고풍스러운 자태를 뽐낸다. 언덕주변의 현대적인 식당가와 정면에 보이는 창덕궁 풍경이 대비돼 시·공간을 넘나드는 듯한 기분을 준다. 눈 내린 날에 특히 아름답다.

위치 창덕궁 1길 언덕

(7) 원서동 공방길

궁중 일손의 흔적이 고스란히-조선왕실을 돌보던 나인과 중·하인이 모여 살던 골목이다. 창덕궁 돌담길을 따라 불교미술관? 연공방?공중음식원 등이 늘어서 있다. 궁중 여인들이 빨래하던 빨래터가 골목 안에 남아있는데, 창덕궁 후원에서 지금도 맑은 물이 흘러나온다. ‘북촌 2경’으로 꼽히는 촬영 명소. 상궁들이 기거하던 1910년대 한옥(원서동 9-5)이 빨래터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위치 창덕궁 돌담길
문의 02-2148-1853(종로구 문화관광과)

북촌생활사박물관

체험하고
박물관·공방·체험관

(8) 북촌생활사박물관

관광지가 되기 전 북촌의 삶-‘북촌생활사박물관’은 불과 10여 년 전 북촌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추억의 장소다. 북촌에 한옥 개보수가 한창이던 2000년대 초 건축폐기물에 휩쓸려 버려지던 손때 묻은 잡동사니를 리어카로 실어 날라 조성했다. 1930년대 프록코트, 조선시대 오지그릇 등 엄마 몰래 엿 바꿔 먹었던 옛 물건이 빼곡하다. 입장료 어른 5000원, 어린이 3000원. 연중무휴.

위치 삼청동 35-177
문의 02-736-3957 bomulgun.com
운영 10:00~18:00

(9) 맹사성 집터

전통문화 체험 공간- ‘조선 최고의 지성’으로 꼽히는 청백리 맹사성(1360~1438)이 살던 터. 사리사욕을 몰랐던 맹사성은 집에 비가 샐 정도로 가난했다고 한다. 지금은 전통 체험 공간을 갖춘 ‘북촌동양문화박물관’(dymuseum.com)이 들어서 있다. 입장료 어른 5000원, 어린이 3000원. 맹사성이 남루한 행색으로 피리를 불며 소를 타고 출근하던 일대 언덕바지는 맹사성의 고개, ‘맹현(孟峴)’이라 불린다.

위치 삼청동 35-91
문의 02-486-0191
화~일요일 10:00~18:00

(10) 북촌전통공예체험관

내손으로 빚어내는 옛 멋-북촌에서 전통공방이 가장 밀집된 지역이라면 가회동 11번지 일대를 꼽는다. 무형문화재가 꾸리는 공방도 적지 않다. 대부분 체험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는데 어디를 가볼지 정하기 힘들다면 종로구가 운영하는 ‘북촌전통공예체험관’을 권한다. 닥종이 인형 만들기 등 요일별로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데, 보다 깊이 있게 배우고자 하는 체험자는 인근 전문 공방으로 연결해준다. 연중무휴.

위치 가회동 11-91
문의 02-741-2148
운영 10:00~17:00

(11) 락고재

옛것을 누리는 맑은 집-130년 된 고택으로, 일제강점기였던 1934년 우리 민족사를 연구하는 진단학회가 있었던 집이다. 한때 철거 위기에 처했으나 지금의 주인장이 구입해 한옥 부티크 호텔로 재탄생했다. 인간문화재인 대목장 정영진옹이 옛 한옥의 골격은 그대로 둔 채 기와지붕과 연못·정자·담장을 개축해 고아함을 살렸다. 한식·온돌방·한옥·다도·김치 담그기 등 우리네 생활문화를 고스란히 체험해볼 수 있다.

위치 계동 98
문의 02-742-3410 rkj.co.kr

(12) 북촌문화센터

북촌 투어의 필수 코스-1921년 세도가였던 탁지부(현 기획재정부) 재무관 민형기가 살던 집을 복원했다. 북촌에선 ‘계동마님댁’으로 통한다. 2002년 서울시가 매입해 ‘북촌문화센터’로 운영 중이다. 전통한옥의 건축 과정과 특징을 상세히 담은 전시?영상물이 있어, 북촌을 돌아보기 전에 둘러보면 도움이 된다. 서예?다도 등 전통문화 강좌도 수시로 연다. 연중무휴.

위치 계동 105
문의 02-2133-1371 bukchon.seoul.go.kr
운영 평일 09:00~18:00, 주말 09:00~17:00

(13) 리기태 전통연 공방 한국연협회

어린날의 추억을 되살리다-한국연협회에서 30여 년간 회장직을 역임한 리기태 선생의 공방. 50여 년의 세월 동안 전통 연을 제작해온 그의 작품이 곳곳에 전시돼 있다. 입구에서부터 사람 키보다 큰 방패연이 보이는데, 방으로 들어서면 천장까지 형형색색의 연이 매달려 있다. 6개월 가까이 공들여 만든 연도 있다. 어릴 적 아빠 손 잡고 가오리연을 날리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입장료 2000원. 예약 필수.

위치 원서동 41
문의 0505-100-1100 kokfa.or.kr
운영 월~금요일 10:00~17:00

(14) 은덕문화원

사색 부르는 문화 공간-창덕궁 돌담을 마주하고 앉은 원불교의 문화예술 공간이다. 종교적 색채가 짙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매년 3~6월 열리는 이 시대 최고 지성들의 강의는 우리 사회가 가야할 방향에 대한 담론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장이기도 하다. 이른 아침부터 정갈히 빗질한 마당, 하늘빛이 곱게 묻어나는 처마를 바라보노라면 절로 사색에 잠기게 된다. 전통차와 간단한 주전부리도 판다.

위치 원서동 129
문의 02-763-1155 eundeok.or.kr
운영 화~일 11:00~19:00

맛보자
식당·찻집·카페

(15)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

여운 깊은 단팥죽의 매력-끼니때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북촌 필수 코스. 1974년 4월 문을 열어 40년째 성업 중인 전통찻집. 낡은 나무문을 열고 들어서면 쌉싸래한 한약 냄새와 따뜻한 계피향이 후각을 자극한다. 삼청동 토박이인 주인장이 단팥을 좋아해 단팥이 들어간 음식을 즐겨 만들다가 가장 맛있었던 단팥죽을 내놓게 됐단다. 매일 아침 시장에서 장봐온 재료로 요리한다. 단팥죽·십전대보탕 각 6000원.

위치 삼청동 28-21
문의 02-734-5302
영업 화~일 11:00~21:00

(16) 삼청동수제비

삼청동길 터줏대감-숙성 안 된 밀가루 반죽을 손으로 척척 뜯어 만든 수제비를 항아리에 담아낸다. 멸치 육수에 생강?마늘즙?다시마?호박?바지락?새우 등을 넣고 두 번 끓인 국물은 은근한 감칠맛이 돈다. 시원한 동동주 한 잔을 곁들이면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다. 단골 손님 사이에서는 옛날 방식대로 감자를 강판에 갈아 만든 감자전도 인기다. 요즘은 일본 관광객들도 줄을 선다. 수제비?감자전 각 7000원.

위치 삼청동 102
문의 02-735-2965
영업 11:00~21:00

(17) 카페 연

일상 유랑자의 마음 정거장-한옥 카페‘연’은 떠나고 싶은 자들의 휴식처고 여행객의 놀이터다. 주인장은 스무 살에 배낭여행을 시작해 10여 년간 30개국을 유랑한 여행 매니아. 그가 만든 뜨끈한 온돌 사랑방은 일단 주저앉으면 좀처럼 일어나기가 힘들다. 다락방 창문을 열면 한옥이 옹기종기 모인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인도식 짜이 7000원, 생강레몬꿀 7500원. 간단한 식사류도 판다.

위치 삼청동 63-20
문의 02-734-3009
영업 12:00~23:00

(18) 두가헌

왕족이 살던 한옥에서 먹는 정통 프렌치-오래된 한옥에서 최상급 프랑스식 정찬을 맛보고 싶다면 ‘두가헌’이 제격이다. 현대 갤러리에서 운영하는 와인바 겸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조선시대 고종의 후궁 엄비가 거처한 전통 한옥과 러시아식 이층집이 이국적이면서도 옛스러운 멋을 자아낸다. 한옥 규모가 작고, 음식 양이 적다는 의견도 있지만, 분위기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럽다.

위치 사간동 109
문의 02-3210-2100 dugahun.com
영업 12:00~21:30

(19) 먹쉬돈나

격이 다른 즉석 떡볶이-구석진 자리에 있어 잘 눈에 띄진 않지만, 주말이면 어김없이 기나긴 줄이 늘어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즉석 떡볶이집. 치즈와 해물과 불고기 등 토핑을 선택해 입맛에 맞는 떡볶이를 만들어먹을 수 있다. 쫄면이나 삶은 계란, 김말이 등의 사리를 추가하면 제법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된다. 뭘 넣든 맛이 크게 다르진 않지만, 원하는 재료를 마음대로 고르는 재미에 더 맛있게 느껴지는 집.

위치 안국동 17-19
문의 02-723-8089 mukshidonna.com
영업 11:00~20:30

(20) 동네커피

공간을 나누는 카페-동네 사람들 속에 녹아들었으면, 하고 카페를 연 주인장의 바람 때문일까. 가만히 앉아 골목만 바라봐도 마음이 편해지는 카페다. 누군가 악기를 들고 찾아오면 작은 음악회가 열리고, 동네 경사라도 있는 날이면 카페 앞에 잔치판이 벌어진다. 벽면 전시는 신청을 받아 한 달 간격으로 바꾸고, 벼룩시장도 여는 희한한 카페. 대추라떼(5000원)와 유자스무디(6000원)는 꼭 먹어봐야 할 별미다.

위치 원서동 86-7
문의 02-763-2895 dongnaecoffee.com
영업 평일 10:00~21:00 일요일 10:00~20:00

정리=나원정·백종현 기자
그래픽=유은주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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