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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슨·쇼크」 대처한 일부 조정|5개 품목 가격 인상의 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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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1일 발표된 당면 물가 정책은 미국의 고철 및 41개 농산물 수출 규제 조치에 따른 대응책이며 가격 조정을 통한 「메이커」들의 생산 의욕 제고·원자재 수입 부담의 경감·국내 소비 규제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그 동안 국제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가중되어 가격 조정이 요청된 품목이 많았으나 이번 대책은 미국의 금수 품목을 원료로 한 제품에만 가격 조정을 허용하고 또 수급 정책이 집중됐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번 대책이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물가나 물자 수급 「사이드」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해결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이번 대책의 주요 골자를 풀이해 본다면 우선 문제된 품목들의 가격 조정을 통해서 생산과 출하의 증가를 시도한 점이다.
이미 철근·세탁비누·라면·유채유·사료 등은 유통 과정에서의 매점 매석과 생산자들의 출고 기피로 물자 유통 자체가 문제화됐기 때문에 가격 조정에 따른 소비자 부담은 2차로 돌려진 것이다.
이번 5개 품목 가격 조정으로 도매 물가 지수에 대한 1차 파급은 0·8% 정도의 상승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연말부터 6월말까지 6개월 동안 도매 물가 지수가 2·8% 상승한데 비하면 물가 안정 정책면에서 이번 5개 품목의 가격 조정은 상당한 양보를 가져온 셈이다.
만약 가격 조정을 해주지 않을 경우 수입 원료의 대체라든가, 수입선의 전환이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식용 우지와 대체될 수 있는 「팜·오일」이라든가, 공업용 우지에 대체될 수 있는 「톨·오일」의 국제 시세가 우지보다 비싸고 고철의 경우는 미국이 금수 조치한 후 국제 시세가 더욱 상승하여 최근에는 t당 1백5불을 기록하고 있다.
이번 대책은 또 가격 조정뿐 아니라 원자재 수입 촉진을 위해 관세 면제·수입 담보금 면제·연불 수입의 확대 등이 포함됐다. 관세가 면제된 품목 (고철은 종전부터 면제)은 공업용 우지 (10%)·식용 우지 (20%)·채종유 (40%) 등인데 이들 품목의 관세 면제로 약 4억원의 관세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고철에 대한 연체 수입 허용과 수입 담보금 전액 면제는 이번에 원자재 확보를 위한 간접 지원 가운데 가장 큰 혜택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밖에 철근에 대한 최고 가격 지정으로 철근「메이커」들은 물가 안정에 관한 법률에 의해 직접적인 규제를 받게됐고 정부가 정하는 생산 책임량도 이행하도록 의무화됐다.
따라서 5개 품목 중 물자 소통 면에서 가장 빠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품목은 소비 규제까지 병행되는 철근이 될 것 같다.
그러나 공공 건물·사치성 건물·1백평 이상의 주택·4층 이상의 일반 사무실용 건물 신축 억제로 건축 경기는 후퇴될 전망이다.
5월말 현재 건축 허가 기준으로 작년 동기보다 90%나 늘어나 올해 들어서 경기 상승에 건축 「붐」이 크게 작용해 왔는데 앞으로는 「시멘트」·판유리·목재 등의 자재 소비도 따라서 줄고 건축 용역 분야의 수입도 줄어든다고 봐야 한다.
또 중간재인 유채유·배합 사료 값의 상승으로 일부 식품과 육류·우유 등의 가격 상승 압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 동안 정부가 지속해온 저물가 정책의 골격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고 또 이 5개 품목 이외의 품목에 대한 가격조정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고 정책 당국은 밝히고 있다.
그러나 국제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이 계속되는 한 언젠가는 다른 품목의 가격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당면 물가 문제는 이번으로 해결된 것이 아니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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