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유엔」상주「업저버」파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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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의 「유엔」상주「업저버」대표단설치나 동 대표단에 대한 미국정부의 「비자」발급원칙은 새삼 놀라운 일은 아니다.
「유엔」규약에 의하면 그 산하 전문기구에 가입한 국가 또는 지역대표가 있을 때 「유엔」정무총장의 재량에 따라 상주「업저버」의 지위를 부여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있다. 북한은 지난 5월17일 세계보건기구에 가입하였고 5월31일에는 「제네바」에 상주대표부를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된바 있다,
뒤이어 6월26일 북한외무상 허담은 「뉴요크」의 「유엔」본부에 상주 「업저버」대표부를 설치하겠다고 요청함에 이르렀던 것이 6·23특별선언으로 어렵지 않게 실현되게 된 것으로 이제 그 실현에 대해 왈가왈부 할 계제는 아니다.
특히 6·23 특별선언과 더불어 한국은 북한과의 「유엔」동시가입을 비롯해서 한국문제 토의 때의 북한초청, 북한의 그 밖의 국제기구의 가입을 반대하지 않기로 한 이상, 북한의 「유엔」 「업저버」지위에 대해서 새삼 마다할 필요는 없다.
다만 우리가 직시하고 경계해야 할 것은 북한이 「유엔」「업저버」의 지위를 얻으려고 동분서주한 그 동안의 경위에 비추어 그들이 앞으로 다가올 제28차 「유엔」총회에서의 한국문제 토의에 어떤 공세를 취할 것 인가하는 점이다.
많은 「유엔」전문기구 가운데 북한이 WHO를 선택한 것은 동 기관이 방역대책 등 인도적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그 가입이 쉽게 이루어지리라는 것과, WHO에 가입되면 상주「업저버」의 지위와 함께 대「유엔」공세의 발판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었을 것이다.
북한은 한편에서 WHO가입을 시도하고 상주 「업저버」대표부의 설치를 요청하는 한편 동시초청을 주장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남북한의 동시「유엔」가입을 반대하고 상투적인 연방제 세안 동만을 선전하고 있다. 이는 「유엔」에 관하여 그들 스스로 논리적으로 자가 당착을 서슴지 않는 전략·전술을 불구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는 곧 북한이 아직도 그 적화통일 전략에 조금도 변함이 없으며 시종일관 한국과 「유엔」과의 관계를 파괴하기에 광분하고 있음을 스스로 폭로하는 것이다.
우리가 국제기구에 대한 북한의 참여를 반대하지 않는 것은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해서이며, 동시 「유엔」가입을 반대하지 않는 것 역시 긴장완화와 평화를 위해 통일의 바탕을 마련하기 위해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유엔」까지도 선박무대로 이용하여 외교상의 대결을 시도한다면 그것은 한반도의 긴장완화나 평화를 위해서는 물론 남북대화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북한은 연방제를 주장하고 있지만 현재와 같이 체제와 이념을 달리하는 남북간에 군일외교기관이 실현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공통목적·공통된 이견이 결여된 지금 구태여 그를 주장하는 것은 허무한 정치선전이외의 아무 것도 아니다.
북한은 연방제나 군축 등 실현 불가능한 자가선 부만을 일삼은 것이 아니라 실현이 결코 어렵지 않은 이산가족의 재결합을 의한 적십자회담에서부터 성의를 보여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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