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공중시찰목적…항법·독도법 등 훤해|수해시찰땐 방향잃자 친히 알려 주기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예편하는 조종사 차순도중령이 말하는「5년」
박정희 대통령은 지난 5년동안 2백여회에 걸쳐「헬리콥터」를 타고 전국방방곡곡읕 누볐다.
1회 비행시간을 평균 2시간으로치면 총 비행시간은 4백시간에 그 거리는 줄잡아 약 4만「마일」.
미국 본토까지 3번 왕복한 셈이된다.
박 대통령이 타는 가용「헬리콥터」조종사는 차순도(38) 공군중령.
5년동안 박 대통령과 함께 우리국통의 변모하는 모습을 공중에서 목격한 차중령이 전역을 앞두고 그동안 있었던 여러 가지 일에 대해 입을 열었다.
박 대통령이 자주「헬리콥터」를 타는 것은 단순한 교통수단으로서가 아니라 항공기의 잇점을 이용하여 국토를 공중시찰하려는 것.
박 대퉁령의「헬리콥터」에 대한 상식은 웬만한 승무원들의 뺨칠 정도로 기계에서 항법에 이르기까지 잘 알고 있으며 틀히 기상에 대한 판단은 정확했다는 것이 차중령의 말.
금년 봄 남해안 고속도로 공사현장을 시찰하는 데 뜻밖에 구름이끼면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대롱령의 신변안전을 위해 박종규 경호실장이 기수를 돌리라고 차중령에게 지시하는 것을들은 박 대통령은『뮈, 이 정도 날씨갖고 근래, 계획대로 가지』라고 했다.
한계상황이긴 했지만 박 대통령의 판단이 옳은것으로 본 조종사는「헬」기를 그대로 몰아황해까지 갔다.
기상관계로 요동이 심했는데도 박 대통령은 지도를 펴들고 국토종합건설 계획에 관해 수행 장관에게 일일이 지시를했다.
『4백시간을 모시는 동안 박 대통령이 조시거나 피곤해 하는 모습을 본 일은 한번도 없다』고 차중령은 회고했다.
작년 여름 충북제천·단양일대가 큰 물난리를 만나 영춘면 일부가 고립되었을 때의 제천중학교에서 수해상황 보고를 받은 박 대통령은 태종학 충북지사를 태우고 직접수해지구를 살펴보러 갔다.
태 지사가 가리키는 대로 가다보니 30분을 날아도 울창한 숲만이 보일뿐 방향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
태 지사는 물론 수행원들이 진땀을 빼고 있는데 박 대통령이「여기는 정선 상공이야. 저기보이는 내가 남한강의 지류이니 따라가라』고 지시했다.
그대로 하였더니 떠내려간 교각이 보이고 고립된 영춘면이 상공에 다다를 수 있었다.
『비단 그 때뿐이 아니었어요.
국토의 어디를 가든 동네이름까지 샅샅이 알고 계십니다.』
차 중령은 「파일러트」로서 박 대통령의 지리상식에 혀를 내 들렀다.
박 대통령이「헬」기를 탈 때는 꼭 할공지도와 행정지도를 들고와 붉은 줄을 쳐가면서 지점을 확인하고 수행장관에게는 지도보는 법부터 가르텨 주어왔다.
지도와 가장 관계가 많은 역대 건설부장관과 각 도지사들은 모두 박 대통령의 지리제자들이다.
차 중령이 예편한다는 말을 듣고 박 대통령은 차 중령이 만든 조종사시절의 「앨범」서두에「덕지고심유린」이라고 써주었다.
이글을 쓰면서 『예편을 해도 마음은 옆에 있다는 뜻이야』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승무원들에게 따뜻이 대해주어 지방출장 땐 숙박도 염여해주곤 했다고 한다.
상시대기의 긴장을 풀고 예편하는 차 중령은 『그동안 과오없이 임무를 완수한 것은 신이 대통령을 가호했기 때문일 것』이라면서『한 가지 유감이 있다면 각하를 모시고 이북 땅을 날아 보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