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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여행·레저 뒤흔든 키워드 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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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캠핑 열풍은 지속됐다. 글램핑·트램핑 등 다양한 캠핑 문화가 등장하기도 했다.

2013년에도 여행 레저 부문은 바쁘게 돌아갔다. 업계 대부분이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요즘, 여행 레저 시장은 그나마 활력을 잃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뉴스도 많았다. 2013년 여행 레저 부문을 키워드 7개로 정리했다.

캠핑의 진화 아웃도어 분야 견인

올해도 아웃도어는 레저 시장을 이끌었다. 아웃도어 시장의 득세는 광고 모델에서도 확인된다. 장동건·탕웨이(코오롱), 하정우(밀레), 이민호·윤아(아이더), 현빈(K2), 정우성(레드페이스), 조인성(블랙야크), 수지(빈폴), 권상우(버팔로), 김연아(프로스펙스), 손연재(필라), 송중기·이연희(노스페이스), 유아인·고준희(라푸마), 2PM의 옥택연(네파) 등 올해도 초호화 캐스팅을 선보였다.

삼성경제연구소(SERI)가 예상한 2013년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약 6조4000억원이다. 지난해 5조8000억원보다 약 11% 증가한 수치지만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30% 이상 성장하던 흐름을 생각하면 다소 주춤했다는 평이다.

그래도 캠핑시장은 크게 성장했다. 올해 캠핑시장 예상 규모는 약 4500억원으로, 지난해 3500억원보다 약 30% 늘어났다. 캠핑 인구는 현재 약 250만 명으로 추산된다. 2010년에 60만 명 정도였으니까 3년 만에 네 배 가까이 폭증한 것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올 4월 현재 전국 캠핑장 수는 약 1300개에 이른다. 캠핑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싼타페·스포티지·쏘렌토 등 SUV 차량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10% 안팎 증가하기도 했다.

캠핑 문화도 진화하는 추세다. 여전히 오토캠핑이 대세지만 캐러밴(Caravan) 캠핑이나 글램핑(Glamping) 등 고급 캠핑 문화가 점차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트레킹(Trekking)과 캠핑을 결합한 트램핑(Tramping)도 나왔다.

백두대간 협곡을 달리는 관광전용열차 V-트레인.

V·O·S 기차여행 신종 코드

올해 국내여행은 기차여행의 해였다. 코레일이 잇따라 선보인 관광열차가 국내 여행시장을 이끌었다.

코레일은 지난 4월12일 국내 최초의 관광 전용열차 V-트레인(백두대간협곡열차)과 O-트레인(중부내륙순환열차) 운행을 동시에 개시했다. V-트레인은 강원도 철암역~경북 분천역 27.7㎞ 구간을 시속 30㎞ 속도로 달리는 관광전용열차고, O-트레인은 서울 청량리역을 출발해 충북 제천역~강원도 영월·태백역~경북 영주역~충북 제천역 257.2㎞ 구간을 한 바퀴 돈 뒤 다시 청량리역으로 돌아오는 테마열차다.

V-트레인과 O-트레인 모두 낙동강 상류 오지를 운행한다. 관광명소가 없는 노선을 운행하는데도 두 관광열차는 거짓말 같은 성공을 거뒀다. 12월 3일 기준으로 O-트레인 이용자는 16만4000여 명, V-트레인은 31만4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방문객이 20명이었던 간이역 분천역은 V-트레인과 O-트레인이 모두 정차하면서 주말 평균 방문객이 1000명에 이르렀다. 분천역은 스위스의 체르마트역과 자매 결연을 하기도 했다.

코레일은 9월 27일 S-트레인(남도해양관광열차)도 개통했다. 영·호남을 잇는 S-트레인은 부산역~여수엑스포역, 광주역~마산역 두 개 노선이 있다. S-트레인 이용객은 개통 3개월이 안 돼 3만 명을 넘어섰다. 충북대 사회과학연구소는 V-트레인과 O-트레인이 지나는 지역에 2017년까지 부가가치 1023억원, 고용효과 1292명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제주항공

하늘은 두 갈래 저비용 항공사 순항

2013년 저비용 항공사(LCC. Low Cost Carrier)가 급성장했다. 흔히 ‘저가항공’으로 불리는 LCC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올 한 해 폭풍 성장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LCC는 국내 항공시장의 48%를 차지했다. 2005년 한성항공(티웨이항공의 전신)이 제주∼청주 노선에 취항하면서 시작한 국내 LCC가 8년 만에 국내 항공시장을 양분할 만큼 성장한 것이다.

특히 제주 노선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LCC는 올해 김포∼제주(58.9%), 김해∼제주(72.7%) 노선의 절반 이상을 책임졌다. 국내 LCC는 현재 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 등 5개 사가 있다.

LCC의 선전은 국제선에도 이어졌다. 2011년 4.0%에 불과했던 LCC의 국제선 점유율이 올해 9.5%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김해∼후쿠오카(52.7%), 인천∼괌(51.8%) 노선은 LCC가 대형 항공사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노선 확장도 이어졌다. 대형 항공사가 독점했던 인천∼치앙마이, 인천∼삿포로, 인천∼지난(濟南) 노선에도 국내 LCC가 취항했다. 올 한 해에만 스쿠트항공(싱가포르)·비엣젯(하노이)·다이내믹에어(사이판) 등이 신규 취항하며 한국에 운항하는 외국계 LCC가 10개를 넘어섰다.

LCC는 고정 비용을 낮추는 대신 대형 항공사보다 10~50% 싼 운임을 제공한다. LCC의 안전성이나 환불 규정 등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있지만 개별 자유여행이 증가함에 따라 LCC의 성장세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tvN 꽃보다 할배

꽃보다 여행 TV는 여행을 싣고 …

대한민국 TV는 2013년 한 해 줄기차게 여행을 떠났다. 아빠가 아이 손 잡고 떠났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힘든 몸 이끌고 떠났고, 최근엔 누나도 떠났다. 정치인이 단체로 해발 5000m 산맥을 넘었고, 여배우는 맹수가 우글거리는 정글로 들어가 악어 고기를 뜯어 먹었다.

현재 방영되고 있거나 올해 방영됐던 여행 예능 프로그램은 어림잡아 10여 개다. 여행 예능 프로그램의 원조인 KBS ‘1박2일’이 최근 ‘시즌 3’를 시작했고, 오지에서 야생을 체험하는 SBS ‘정글의 법칙’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심지어 시사교양 프로그램인 SBS ‘최후의 권력’은 정파가 다른 정치인이 단체로 코카서스산맥을 넘는 장면을 보여줬다.

올해 화제의 프로그램은 MBC ‘아빠! 어디가?’였다. 엄마 없이 떠난 아빠와 아이들의 좌충우돌 여행담은 ‘국민 예능’이라 불리며 시청률 20%를 돌파했다.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가족 체험 여행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원조 ‘1박2일’은 일정 제한 때문에 주로 국내에 머물렀지만 새 프로그램은 해외여행도 기꺼이 떠났다. 대표적인 예가 tvN ‘꽃보다 할배’다. 평균 연령 76세의 할아버지 네 명이 그려낸 해외 배낭여행기는 케이블 채널이라는 한계에도 평균 시청률 5%를 기록하며 ‘실버 예능’이란 신조어를 낳았다. 할아버지들이 찾아간 대만은 프로그램이 방영된 10월 이후 방문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 가까이 증가했다. MBC ‘무한도전’ 와이키키 브라더스 편이 방영되자 하와이관광청은 ‘무한도전 따라잡기’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순천정원박람회장 전경(위)과 호수 정원 모습.

찬란할 내일 순천 정원박람회

전남 순천시에서 4월 20일부터 10월 20일까지 6개월 동안 ‘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가 열렸다. 사업비 2455억원이 들어갔고 관람객 440만3890명을 기록했다.

‘2012 여수세계박람회’와 비교하면 작은 행사였다. 사업비만 보면 여수엑스포(2조1000억원)의 10분의 1수준이었다. 행사기간은 여수엑스포보다 두 배 길었지만, 관람객은 여수엑스포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순천 정원박람회는 성공한 박람회였다. 관람객의 경우 전체의 87.7%인 386만여 명이 유료 입장객이었다. 관람객의 절반 정도가 무료 입장객인 여느 지방행사와 비교하면 놀라운 성과였다. 폐자원을 활용해 사업비 200억원을 절감하기도 했다. 고속도로 공사장에서 실어온 바위와 나무로 정원을 꾸몄고, 순천만에서 버린 갈대로 울타리를 지었다.

순천 정원박람회는 오늘이 아니라 내일의 박람회였다. 행사장에 심은 꽃과 나무가 올해보다는 내년에, 내년보다는 내후년에 더 그윽한 풍경을 자아내기 때문이었다. 행사가 끝나고 시설물 처리에 골머리를 앓는 다른 박람회와 순천 정원박람회는 차원이 달랐다. 순천 정원박람회의 주인공은 수목 74만 그루와 꽃 200만 본이었다.

가장 놀라운 건 순천 정원박람회가 순천만을 보전하기 위한 행사였다는 사실이다. 순천시의 확장을 막고 순천만에 몰리는 관광객을 분산하기 위해 박람회장은 순천시와 순천만 사이에 터를 잡았다. 순천 정원박람회는 적어도 순천만은 지켰다.

올해 1200만 명이 넘는 외국인이 방한했다. 서울 명동 거리는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공항은 만원 출입국 사상 최대

2013년 대한민국 공항은 1년 내내 바빴다. 이태 연속 외국인 입국자는 물론이고 한국인 출국자도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27일엔 올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이 1200만 명을 돌파한다. 이날 오후 2시 제주공항에서 1200만 번째 입국자 환영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지난해 외국인 방문자는 1114만 명이었다.

경복궁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중국인.

올해 처음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방한 여행시장 1위로 올라섰다. 올 1∼11월 방한 외국인 1124만 명 중에서 중국인이 405만 명을 차지했다. 지난해보다 53.4% 증가한 수치다. 반면 일본은 지난해보다 23.1% 줄어든 253만 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중국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중국 정부가 지난 10월 ‘여유법’을 시행한 뒤로 중국인을 상대로 한 저가 해외여행 상품의 판매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방한 중국인 패키지상품 가격이 20∼100% 올랐다.

2013년은 가장 많은 한국인이 해외로 나간 해이기도 하다. 한국인 출국자는 지난 11월까지 1364만 명을 기록했고, 연말까지 149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한국인 1373만 명이 해외로 나갔다.

가장 부침이 심한 나라는 일본이었다. 엔저 영향으로 상반기 일본여행 수요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상반기만 해도 역대 최고 기록인 2010년 260만 명을 뛰어넘을 기세였다. 그러나 8월 방사능 이슈가 불거지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하나투어 11월 일본 패키지 판매량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줄었다.

이참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

초라한 퇴장 이참 관광공사 전 사장

2013년 여행 레저 부문 화제의 인물은 단연 이참(59)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이었다. 지난달 초순만 해도 이참 전 사장은 좋은 의미의 화제 인물이었다. 11월 15일 사퇴하기 전까지 이참 전 사장은 1983년 사장 임기 3년과 1년 연임을 규정한 법률이 시행된 이후 한국관광공사 역대 최장수 사장 기록을 매일 갈아치우고 있었다. 지난 7월 임기가 끝났지만 후임이 정해지지 않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별안간 물러난 것이다. 2009년 7월30일 취임했으니까 그의 임기는 정확히 4년 3개월16일이었다.

이참 전 사장의 퇴장은 뜬금없었다. 그가 지난 1월 일본에 여행 가서 성인 향락업소에 출입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 사흘만이었다. 해명을 했지만 옹색했고, 여론은 이미 등을 돌린 뒤였다.

이참 전 사장은 등장할 때부터 화제를 몰고 다녔다. 최초의 귀화 외국인 출신이자 최초의 탤런트 출신 공기업 사장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이명박 전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한반도 대운하 특별위원회 특보로 활동했다는 경력 때문에 ‘독일제 낙하산’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그러나 이참 전 사장의 업무 평판은 나쁘지 않았다. 임기 동안 해마다 외국인 방문자가 100만 명씩 증가했고, 그가 강조한 장기 휴가 제도는 10여 개 기업이 수용하기도 했다. 연예인 출신으로 국민에게 관광공사를 알리는 데도 역할을 했다. 그의 별명은 ‘한국관광공사 전속 모델’이었다. 현재 후임 관광공사 사장 후보로 이남기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권경상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글=week& 레저팀 사진=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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