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수기 사외이사 … 반대한 안건 0.37%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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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대기업 사외이사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이들이 이사회에서 견제와 감시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소수주주 권한 행사를 위한 집중·서면·전자투표제는 유명무실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6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13년 대기업 그룹의 지배구조 현황 정보 분석자료’를 공개했다. 분석 대상은 공정위가 올 4월 지정한 51개 민간 대기업 그룹 중 공시의무가 없는 신규지정 그룹을 제외한 49개 민간그룹 계열 1538개사다. 자료에 따르면 상장사의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은 48.7%로 전년(48.5%)보다 0.2%포인트 늘었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도 91.1%로 전년(90.6%)보다 0.5%포인트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부터 올 4월까지 1년간의 이사회 안건 6720건 중 사외이사의 반대로 원안대로 처리되지 못한 안건은 0.37%(25건)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전년(36건)보다 줄어든 수치다. 이 중 부결된 안건은 전년도의 13건(0.23%)보다도 적은 5건(0.07%)이며, 조건부 가결(2건)과 보류(4건)·수정의결(14건)로 영향력을 행사한 경우도 20건에 불과했다.

 소수주주의 권한을 위한 제도인 집중투표제와 서면투표제·전자투표제도 유명무실했다. 상장사 중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회사는 15개사(6.3%)로 전년보다 1개사 늘었다. 서면투표제 도입사는 26개사(10.9%)로 2개사 증가했다. 그러나 집중투표제 방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한 사례는 없었다. 서면투표제만 국민연금과 예금보험공사의 의결권 행사로 10개사(17.2%)에서 실시됐다. 전자투표제는 전년에 이어 올해도 도입한 회사가 없었다. 또 소수주주권 행사인 주주 대표소송와 주주제안은 최근 1년간 11차례만 있었다. 이 중 2대 주주가 권리를 행사한 현대엘리베이터를 제외하면 6건에 불과하다.

 공정위 황원철 기업집단과장은 “제도도입 수준은 높아졌지만 대기업 그룹 총수일가의 사익추구 행위와 같은 불합리한 경영관행을 적절히 제어하고 있는지는 불확실하다”며 “소수주주의 주주권 행사도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주주에 의한 경영감시도 활발히 이뤄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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